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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TV] '슈가맨', ‘응팔' 못지않은 추억 자극제

  • 남현지
  • 입력 2015.11.18 06:28
  • 수정 2015.11.18 06:30

현재 방영 중인 tvN '응답하라 1988‘를 비롯한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표적인 추억 자극 프로그램이다. 당시 유행했던 옷 스타일이며 소품, 유행가 등을 고스란히 담은 이 드라마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상기시키며 향수를 자극한다. 게다가 가족과 친구, 우정과 사랑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도도 충분한 공감을 사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슈가맨‘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달콤하게 남아있는 노래 하나로 당시를 회상하게 만들고, 재조명 된 히트곡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는 샤이니의 종현, 정승환이 역주행송 무대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먼저 슈가맨으로 등장한 건 ‘사랑해 이 말밖엔’을 부른 리치였다. 2000년대 초반 휘성, 비와 함께 신인상을 수상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곡으로 사랑받았던 그가 무대에 올라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등장은 30대 방청객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12살의 나이로 데뷔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어느 새 4살 아이를 가진 아빠가 되어 있었고, 이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 그가 몸담았던 그룹 이글파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고, 리치는 멤버들의 근황을 전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룹에 이어 솔로 활동까지 활발하게 이어갔던 그가 대중의 곁을 떠난 건 갑작스런 일이 아니었다. 솔로 1집의 ‘사랑해 이 말밖엔’ 발표 후 4집까지 활동은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각인되어 버린 이전 곡의 이미지로 인해 새 노래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이후 발표된 리치의 노래들은 자연스레 잊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는 최근 음반 작업을 하며 복귀를 준비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모두의 기대를 샀다.

이어 등장한 슈가맨은 얼굴보다는 노래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응급실’의 izi(이지) 오진성이었다. 특히 그는 방청객들 사이에서 깜짝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05년부터 10년 동안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른 곡 1위에 뽑힌 ‘응급실’을 부른 장본인이었지만 아무도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10대부터 40대로 구성 된 방청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옛 추억을 떠올렸고, 총 100불 중 98불이라는 역대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10년 동안이나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의 모습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건 회사와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한국에서 활동을 할 수 없게 됐고, 일본에서 밴드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얻은 우울증으로 노래에만 매달리다 보니 목 상태는 악화되었고 결국 두 번의 수술을 해야만 했다. 수술 두 번에 노래를 한 소절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좌절과 시련을 겪고 있던 그에게 힘이 된 건 바로 팬으로부터 받은 작은 메시지였다. 이에 그는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밴드 생활에 대한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 오성진은 현재 각자 다른 일들 하며 흩어져 있는 밴드 멤버들을 떠올리며 “제 꿈은 밴드 izi를 계속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고, “‘슈가맨’을 통해 izi라는 밴드를 꼭 지켜주고 싶다”라는 그의 다짐은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이어 두 사람의 노래는 각각 프로듀서 필터와 돈 스파이크, 그리고 샤이니 종현과 정승환의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2015 버전으로 재조명된 그들의 히트곡은 노래를 미처 알지 못했던 방청객들에게도 자연스런 호응을 이끌어내며 큰 반응을 얻었고, 이렇게 공감은 확대되어 갔다.

팀을 나누어 승부를 가르는 형식을 띄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슈가맨’에서 사실상 승부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짧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추억의 노래를 재조명하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고, 보고 들을 가치가 있다.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내는 ‘슈가맨’이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선사해줄지 기대되는 바다.

한편 '슈가맨'은 잊고 있었지만 노래를 들으면 기억나는 '슈가맨'을 찾아 이들의 히트곡을 2015년 최신 버전의 '역주행송'으로 재탄생시켜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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