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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의무

가만히 등을 돌리고 머리로 등으로 물대포를 맞고 있는 저 사람에게서 경찰은 어떤 현존하고 중대한 피할 수 없는 위협을 느끼는 건가? 쓰러진 사람에게 계속하여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는 행위에서, 무저항의 사람에게 역시 물대포를 직사하는 행위에서, 저 물대포를 쏘는 경찰의 전혀 통제되지 않는, 그야말로 용납이 되지 않을 정도의 악의가 느껴진다. 그런 개인의 감정을 통제하라고 복무 수칙이 있고 상하 조직이 있는 거다. 시위를 원천봉쇄하지 못하는 것이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이런 무도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다.

  • 김세정
  • 입력 2015.11.16 05:09
  • 수정 2016.11.16 14:12

개인, 즉 사인(私人)은 제가 속한 국가의 정책에 대하여 반대를 할 권리가 있다. 국가를 사랑하지 않거나 더 나아가 미워할 자유도 있고. 반면 국가에겐 그 국민을 미워할 권리는 물론이고 자유도 없다. 개인은 사람이므로 권리와 의무가 있지만, 국가는 사람이 아닌 거다. 그러니 국가에겐 권리가 없다. 그러나 법에 의해 주어진 강력한 권한(權限)이 있는 거고 그 권한이 매우 강력하므로 법에 의해 통제를 받는다. 통제를 받아야만 한다.

국가를 대신하여 공권력을 행사하는 개개인은 그 사상의 차이라거나 임무의 어려움이라거나 순간적 공포라거나 기타 여러 사유로 눈앞의 다른 개개인을 미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권력을 행사하는 개개인이 눈앞의 개개인을 상대로 개인으로서나 집단으로서 법에 의하여 부여 받은 이상의 행위나 정해진 절차를 위배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 그것이 공권력 권한의 한계이다. 공권력의 주체, 여기서는 경찰이 법에 의하여 부여 받은 이상의 행위를 하거나 정해진 절차를 넘어서는 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므로 다른 공권력 행사 주체는 이와 같은 위법행위를 목격했을 때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제 국민을, 그가 내뱉는 주장이 어떤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다. 국가는 오로지 국민이 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법에 의거해 법에 정해진 만큼만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국민의 주장 및 행위가 법에 어긋나는 경우 국민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거하여 그만큼 처벌받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게 현대 민주주의 법치국가가 매우 기초적인 개념으로 상정하고 있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다. 매우 뻔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길게 썼는데 무슨 얘기냐면, 국민은 시위를 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시위에 불법적인 양상이 있다면 그래서 경찰이 이를 막았어야 한다면 적법하고 적절하게 막는 선에서 그쳐야 하고, 그러나 시위를 막으려 하는 와중에도 경찰은 시위 참가자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은 차후의 문제고 적법절차에 따라야만 하는 문제다.

차벽 설치는 그래, 해당 시위에 의하여 임박한 위험이 명백 현존하고 그 차벽 설치 이외에는 효과적으로 위험을 차단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큰 위험이어서(2011년 헌재 결정), 다시 말하면 시위가 너무너무 겁나 위험하고 도저히 차벽이 아니면 광화문을 보호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그래서 위법이 아니라 우기고 있다 치고, 하여간 뭐 시위가 완전히 불법적 폭력적이었다 치고, 그래서 물대포도 쏘고 하물며 그 물에 캡사이신도 섞었다고 치고, 그 모든 안전수칙을 무시한 것도 시위대가 너무 겁나고 무서워서 비이성적인 상황이었다고 치고, 쓰러져서 더 이상 항거를 못 하는 국민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는 건 대체 어떤 논리로 허용이 되나?

© 여행자까 환타의 트위터 / 딴지일보

가만히 등을 돌리고 머리로 등으로 물대포를 맞고 있는 저 사람에게서 경찰은 어떤 현존하고 중대한 피할 수 없는 위협을 느끼는 건가?

쓰러진 사람에게 계속하여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는 행위에서, 무저항의 사람에게 역시 물대포를 직사하는 행위에서, 저 물대포를 쏘는 경찰의 전혀 통제되지 않는, 그야말로 용납이 되지 않을 정도의 악의가 느껴진다. 그런 개인의 감정을 통제하라고 복무 수칙이 있고 상하 조직이 있는 거다. 시위를 원천봉쇄하지 못하는 것이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이런 무도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다.

쓰러진 피해자에 물대포를 계속 발사한 행위에 대하여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물대포를 쏜 경찰관이 피해자가 넘어진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다면 이는 업무상과실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과실이 어떻게 하여 발생한 것인지, 이를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진정 과실인지 기타를 조사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 역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무장관은 불법 시위에 대하여 엄단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불법을 행했다면 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아야 한다. 공권력도 마찬가지다. 법무장관은 공권력의 의무 위반 및 불법적인 행사에 대하여 역시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할 의지를 밝혀야만 한다. 법치국가라면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그 권한을 부당하거나 불법적으로 남용하는 공권력은 불법행위를 하는 사인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고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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