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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을 살리는 길 | 교사에 의한, 교사와 함께하는 변화

교사가 비난받는 영역은 참으로 다양하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더 신뢰하며 교사를 비난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를 교사만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 교사들에게 학원 강사들처럼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에만 전념하라고 한다면,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들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수능시험에도 있다. 매년 거의 비슷한 유형으로 시험문제가 출제되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반복훈련이다. 이런 훈련을 위한 전문성에 있어서는 학원 강사가 교사를 앞설 수밖에 없다.

ⓒShutterstock / hxdbzxy

학교교육을 살리는 길 - 교사에 의한, 교사와 함께!

글 | 이찬승(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목차

1. 시작말

2.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 분석(교사 중심)

가. 교사의 건강

나. 교사의 성장과 동기

다. 교사의 전문성

라. 학습자에 대한 이해

마. 학교문화와 교사문화

바. 지도 여건

사. 파트너십

3. 맺음말과 제언

1. 시작말

한국의 학교교육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교직에 대한 교사들의 만족도는 날로 떨어지고 학교교육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학교교육을 거부하는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업 중 학교수업에 집중하는 학생 수는 몇 프로나 됩니까?"란 질문을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께 드리면 "1/3쯤요."하는 대답이 많다. 아동·청소년은 정서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이들의 정서적 건강과 삶의 질을 나타내는 아동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어떤 고교는 학생의 1/3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학습에 대한 흥미, 즐거움 등 지표에서도 회원국 중 늘 최하위에 가깝다.

학교교육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이는 입시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지덕체를 고르게 발달시키는 교육을 하는 것, 민주적 삶을 실천을 통해 배우는 것,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는 것, 차별과 배제가 없는 교육을 하는 것 등 정상화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교육정책을 바꿔보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 왜 그럴까?

교육개혁은 대부분 실패하게 되어 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의 주요국들도 마찬가지다. 교육개혁은 늘 교육의 근본보다는 표면적인 구조와 제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교실 수업의 핵심 활동과 학습 방식을 전면 혁신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개혁들이 많다. 또 교육개혁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아 대중들에게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고 변화가 비교적 쉬운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 또 개혁에 대한 성급한 기대로 효과 검증이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실행에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다. 교원평가와 성과급제, 성취평가제, 자사고의 도입, 입시제도의 변경, 교육과정 개정, 역량교육 강화, 선행학습금지법, 인성교육법 등 다양한 개혁을 해보지만 그 성과는 늘 미미하다. 학교교육 개혁 분야 이론과 실천면에서 세계적인 대가인 마이클 풀런은 교육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출처: http://files.eric.ed.gov/fulltext/ED342128.pdf

지금까지 교육개혁은 왜 늘 실패만 거듭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교실 안에서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와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을 너무 쉽게 또 단순하게 보지는 않았는가? 풀런(2006)은 정책결정자들 중에 학교 교육의 질이란 것이 학교 교실 상황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고 주장한다. 한편 베라이터(2002)는 학교개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핵심 수업활동과 유리되어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구조적인 개혁보다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 대세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서 교사의 역할과 여건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살펴보고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2.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 분석과 대안 모색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제도, 운영방식, 교육과정(내용, 교수방법, 평가), 대입전형, 수학능력시험, 교육재정, 교사의 자질과 전문성, 학교문화,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등 매우 많다. 그래서 교육개혁에 대한 제안 내용과 방향도 다양하다. 대학을 평준화하자는 제안, 교육정책을 초정권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 대입시를 바꾸자는 제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이런 개혁 아이디어들의 공통점은 모두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학교교육의 질 향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나 설명이 없다. 과거 약 20년 동안 한국을 포함해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 봤지만 교육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열거한 개혁 아이디어들도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이런 제안들을 주장하거나 선거공약으로 내걸기 이전에 아래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그 질문의 답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 대학을 평준화하면 경쟁이 줄어들고 학교에서는 본질에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대학 평준화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국가교육위원회의 초정권적 운영은 지금의 중앙정부의 운영보다 어떤 면에서 더 낫거나 못할까? 교육부와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 방법이 존재할까? 옥상옥이 되지는 않을까? 구성원들 간 합의가 가능할까? 차라리 법제화로 해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 대입전형제도와 수능시험의 변화로 학교교육이 개선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세계의 학교교육 개혁에 많은 컨설팅 경험이 있고 관련 분야의 이론적 대가인 마이클 풀런에게 답을 물어보면 무어라고 답할까? 아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교실에서 학습이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먼저 들여다보라고 말할 것 같다.

아래의 <표 1>을 통해 학교교육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표로 만들어 봤다. 우선 필자는 크게 7가지 요소(교사의 건강, 교사의 성장과 동기, 교사의 전문성, 지도여건, 학생의 이해, 학교문화, 파트너십)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표 1>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사관련 요인들

이런 분석을 통해서 보면 학교교육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매우 많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교육의 결과는 어떤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해서 드러나는 결과일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또 교육개혁을 접근할 때 기계적 접근이나 선형적 접근에만 의존하지 말고 복잡계식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교육개혁을 분절적으로 접근하고 가시적인 성과들을 성급하게 쫓았던 것들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거칠고 증거기반이 아닌 성급한 개혁의 추구는 개선이 아니라 교육현장을 더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는 교사들로 하여금 수업연구와 지도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오히려 학교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검증된 증거를 가지고 개혁이나 개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개혁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를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싱가포르가 '준비가 안 된 정책은 발표도 하지 않는다'란 원칙을 한국도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개혁은 구조 중심의 제도 개선은 중장기적 과제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단기적으로는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 중 교사에 관련된 요인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선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들 중 교사와 직접 관련된 것들에 대해 하나씩 원인과 대안을 짚어보기로 한다.

가. 교사의 건강

아동·청소년을 지도하고 아동과 관계를 맺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더 힘든 세상이 되었다. 정신 건강이나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태로 학교에 오는 아동들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사는 이런 학생들과 항상 정서적, 사회적 교감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가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사려 깊고 센스 있게 행동하는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교사의 이런 정서나 사회적 행동이 제대로 조절되고 관리되지 못하면 이것이 학습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Marzano, Marzano & Pickering, 2003).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가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마음상태가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교실을 편안하고 의욕이 넘치는 분위기로 만들기 어렵다. 특히 정서적, 사회적 건강(emotional & social health)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서적 건강이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긍정적이고 파괴적이지 않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며, 사회적 건강은 동료, 학생, 학부모, 가족 간의 관계의 질을 일컫는다. 오늘날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크고 작은 부적절한 언행을 매일 접하면서 늘 상처를 입고 산다. 아이들과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상처회복이 필요한 교사들이 많다. 그래서 최근 미국은 교사 연수에서 예비교사에게 사회성·감성 교육(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을 강화하고 있다. 안전한 학교 분위기를 만들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동과 교사와의 관계의 질이 좋아야 한다. 이를 위해 '아동을 위한 SEL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를 위한 SEL 교육'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생에게 사회적, 정서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교사의 전문성 외에 교사 자신의 감정 조절과 통제 기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관점은 매우 중요한 자각이다. 교사를 위한 대표적인 SEL 프로그램이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이런 접근을 미국에서는 '교수학습의 사회적-정의적 차원(SEDTL: Social and Emotional Dimensions of Teaching and Learn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SEDTL의 핵심목표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된다.

  • 교사가 자신의 SEL 역량(지식, 스킬, 마음습관)을 갖춘다.
  • 교사가 교실의 사회적-정서적 환경을 관리하는 능력을 갖춘다.
  • 교사가 학생의 SEL 스킬을 키우고 '마음습관'을 강화하는 능력을 갖춘다.

[주] 마음습관(habits of mind) - 문제에 봉착했을 때 지혜롭게 행동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아는 것. 16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이 대표적인 모델이며 이를 교육의 목표로 삼자는 견해가 많음(http://www.artcostacentre.com/html/habits.htm).

Mindfulness는 '현재 이 순간의 마음상태나 상황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바라보며 놓아주기(let go); 마음챙김'이란 뜻이다. 이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경험할 때 우리가 자청한 것이 아니므로 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으며, 그냥 바라보며 지나가도록 놓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경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 awareness)을 중심으로 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은 교사의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줄임으로써 정서적 웰빙은 물론 교사를 위한 사회성-감성 역량을 키우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교사가 정서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이것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처럼 마음챙김을 통해 외부 자극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사적 대응을 하지 않고 매우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교사가 정서적, 사회적으로 건강해야 신체적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지키고 특히 아동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래의 5가지 핵심 기술이나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표 2> 교사의 정서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5가지 핵심 기술과 지식(이찬승, 2015)

교사의 정서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위의 5가지 핵심 기술과 지식은 아동의 인지적 학업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이들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도표다.

<표 3> 사회성감성 역량과 학업성취도 향상과의 관련성

출처: http://www.garrisoninstitute.org/component/docman/doc_view/692-jennings-2011-promoting-teachers-social-and-emotional-competencies?Itemid=1203

나. 교사의 동기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직무동기가 높아야 한다. 직무 동기란 교사들이 학교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을 개시하고, 그 행동을 활성화시키며, 이를 유지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교사의 동기, 정서,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기 효능감(sense of efficacy)이다. 이는 자신의 수업지도 행위가 학습자에 긍정적 변화를 미칠 수 있다는 기대와 이런 자신의 교수행위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말한다. 아울러 자아실현 욕구와 자기성장 욕구도 중요한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대한 동기는 어느 정도일까?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교사의 동기를 유발하고 높게 유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 중의 하나다.

교사의 동기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자기체계(self-system)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기체계란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고 어떤 목적을 추구할까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호 연결된 개인의 신념 체계(an interconnected network of beliefs)를 말한다. 즉, 한 개인의 자신에 대한 지각의 총화(individual's collection of self-perceptions)를 말한다. 어떤 특정 현안 과제를 마주하면 자기체계가 작동하게 된다. 어떤 과제가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고, 달성 가능한 것이라면 그 과제를 수행하려는 동기가 유발된다. 반대로 그 과제가 자신에게 의미가 없고 달성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느끼면 그 과제를 수행할 동기는 유발되지 않는다. 한국 학교교사들의 자기체계는 현재 어떤 상태일까? 이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교직 사회에 만연해 있는 "또 지나가리라!"는 자조 섞인 체념이다. 이는 정부가 어떤 개혁을 단행하든 이는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실패할 것임을 알기에 정부의 개혁정책에 일희일비하면서 괜히 몸과 마음이 상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학습한 결과다. 정부의 지시를 형식적으로 따라주는 척하고 있다 보면 정권이 바뀌고 모든 것은 유야무야가 될 것이란 경험적 인식체계를 말한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교육주체들 간에 불신과 냉소주의만 키운 면이 크다. 이제 정책 결정자들이 좀 더 많이 학습하고 교사들의 자기체계를 읽으면서 현명하게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를 둘러싼 학교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교사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타당성

사회 환경 변화로 인해 학습자는 더욱 다양해지고 학교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대부분 이를 학교의 문제로 돌린다. '교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교직은 철밥통이다.' 등의 비난이 대표적이다. 교육의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교사의 양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그럴수록 문제의 해결 역시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이고 딜레마다.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범위로 어느 정도가 타당한가? 교직 사회가 비난받아야 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난하기에 앞서 학교를 이렇게 만드는 내적 외적 요인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의 원인을 분석할 때 흔히 '학교에는 주인이 없기 때문'이란 말을 한다. 매우 일리 있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공립학교 교사들은 순환전보 제도를 통해 3~5년 주기로 근무지가 바뀐다. 그리고 매년 담당하는 학년도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동의 주인 역할을 하는 교사가 매년 바뀌는' 샘이다. 학교도, 아동도 주인이 없다면 교육적 성과에 대해 책임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을 상대적으로 잘 하고 있는 나라나 지역을 보면 '우리 학교; 우리 아이들'처럼 학교와 아동의 주인이 분명하다. 한국도 '주인이 있는 학교', '주인이 있는 아동'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 교직원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비난 또한 적지 않다. 이런 부정적 문화는 '주인 없는 학교'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고, 또 교사자격증 갱신제도도 없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정규직의 과보호에 해당된다. 기업의 경우도 진급제도가 없으면 긴장감이 적고 느슨한 조직문화가 만들어 지기 쉽다. 교원평가와 승진제도도 무사안일주의의 극복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이런 제도와 환경 속에서는 누구나 무사안일해지기 매우 쉽다.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평가를 통해 이를 개선하고자 하지만 부작용도 크다. 근본적인 해결은 무사안일이 발붙이기 어려운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방향일 것이다.

교사가 비난받는 영역은 참으로 다양하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더 신뢰하며 교사를 비난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를 교사만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 교사들에게 학원 강사들처럼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에만 전념하라고 한다면,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들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수능시험에도 있다. 매년 거의 비슷한 유형으로 시험문제가 출제되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반복훈련이다. 이런 훈련을 위한 전문성에 있어서는 학원 강사가 교사를 앞설 수밖에 없다. 교사가 다양한 학년을 맡으며 행정업무를 비롯한 다양한 일을 하는 동안 강사는 다년간 문제 연구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시험 준비에 관해서는 학원 강사의 전문성이 높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해결은 소위 '경쟁의 룰을 바꾸는 것'이다. 학교는 입시준비 기간을 벗어나야 학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다음으로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의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래서 교재의 내용을 재구성하지 않고 그대로 성의 없이 진도만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학생들은 불평한다. 질의응답과 같은 상호작용이 적다는 불평도 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은 표준화 시험의 영향력이 큰 것과 관련이 깊다. 학교교육의 성과를 표준화 시험 성적으로 보면 교사가 교과지도나 평가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그리 크지 않다. 교사의 각종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시험의 영향력을 줄여 전문성을 키울 필요성을 높여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 부족은 학습량 과다와도 관련이 깊다. 진도 나가기도 바쁜데 상황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해볼 여력이 없다.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는 수능 같은 표준화 시험의 유형을 매년 다양화하고 아울러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은 협력을 잘 하지 않고 고립된 존재로 일한다는 비난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와 같은 입시중심 경쟁교육에서는 교사들끼리 함께 일할 필요성이 적고, 협동학습, 봉사를 통한 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시험 성적을 잘 받게 도와주는 데는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파편화된 교원문화를 비난만 할 수 있는가? 학교를 둘러싼 이런 여건이 오늘날과 같은 학교문화와 교사문화를 만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협력하는 문화는 협력의 필요성이 존재할 때 만들어진다. 협력을 방해하는 데는 교원평가도 한몫을 한다. 교원평가 결과를 가지고 성과급을 지급하면 교사들을 서로 경쟁하게 하고 갈라놓게 된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교원평가의 지표에 교사들 간의 공동연구, 공동문제해결, 협동수업, 나아가 타 학교와의 협력 등을 평가하는 항목을 넣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불신을 받고 있는 교직 사회를 결코 두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교원들을 학교개선을 위한 주역으로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모든 학교문제를 모두 교사의 두 어깨 위에 얹는 방식이나 현재와 같은 징벌적 책무성(punitive accountability)으로는 오늘날의 학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학교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학교나 교사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비난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문제해결의 책임을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나누어지는 방향이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 교사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 필요성

학생지도가 이루어지는 환경은 매우 특이하다. 교사는 주로 교실에서 혼자 수업을 한다.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 동료교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거나 동료교사와 합동 수업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일반 사회에서 일하는 경우와는 매우 다르다. 한 아동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이란 중요한 과업을 교사 혼자서 고립된 상태로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기업을 비롯해 사회의 대부분의 기관은 과제를 팀에게 주고 팀의 형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팀제는 장점이 크다. 집단의 지혜를 도출해 과제 수행이나 문제해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학생의 학습에도 협동학습이 필요하듯이 교사도 동료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크다. 학교도 각종 도전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재능과 헌신, 열정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학교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학습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학습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 PLC)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3) 교사의 외적·내적 동기유발

한국의 경우, 교사의 대표적인 외적 동기유발 시스템으로는 교원평가제도가 있다. 교원평가는 전형적인 외적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도구다. 그러나 성과급과 같은 물적 인센티브가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고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아마도 교사들을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갈라놓고 이들 간에 협력보다는 경쟁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많은 교사들이 성과급 반대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런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주] 2015년 9월 새로 개정된 교원평가제도에 의하면 승진과 개인성과급에 반영될 '교원업적평가'와 학생학부모 만족도조사와 동료교원평가를 겸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처럼 기존의 3가지가 2가지로 통합됐다.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동의 삶과 학습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 교직에 들어왔다. 설문을 해보면 교사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의 지도에 의해 아동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라고 말한다. 교사의 성장을 위해 학습공동체의 운영과 지원, 수업 개선을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과 권한의 부여, 그리고 이룬 성과에 대한 인정,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교사에 대한 자부심과 존중,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내적 동기다. 교원의 동기 관리를 위한 도구로서의 교원평가제도는 한계가 있다. 교사의 동기유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4) 교사 동기유발의 새로운 방향

최근 47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사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3가지를 든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설문을 했더니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제출되었다.

이상의 요인들은 거의 모든 학교, 학년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것들이다. 교사의 동기를 꺾는 요인으로 '학부모의 민원과 비협조성'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 간에는 깊은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란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원인일까? 우선 외형적으로는 상호 이해를 위한 소통의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들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학교가 입시성적을 산출하는 기관이 되었고 교사는 고작 성적 관리자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교사가 가르치는 기능인을 넘어 아이들 각자 속에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해서 이를 키워주고 그들의 삶을 돌보는 진정한 스승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이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입시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을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교사의 동기를 저하시키는 요인들의 완화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에 대한 동기관리는 동기를 꺾는 요소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교사의 내적 동기 유발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다. 교사의 전문성

학교 교실의 아동들이 지닌 특성이 다양할수록 교사에게는 더 많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위 <표 1>에 나타나 있듯이 교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교과지도 전문성, 생활지도 전문성, 상담 전문성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끝이 없다. 최근에는 아동의 학습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인지과학적 지식은 기본이다. 게다가 개인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비폭력대화, 회복적 갈등해결, 마음챙김(mindfulness), 사회성·감성 교육, 학습부진의 이해와 효과적인 지도법 등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기 위해서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 전문성 연수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최근 설문을 통해 물어봤다.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주] 47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답안을 중복 선택하도록 함.

가장 수요가 많은 사회성·감성 교육(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은 아직 한국에서는 용어조차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인성교육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 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회성감성 교육을 필수화하고 있는 주요국들과 대조적이다. 예로, 싱가포르는 이를 핵심역량으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 교육부 사이트의 21세 역량도표를 보면 사회성·감성 교육 전문기관인 CASEL(http://www.casel.org/)의 컨설팅을 받아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정도다. 몇 년 전 필자가 핀란드 교육탐방을 갔을 때 한 학교는 매주 한 시간씩 사회성·감성 교육을 하고 있었는데 문의해보니 CASEL 프로그램을 비롯해 주로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활용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회성·감성 교육이 무엇인지를 알면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인성을 교육할 것이 아니라 사회성감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사의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잘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의 부적절한 언행을 겪을 때마다 교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으며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면 이는 교사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아동들과의 관계의 질, 나아가 교육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 <표 2>에 있는 5가지의 스킬을 갖추는 것은 교사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오늘날 교사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스킬이자 무기다. 이 5가지 스킬 외에 교사가 우선적으로 갖출 전문성은 학습부진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학습부진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가장 방치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학습부진 아동 지도에 관한 교사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최근에 교사 47명 대상 설문을 통해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 청소년들의 지도에 가장 큰 어려운 점은?'이란 질문의 답을 받아봤다. 아래와 같은 대답이 나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학습부진 지도의 어려움 중 '왜 이해를 못하는 지 아동에 대한 이해 부족'을 어떤 교사가 언급했듯이 우선 학습부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에서 이해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공부를 못하는 아동들은 왜 기억에 어려움을 겪고 기억했던 것도 금방 잊게 되는가?',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들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교수학습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정확히 답해주는 것이 교육뇌과학(educational neuroscience)과 뇌친화적교수학습(Brain-Compatible Teaching & Learning) 원리이다. 특히 뇌친화적교수학습 원리는 교원양성과 임용된 후 끊임없이 연수를 해야 할 내용이다. 학습자의 뇌를 이해하면 가장 먼저 공감능력과 관계가 향상된다. 또 더 효과적인 교수학습 원리를 알 수 있게 된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교육과 교수학습을 위한 프로그램에 뇌과학의 연구결과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에서 먼저 교육뇌과학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교사가 혼자 독립적으로 전문성을 향상하는 것,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료교사들과 함께 배우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학교문화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전문가들은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전문성(interactive professionalism)이라 부른다. 이를 실현하는 도구가 전문가학습공동체다. 이의 운영을 통해 상시적으로 대화하고 실천하며 내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성찰적 공동체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라. 학습자에 대한 이해

지금의 교실에는 과거보다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동들이 앉아 있다. 능력, 흥미, 욕구, 학습이력, 학습 준비도가 매우 다른 아이들이 섞여 있는 것이다. 이런 아동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수준과 속도로 교육을 한다면 일부 아동들만 반응을 보이며 나머지 아동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업만 못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의 하나인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그래서 한국도 캐나다 온타리오 주를 비롯한 주요국들처럼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란 높은 기대와 도덕적 교육목표(moral purpose)를 갖출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습은 가르친다고 일어나지 않는다(Teaching does not cause learning!). 학습자의 '능력, 흥미, 욕구, 학습이력, 학습 준비도'에 맞게 지도하고 학습자가 교육하는 내용에 대해 의미 있다고 느낄 때, 또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그리고 배운 내용을 실제 삶 속에서 활용할 때만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 그래서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매우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생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특수교육이나 통합교육을 잘 하는 나라들이 잘 갖추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가 대표적인 예다. 온타리오 주는 학급 프로파일(classroom profile)뿐만 아니라 개인별 교육계획서(Individual Education Plan: IEP) 작성을 위해 더욱 자세한 학생 개인별 프로파일(individual student profile)까지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학생들에게 맞춤 학습을 제공한다. 한국의 경우는 공부 못하는 학생은 그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방치하며 실질적인 보정교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습부진 아동 지도를 과외 잡무처럼 생각하는 문화도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개별화 지도를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공정성(equity)과 사회 정의(social justice)와 관련된 문제다.

마. 학교문화와 교사문화

학교문화 중에도 교사문화는 교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어떤 신념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고, 아동을 어떻게 대하며,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동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결정하는 체화된 양식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 중심의 개혁을 넘어 문화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학교문화를 정밀하게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문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들은 '획일적인 관료행정, 전시행정, 입시위주 교육, 진도빼기식 수업, 사제 간·구성원 간 불신, 권위적·수직적 리더십, 개인주의, 무사안일주의, 끼리끼리 문화, 냉소주의, 학습부진 & 부적응 아동 차별과 방치' 등이다. 부정적인 것들 일색이다.

학업성취도와 교사의 동기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것 중 하나가 학교문화다. 그래서 학업성취도와 학교문화의 개선은 자전거 두 바퀴처럼 잘 조화를 이루어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학교문화를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9년부터 교육인적자원부는 '새 학교문화 창조'라는 교육비전 아래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 학교장의 권위주의, 획일적 관치행정, 획일적인 교육 공급자 문화, 교사편의주의와 무사안일주의를 바꿔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의미 있는 큰 변화들이 시도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가동되고,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학생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한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0년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시행에 들어간 7차 교육과정은 수준별 수업의 도입과 학생 선택권 확대,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창의력 신장을 위한 재량 활동시간의 도입이 골자였다.

이런 '새 학교문화 창조' 운동은 취지는 좋았지만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보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개혁은 하향식이어서 자발성과 능동성을 이끌어 내는 데는 큰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물적,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운동이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학교문화를 바꾸는 일은 매우 난해하다.

최근 교사 대상 설문에서 교사문화와 관련해서 '학교의 무사안일주의 문화의 원인과 해법은?'이란 질문을 해봤다. 이에 대한 교사들의 아래 대답을 살펴보자.

무사안일주의를 비롯해 바람직하지 않은 학교문화가 만들어진 데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잘 분석하고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문화 개선을 위한 연구는 물론 학교문화 개선의 원리와 스킬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이를 위한 연구와 책 등이 매우 많이 나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를 변화의 주체로 세우고 교사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들과의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교사를 변화의 주체로 세우지 않고 정부 주도로 하향식 개혁을 시도하면 과거 김대중 대통령 재임 중 시행했던 '새 학교문화 창조' 운동처럼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학교문화 개선 운동은 아래로부터의 개혁(bottom-up)이 중요하지만 위로부터의 지원(top-down)과 중간의 역할(middle-up-down)도 필요하다. 교사학습공동체 구축을 학교문화 바꾸기의 실행도구로 삼았으면 한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도입에 따라 교사들은 과거와 달리 함께 모여서 교과서의 각 단원에 대해 빅 아이디어와 핵심질문을 도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학습공동체를 활성화의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또, 교직 유지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전문성 계발을 하나의 학교문화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교사로 부임 후 종신 재임권(tenure)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의 교직적성과 수업의 설계 능력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의 구조적 개혁도 필요할 것이다.

바. 지도 여건

위 <표 1>의 '지도 여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보면 '왜곡된 학력관, 학교교육의 입시종속, 다양한 아동들, 입시준비 교육, 많은 전시행정, 과다한 학급당 학생 수, 교사수급문제, 기간부족과 업무과다,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 제약, 높은 사교육 의존도' 등 해결이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 지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것을 추가하기보다는 현재의 것을 과감히 줄이는 접근이 옳다. 여유를 주면 교사들이 놀 것이란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극히 일부 교사는 일시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여유를 악용하지 않을 것이다. 믿음이 필요하다. 신뢰와 높은 기대는 교사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지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장의 분산 리더십 발휘가 매우 중요하다.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장의 분산 리더십은 물론 학교문화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다. 핵심성공요인은 교사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이끌어 내고 교사를 변화를 주체로 세우는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변화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까지 들으면 성공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학교장은 판만 만들어 주고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교사들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사. 파트너십

사회는 학교에 너무 과도한 짐을 지우고 있다. 학교에 거는 기대를 학교가 다 수행해 내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학교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를 냉철히 분석하고 학교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 간에 파트너십을 이루어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도 마을교육이 시도되고 있고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아동센터의 보육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곳도 있어서 고무적이다. 파트너십의 해외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개별화 지도를 위해 학습자 프로파일을 작성하는데 학교 내부 협력팀과 외부 협력팀을 두고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것이 개별화 교육을 위한 기반 정보가 되고 있다.

3. 맺음말과 제언

학생들이 학교교육에서 의미(meaning)를 찾고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excited) 잃어버린 자신감(confidence)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교사는 아동의 학습과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면서 교직에 보람을 느낄(fulfilling) 수 있을까? 이런 것이 실현되기 위해서 학교는 어떤 사명과 비전을 가져야 하는가? 이 세 가지 물음에는 학교교육 개선을 위한 핵심이 담겨 있다.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학교 비전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비전은 학교가 도달하고 싶은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다. 비전은 달성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 학부모, 지역사회의 열망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의 수립에는 요구되는 절차가 있다. 따라서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 속에는 비전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가치, 전략, 핵심성공요인 등의 도출이 포함된다. 이런 과정에서, 학교문화(예: 민주적 의사소통, 집단적 책임감), 교사의 전문성 개발(교직원들 리더십 향상 포함), 교사학습공동체 활성화, 학생회,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혁신, 파트너십의 구축 등도 논의될 것이다. 이때 학교 변화를 위한 모든 노력과 자원의 투입은 비전 달성에 긴밀히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분절적이고 서로 연계되지 않은 변화의 추진은 금물이다. 이렇게 주체들이 함께 협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소중한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학교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학교문화 혁신의 시작은 이렇게 비전의 수립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는 중앙정부가 많은 것을 결정하고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학교만의 순수한 교육비전이나 학교발전계획을 수립하는데 제약이 많다. 중앙정부와 교육청은 단위학교에서 이런 것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의 변화는 '교사에 의해(by teachers)' 이루어질 수 있으며 교육개혁은 '교사와 함께(with teachers)' 했을 때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없는 교육개혁은 어떤 긍정적 변화도 이룰 수 없으며 오히려 학교 현장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개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교사가 변화의 주체로 나서 중앙정부와 교사들이 함께 손잡고 학교교육을 혁신해 나가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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