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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넘쳐나도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3가지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5.11.13 13:30
  • 수정 2015.11.13 13:36
ⓒgettyimagesbank

1. 2013년부터 우유 재고량이 급증했다

우유 재고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2011년 발생한 구제역이 발생해 전국의 젖소 10%가 도축됐다. 당연히 우유가 모자라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가에 증량 요청을 했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과잉생산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낙농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를 원유로 환산한 양은 올해 9월 기준 26만2천659t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18만7천664t)보다 40% 많은 양이다. 분유 재고량은 작년 11월에 2003년 이후 11년 만에 20만t을 넘고 나서 1년 가까이 매달 20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13일)

분유 재고량의 위험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통계작성 45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우유업체의 분유(粉乳) 재고량이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올 3월 분유 재고량(2만2309t)은 낙농진흥회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45년 만의 최고치였다. 5월 재고량(2만1564t) 도 적정 재고량(5000~7000t)의 3~4배에 달한다. 우유업체들은 우유와 유가공 제품을 만든 뒤 남은 원유(原乳)를 말려 분유로 보관한다. 분유 재고 급증은 국내 우유가 그만큼 남아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상태라면 올 연말 분유 재고량이 최대 3만t에 달해 최악의 공급 과잉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7월6일)

2. 원유가 연동제란?

원유가격연동제는 2011년 도입이 결정됐다. 과거 원유가격은 일정한 근거규정 없이 3~5년 주기로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극심한 갈등을 겪어가며 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합리적으로 원유가격을 정하고 이 가격에 연동해 우유 값을 조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매년 8월 원유가격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중앙일보, 2013년 8월20일)

2011년에 도입된 제도는 2013년 6월, 농림부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본격화 됐다. 당시만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농림부는 ‘고품질 우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낙농산업 선진화 대책’이라는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① 첫째로 계절적 수급 불균형을 줄이고, 집유주체1)별 생산쿼터를 관리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2)를 해소하여 연중 안정적으로 수급관리가 될 수 있도록 전국단위 수급조절제와 가공원료유 지원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1) 원유를 수집 이용하는 유업체, 협동조합을 말하며 전국에 22개가 있음

2) 전국적 수급균형에도 집유주체별 공급 과부족이 상존하며, 집유주체별 생산량 관리로 농가간 형평성 결여

안정적인 원유 수급관리를 위해 전국단위 수급조절제를 도입하여

- 집유주체별로 관리하는 원유 생산량이 단기적으로 남거나 모자랄 경우 해당 원유를 타 집유주체에 공급하여 조기에 수급안정을 기하고,

- 장기적으로는 생산자-수요자-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수급조절협의회’를 운영하여 자율적인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계절적 수급 불균형 해소와 국내산 유제품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성수기 생산 확대를 위한 농가지원 강화, 비수기 잉여원유의 가공원료유 활용을 확대하도록 지원한다.

② 둘째로, 3~5년 주기로 원유가격 결정시마다 낙농가와 유업체 사이에 반복되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우유생산비와 연계한 원유가격 연동제를 ‘13년 8월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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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셋째로, 장기간 미해결 과제이던, 원유의 성분위생수준 가격체계도 소비자 기호변화 충족을 위해 현재 유지방 함량중심에서 ‘14.1월부터 유단백질 기준을 새로이 신설하여 시행한다.

* (현행) 유지방, 체세포수, 세균수 → (개선) 유단백질 추가

넷째로,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유지발전을 위하여 생산성 향상과 소비기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규후계농가를 대상으로 집유주체별 납유권 임대제도를 도입하여 농가의 초기 투자비용을 낮춤으로서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규모화를 확대시켜며

* 신규·후계농가 납유권 임대 : 최대 1톤/농가(3년 거치 7년 회수)

육성우 전문목장 조성사업을 추진하여 육성우 사육비율을 낮춤으로써 원유품질향상, 동물복지증진, 생산비 절감 등을 도모할 계획이다.

* 육성우목장 조성사업 : 60억원/개소 지원(2년차 사업, 국비30% 융자50 자담20)

수출확대를 위해 유제품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청소년기 우유 음용습관 형성을 위해 학교우유급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13년도 공동 마케팅 예산 : 7억원(낙농자조금)

** 차상위계층 무상 지원 : (현재) 초등 → (계획) 중고등까지 확대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우리 낙농산업은 FTA 등 시장개방 확대 등에도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품질좋은 우유 및 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화려한 미사여구로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3. 공급이 넘쳐도, 우유 가격을 내릴 수 없는 구조

결국, 제도 시행 2년 만에 이 같은 우유 재고가 급증하자 폐지를 점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3년에는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약 13% 올랐다. 지난해는 ℓ당 인상요인 25원이 발생했으나 가격을 동결했다. 올해도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ℓ당 15원의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어려운 수급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지난 6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정해 올해 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원유 기본가격은 전년과 같은 ℓ당 940원이다. 하지만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하고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원유가격을 도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11월13일, 연합뉴스)

MBN 11월6일 보도에 따르면 "낙농가의 생산비를 감안해 우유가격을 정하도록 한 원유가 연동제도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우유 값이 생산가격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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