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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자(동영상)

  • 김병철
  • 입력 2015.11.23 19:47
  • 수정 2015.11.24 04:34

“‘저 언닌 왜 연애도 안 해?’

‘이번에 나 대신 미팅 나가줄 수 있어?’

친구들의 이런 질문을 이제 안 받게 됐어요.”

23일 서울 용산구 박종철기념관에서 만난 김보미(23)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무엇보다 제가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투표자 기준 86.8%의 찬성을 받아 제58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앞서 김씨는 지난 5일 학내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이 성소수자(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하면서 당선도 되기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공개하고 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 모두 이성애자임이 전제된 사회가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못 견디겠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못 견디겠다’는 쪽이었거든요.”

김씨의 커밍아웃은 무려 3개월간의 장고 끝에 내린 ‘계획적 행동’이었다. 시기를 두고 고심했지만 선거 이후보다는 이전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왕 할 거면 선거라는 장을 적극 활용해 성소수자 문제를 공론화해보자는 의도였다.

“성적 소수자라는 걸 감추고, 터부시하고, ‘굳이 그걸 알려야 해?’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에 대한 저항”을 하고 싶었다. 김씨는 “한마디로 제가 산통을 깬 거죠”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가 성소수자임을 공개한 뒤, 지난 19일 서울대 정문 앞에선 동성애를 비판하는 1인시위가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단체는 “선거기간 중에 졸속으로 동성애자임을 천명해 서울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사회에 큰 충격을 끼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학내 게시판에 게시하며, 김씨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그것을 깨는 게 쉽지 않겠죠. 그냥 당분간 비판 댓글을 안 보려고요.” 김씨는 자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소수자임을 안팎에 공개하면서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만큼 다양성과 관련한 공약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학내에 ‘인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시민사회 교육에 관한 강의를 만들고, 학교운영기구에 학생이 참여할 권한을 얻겠다는 공약은 그에게 “임기 내 명운을 걸고 꼭 완수하고 싶은 공약”이기도 하다.

“장애인 학생이 학내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죠. 등록금을 내려달라는 요구도 당연한 거고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많은 권리가 있음을 알고, 그걸 정당히 요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씨는 지난해 부총학생회장 시절부터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를 발족시켜 운영위원을 맡아왔다. 다음달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김씨는 “지난해에는 복지정책을 우선시하다 보니 사회적 의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참여에 소홀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며 “올해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서울대, 국내 대학 최초 성 소수자 총학생회장 탄생(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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