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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발견' (4) 남해자연맛집 : 전복은 마늘의 향기를 타고

  • 원성윤
  • 입력 2015.11.19 09:18
  • 수정 2015.11.19 09:20

전국 팔도의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식당의 발견》 시리즈 그 두 번째 편(사진 한상무, 글 원성윤)이다. 제주도의 식당을 소개한 전편에 이어 통영, 진주, 남해, 사천의 식당을 찾았다. 굵직굵직한 관광도시에 밀려, 평범한 시, 군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하나 하나가 전통과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지역이다. 조선 해군의 중심 도시이자, 충무공의 넋이 깃든 통영. 경남 행정의 중심지이자 교육, 교통의 요지인 진주. 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남해. 그리고 우리에게 삼천포로 더 잘 알려진 사천까지. 『식당의 발견: 통영, 진주, 남해, 사천 편』에서는 해당 지역의 대표 식자재를 다루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책 '식당의 발견'에 소개된 17곳의 식당 가운데 8곳을 선정,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연재한다.

‘남해자연맛집'은 형제가 전복의 생산-공급-유통-제조까지 일원화된 형태로 운영한다. 일종의 기업형 식당이다. 동생 내외는 1층에서 전복 양식을, 이를 공급받은 형 내외는 2층에서 음식점을 한다. 아버지께서 해녀 사업을 한 이래 40여 년째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해녀들이 앵강만 15개 마을 어촌계지선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자연산 전복 해삼, 참소라, 멍게를 수산업협동조합 위판 가격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이들 형제에게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태풍 매미로 인해 양식장이 초토화되기도 했다. 보증을 잘못서 두 집 모두 풍비박산이 날뻔도 했다. 싸우기도 싸웠지만, 형제간의 우애가 둘 사이를 갈라놓긴 어려웠다. “행님, 다시 해보자” 형제 사이만큼이나 두 집안의 안방마님 간의 관계가 돈독한 것도 한몫한다. “형수님이 제주도 분이라 해물 음식은 잘해서 음식점을 시작하게 됐어요.” 12년간 이런 체제로 유지해 오면서도 사이가 틀어지지 않은 건 서로 간 ‘돈’ 관계를 명확하게 했기 때문이다.

자연산 전복과 양식 전복을 구별하는 방법

왼쪽이 자연산, 오른쪽이 양식 전복이다.

양식전복과 자연산 전복의 구별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육안으로 볼 때 자연산 전복은 색깔이 짙다. 양식 전복은 흰색에 가깝다. 바다에서 자란 자연산 전복은 표면에 각종 해파류와 따개비가 붙어 지저분하다. 양식 전복은 껍데기가 말끔하다. 맛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형 김경진 사장은 “자연산은 딱딱하지만 쫄깃쫄깃한 특유의 맛이 있고, 씹으면 씹을수록 전복 내장에서부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고 설명한다. 양식 전복은 그에 반해 살이 무르기 때문에 전복을 많이 접하지 않은 손님들은 아무래도 양식 전복을 더 선호한다.

흔히들 양식업은 바다농사에 비유한다. 농사를 지을 때 가뭄이나 홍수가 오면 그해 농사를 망치듯, 바다에 따라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바닷물을 갈아줘야 하는 통에 최근 적조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자칫 부영양화 현상이 지속하면 전복이 폐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년 반에서 3년을 꼬박 키우는 양식 전복에는 많은 손이 간다.

먹는 건 순간인데, 키우는 건 이렇게나 힘이 든다

동생 김경언 사장은 바다를 벗 삼아 산 지 벌써 50년이 넘었다. 그런 바다가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늘 자연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은 느낀다. 30만 마리의 전복을 양식하고 있는 그는 태풍 매미가 왔던 2003년 9월을 기억하고 있다. 남해 앵간만 6,000평의 바다가 삽시간에 해일이 일며 전복양식장을 덮쳤다. 속수무책이었다. 전복의 수온을 일정하게 맞춰야 하는데 발전기가 돌지 않아 그대로 집단 폐사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수해복구를 해줬다. 강원, 경기, 충청 등 바닷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 내일처럼 양식장을 아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장사하는 사람이라서 보람이라고 표현하는 건 좀 쑥스러워요. 그래도 그때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세상은 아직 식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겸손하게 얘기하지만, 남해화력발전소 건설 당시 남해군 범국민대책위원장까지 하며 삭발투쟁까지 감행했던, 바다 사나이였다.

마늘전복찜, 한번 드셔보실래예?

취재를 다니다 보면, 앞선 취재팀의 행태가 다음번에 오는 취재진을 바라보는 인상을 결정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좋은 글과 매너로 깔끔하게 취재를 마친 곳은 다음 팀 취재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어려워진다. 우리의 경우는 후자였다. 모 인터넷신문의 기자가 기사를 쓴 뒤 책을 만들어 사장 내외에게 이를 강매한 사실을 알게됐다(아마 음식값도 계산하지 않았을 테다).

완고하게 촬영을 거절하는 통에 애를 먹었다. 그래도 우리는 전복을 포기할 수 없었다. 취재 협조를 구하고 주문한 전복을 촬영판 위에 올렸다. 손바닥만 한 전복의 위용에 상무의 셔터는 경쾌하게 찰칵찰칵 소리를 낸다. 전복죽, 전복회, 전복찜 중에 가장 선호도가 높은 건 바로 전복찜이었다.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 마늘을 재료로 풍성한 맛을 더했다. 쫀득쫀득한 전복의 식감에 찐 마늘의 단맛이 더해지자 시너지 효과가 우러났다. “남해전복축전에 나가서 선보였는데 난리가 났다”이라며 김경진 사장이 활짝 웃었다.

남해자연맛집

  • 메뉴 : 전복회(중) 40,000원, 전복찜(중) 40,000원, 전복죽 15,000원
  • 주소 : 경남 남해군 남면로 219-42번지
  • 전화번호 : 055-863-0863

책 '식당의 발견'(통영, 진주, 남해, 사천의 맛)은 전국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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