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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KBS 사장 '고대영' 내정자는 앞으로 KBS 뉴스 큐시트를 일일이 챙길 예정이다

  • 원성윤
  • 입력 2015.11.17 10:36
  • 수정 2015.11.17 11:49
ⓒ연합뉴스

1. 고대영 "최종 뉴스 큐시트, 점검한다"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가 사장이 되면 KBS 뉴스 큐시트를 일일이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뉴스 큐시트는 방송뉴스의 제목과 내용, 순서 등을 기입한 것으로, 보도개입을 공식화 한 것으로 보인다.

PD저널 11월16일 보도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KBS 사장이 되면 뉴스 큐시트를 보고 받을 것이냐”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장이 뉴스에 직접 관여해선 안 된다. 다만 방송에 대한 최종책임자로 어떤 내용이 방송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최종 큐시트는 점검할 것이다.” (11월16일, PD저널)

2. 사장이 직접 '뉴스 큐시트'를 보자 이런 일이 벌어졌다

KBS 사장이 뉴스 큐시트를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은 길환영 당시 사장에게 큐시트를 보고했고, 방송 개입으로 이뤄진 사실을 폭로했다.

김 전 국장은 5월에만 3차례 길 사장의 관여가 있었다고 밝혔다. 9일 사퇴했으므로 8일 동안 사흘이나 된다. 먼저, 지난 3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대통령 사과 요구 기사가 있었지만 9시 주요 뉴스에 처리하지 못해 자막뉴스로 처리했다. 하지만 길 사장이 전화해 빼라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2시엔 길 사장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 회의를 소집했다.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슈&뉴스’는 해경 관련 분량이 대부분 빠진 채 방송됐다. 6일에는 뉴스 예고에서 대통령 소식을 뺐다. 정치 아이템이 나오면 시청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 사장이 예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대통령 아이템이 몇 번째인지 묻고는 세 번째이던 것을 두 번째로 올리게 했다. 결국 뉴스 시작 15분 전에 순서를 바꿨다. (2014년 5월 18일, 경향신문)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외압에 시달린 일도 폭로했다.

사장은 BH,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제게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다.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면서 이걸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 까지 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이 말을 어디에 가서 할 수 있겠나. 저 자신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 사람이 과연 언론기관의 수장이고, 이곳이 과연 언론기관 인가하는 자괴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했다. (한겨레, 2014년 5월16일)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2014년 5월,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KBS 전국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3. "이번 KBS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

먼저, 이번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 다른 후보자였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청와대 김 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씨가 (청와대 지명 후보로) 내려가는 경우를 검토해달라고 했고 이인호 이사장이 (청와대 수석에게) 전화 받았다는 것을 누구한테 이야기했다. 지금 절차상으로는 이사회 거쳐서 청문회 거쳐서 그 다음에 대통령이 사인하게 돼 있지만 이건 형식 논리고 맨 마지막 단계에서 7표(여당 추천 이사)를 몰아준 사람은 VIP, 대통령이 결정한다." (뉴스타파, 11월12일)

청와대가 KBS 사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부적격이지만, 고 사장 후보자가 보도국장 시절, KBS 뉴스를 가장 후퇴시킨 인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4. KBS 기자들은 KBS 새 사장을 93.5% 만큼 싫어한다

새 사장은 2009~2012년 보도국장 및 보도본부장 재임 시절 불공정 보도를 주도했다는 점이 꼽힌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스폰 의혹,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과 관련해 축소 누락 보도 등으로 KBS기자협회 투표에서 93.5%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았다.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2년 KBS 양대노조의 보도본부장 신임투표에서 84.4%의 불신임을 받은 뒤 사임하지만 약 10개월 만인 그 해 11월 사장직에 응모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11월12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고 사장 내정자의 활약(?)은 다음과 같다.

  • 2007년 9월/ 해설위원/ 주한미대사관 관계자에 이명박 대통령 승리 3가지 이유 분석해 전달
  • 2008년 11월/ 보도총괄팀장/ 공정방송 요구하는 후배 기자 2명 폭행
  • 2009년 6월/ 보도국장/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스폰서 사실 확인’ 특종 불방
  • 2009년 5월/ 보도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편파 보도 논란
  • 2009년 6월/ 보도국장/ KBS 기자협회 신임 투표서 93.5% 불신임 기록
  • 2011년 6월/ 보도본부장/수신료 인상 추진과정에서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배후로 지목
  • 2011년 7월/ 보도본부장/현대차그룹 관계자로부터 370여 만원 대 골프 및 술 접대
  • 2012년 1월/ 보도본부장/양대노조 신임투표서 84.4% 불신임, 보도본부장 사임
(한국일보, 11월12일)

이 밖에도 고 후보자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미디어스가 11월13일에 보도한 <‘93.5% 불신임’ 고대영 체제의 KBS 보도 살펴보니> 기사를 살펴보자.

5. 그는 막말과 폭행의 달인이기도 하다

고 사장 후보자는 KBS 재직 시절, 유독 후배들을 향해 거친 막말과 손찌검까지 내보인 사람으로 손꼽힌다.

고 팀장은 개편에 반발하는 제작진에 대해 “다음 주 발령받게 될 부서에 2년 동안 유배 생활을 시키겠다”는 등 인사 보복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략)

고 팀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 보도본부 사회팀 사무실을 찾아가 “선배 대접 똑바로 해라. 기자도 아닌 것이 기자인척 하냐”며 사건팀 데스크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PD저널, 2008년 11월 18일)

13일 김경래 전 <미디어포커스> 기자 등 KBS 기자들에 따르면 고 팀장은 지난 12일 새벽 3시께 서울 여의도의 '비트'라는 술집에서 합석하게 된 김경래 기자, 박중석 탐사보도팀 기자와 '징계성 인사 시사 발언' '개편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김 기자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흔들었다. 이후 이를 항의하던 박중석 기자의 머리도 잡고 흔들었다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증언했다. (미디어오늘, 2008년 11월13일)

6. 머리채가 잡혔던 그 기자는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옮겼다. 그리고 청문회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질문을 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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