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베이루트에서 보는 파리 | 아랍인의 생명을 위하지 않는 세상에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망가진 도시는 두 곳이었다. 어제만 해도 베이루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묻던 파리의 내 친구들은 이제 베이루트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 두 나라의 수도 모두 상처를 입었다. 우리에겐 어쩌면 익숙한 일이지만 파리로선 낯선 상황이었다. 이 혼돈과 비극 속에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괴롭히는 생각이 한 가지 있었다. 슬프게도 자꾸 반복되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내 머릿속을 울리는 생각이다. 그건 바로,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 Elie Fares
  • 입력 2015.11.16 07:23
  • 수정 2016.11.16 14:12
ⓒASSOCIATED PRESS

친구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 내게 파리 뉴스를 확인하라고 말했을 때, 나는 내가 사랑하는 도시의 지도를 보며 동시에 테러리스트 공격이 일어나는 지역들을 확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지도를 확인하며 한 곳을 확대했다. 한 곳은 내가 2013년에 살던 거리였다.

뉴스를 읽어갈수록 사망자 수는 늘어났다. 끔찍했다.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2015년의 끝은 2015년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레바논과 프랑스에서 거의 동시에 테러가 일어났다. 가는 곳마다 증오와 공포와 죽음을 퍼뜨리는 정신 나간 사람들의 소행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망가진 도시는 두 곳이었다. 어제만 해도 베이루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묻던 파리의 내 친구들은 이제 베이루트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 두 나라의 수도 모두 상처를 입었다. 우리에겐 어쩌면 익숙한 일이지만 파리로선 낯선 상황이었다.

파리의 무고한 시민 128명이 숨졌다. 며칠 전 베이루트의 무고한 시민 45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늘어만 가지만 우리는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혼돈과 비극 속에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괴롭히는 생각이 한 가지 있었다. 슬프게도 자꾸 반복되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내 머릿속을 울리는 생각이다. 그건 바로,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11월 12일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베이루트의 거리에서 산산조각 났을 때, 헤드라인은 이랬다. '헤즈볼라 중심지에서 폭발'. 도심 밀집 지역의 정치적 배경을 밝히면 테러리즘에 맥락이 생기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런 제목을 달았다.

11월 12월에 베이루트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죽었을 때는 전세계 지도자들이 들고 일어서서 규탄하지 않았다. 레바논 사람들에게 공감을 표현하는 발언은 없었다. 어쩌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잘못 밖에 없었던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을 때, 죽어선 안 되는 사람들이 죽고 깨져서는 안 될 가족들이 깨졌을 때 세계적 공분은 없었다. 누군가의 시체가 시멘트 위에서 타오를 때, 그 사람의 종파나 정치적 배경이 두려운 감정 앞에 붙어서는 안 된다.

오바마는 그들의 죽음이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인류'란 말은 결국 그 말이 가리키는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주관적 단어 아닌가?

미국 상원 의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Everett A. Stern)이 우리 나라 사람이 죽었다고, 내 나라의 수도가 박살났다고,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온갖 종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기쁨을 표현했을 뿐이었다.

우린 헤즈볼라와 ISIS가 계속 서로 폭격하길 바랄 뿐이다.

헤즈볼라는 테러 조직이고, 한 명도 남김없이 쓸어버려야 한다.

더 안전한 미국 = 헤즈볼라와 ISIS 죽이기

나는 헤즈볼라나 ISIS를 향한 어떠한 공격도 지지한다. 오늘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일어난 공격도 마찬가지다.

좋은 소식이다! 헤즈볼라 테러리스트들이 죽었길 바란다. 베이루트 헤즈볼라 요새에서 자살 공격 2건으로 41명 사망

우리 나라 사람들이 죽었을 때, 그 어떤 나라도 자기 나라의 명소에 우리 깃발 색깔 조명을 켜지 않았다. 사소한 일이지만, 페이스북조차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안전한지 확인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서 안전 확인을 해주겠다. 현재 우리는 베이루트의 테러 공격을 거치고도 다 살아남았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죽음은 전세계를 애도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은 국제 뉴스에 섞인 별 상관없는 이야기, 그 동네에선 일어나곤 하는 일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래도 나는 괜찮다. 최근 한두 해 동안, 나는 내가 중요하지 않은 생명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고 살게 되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전세계에서 또 한 번 이슬람 혐오가 일어날 것이다. 극단주의에는 종교가 없고, ISIS 대원들은 진짜 무슬림이 아니라는 기사들이 나올 것이다. ISIS는 물론 무슬림이 아니다. 도덕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ISIS는 반발로 이슬람 혐오가 일어날 일을 해서, 그 반발을 이용해 끔찍한 손가락으로 예민한 마음을 가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것 봐, 저 사람들은 너를 증오해.

그리고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으로 며칠 동안 유럽에서는 흘러들어오는 난민들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더 커질 것이다. 유럽은 난민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11월 13일 파리의 사건의 원인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11월 13일의 파리는 지난 2년 동안 그 난민들의 매일매일이라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나라가 전세계에 당신 나라 국기 색깔 불빛을 켜게 만들 수 있는 나라일 때만 잠 못 드는 밤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파리 테러에 대한 반응 중 더 무시무시한 것은, 일부 아랍과 레바논인들은 자기 나라에 일어났던 일보다 파리 사건 때문에 더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우리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목숨은 그들의 목숨만큼의 가치가 없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죽음은 애도와 기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베이루트 남부보다는 파리를 방문할 가능성이 더 큰 레바논 전체 인구를 생각하면 파리에 더 신경을 쓸 법도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파리의 학살 때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자기 집에서 15분 거리인 곳에서 언젠가 길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죽은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베이루트도 파리처럼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고 세상을 향해 요청할 수도 있고, 페이스북에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안전 확인 버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우리부터가 스스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린 이걸 습관화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새로운 정상 상태이다. 그러나 이게 정상이라면, 정상 따위 지옥이나 가라고 하라.

아랍인의 생명을 위하지 않는 세상에서, 아랍인들은 최전선을 이끈다.

페이스북 팔로우하기 |

트위터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 From Beirut, This Is Paris: In A World That Doesn't Care About Arab Liv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블로그 #파리 테러 #테러 #아랍인 #베이루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