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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발견' (3) 덕인당 : 당신이 여태 먹어보지 못한 '꿀빵'의 바스락거림

전국 팔도의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식당의 발견》 시리즈 그 두 번째 편(사진 한상무, 글 원성윤)이다. 제주도의 식당을 소개한 전편에 이어 통영, 진주, 남해, 사천의 식당을 찾았다. 굵직굵직한 관광도시에 밀려, 평범한 시, 군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하나 하나가 전통과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지역이다. 조선 해군의 중심 도시이자, 충무공의 넋이 깃든 통영. 경남 행정의 중심지이자 교육, 교통의 요지인 진주. 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남해. 그리고 우리에게 삼천포로 더 잘 알려진 사천까지. 『식당의 발견: 통영, 진주, 남해, 사천 편』에서는 해당 지역의 대표 식자재를 다루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책 '식당의 발견'에 소개된 17곳의 식당 가운데 8곳을 선정,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연재한다.

덕인당은 큰 제과점이었다. 1978년 개업해 수십 가지가 넘는 양과자를 팔았다. 1983년엔 뉴욕제과를 차렸다. 그렇게 떵떵거렸던 덕인당은 왜 변변한 간판도 없이 진주 중앙시장 안으로 왔어야만 했을까. 씁쓸한 이야기에 방용선 사장은 멋쩍게 웃었다. “다 말아무삐쓰(말아 먹었어). 너무 크게 하니까 감당이 안 된기라. 가족끼리 문제도 좀 있었고...”

미련없이 시장으로 들어왔다. 집도 없었다. 세를 얻어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가게를 일으켜 세워야만 했다. 그러기를 어언 30여 년. 이제는 아들 방세준 씨도 합류했다. 세준 씨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재원. 덕인당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하던 일도 모두 관두고 고향 진주로 내려왔다.

바닷가에서 나는 음식은 식재료가 음식의 8할이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음식이 꽃을 피우기 마련. 하지만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내는 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덕인당 ‘꿀빵’도 그렇다. 팥과 밀가루를 이용해 빵을 만들어내는 집은 부지기수로 많지만 잘하는 집은 극히 드물다. 이를 결정짓는 건 손맛과 배합이 8할, 타이밍이 2할이다.

옆에서 빵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먼저, 중력분을 놓고 반죽을 시작한다. 옛날식 반죽 칼로 자로 잰 듯 꿀빵보다 작은 크기로 썰어낸다. 적단앙금을 반죽에 조금씩 떠서 차곡차곡 넣는다. 1차로 빚은 반죽을 튀긴다.

이때부터가 핵심이다. 시럽을 넣고 30분간 졸인다. 생깨를 넣어본다. ‘톡톡' 튀어오르기 시작하면 땅콩과 깨를 넣고 재료를 섞는다. “눈 대중으로 보고 됐다 싶을 때 꺼내. 조금 더 되면 화근내(탄내)가 나서 안돼. 와리[배합(割合-와리아이)의 일본말]가 나쁘면, 빵을 씹을 때 막 이 사이에 찐득찐득하게 옮아 붙는다아이가.”

갓 구운 꿀빵을 한입 베어 물어 본다. 단단해 보이는 시럽 덩어리가 바스락거리며 부서진다. 고소한 깨와 땅콩 내음과 캐러멜 맛의 달콤함이 입안을 감돈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는 말에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최고의 궁합이다.

“돌아오라! 덕인당의 영광이여”

“옛날에는 밥도 올키(제대로) 못 묵고 그라이까네, 밥만 미주면(먹여주면) 가서 일하고 했어.” 까까머리 소년은 얼굴에 수염이 나기도 전, 15살 때부터 빵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고 오면 책가방을 던지고 진주 대길당에서 하나씩 배워나갔다. 양과자를 배우기 위해 부산, 대구 등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일을 배웠다.

1960년대에 덕인당을 처음으로 차렸다. 방용선 사장은 당시로써는 상당히 늦은 나이인 33살에 결혼했다. 부인 김덕열 할머니는 “당시 빵집에는 분식점을 해서 떡볶이, 콩국수, 만두도 팔았는데 참 장사가 잘 됐다”고 회상했다. 버스가 많이 없던 당시, 학생들은 집까지 걸어가다 ‘덕인당’에서 꼭 분식을 먹고 갔다. 세월은 흘렀고, 덕인당을 찾는 발길도 줄어들었다. 동네 시장 빵집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던 ‘덕인당’은 2011년, 지상파 방송에 조금씩 모습을 비치며 다시 한 번 이름을 시작했다. “나는 내 꿀빵이 맛있다고 자신했다. 다 때가 오는 모양이다.” 79살의 방용선 사장은 아직, 현역이다.

꿀빵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통팔달로 전국에 고속도로가 놓이고 KTX와 비행기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을 들어설 무렵부터였다. 지역마다 관광지와 맛집들이 떴다. 관광객들은 돌아가는 빈손이 심심하지 않게 선물을 사 들고 올라갔다.

그 손에는 각 지역의 빵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처럼 맛과 역사성 모두를 가진 곳도 있었지만, 관광지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뜨는 빵도 있었다. 철학 없이 생산된 빵들은 저마다 형태를 달리하며 분화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은 맛인지, 그른 맛인지도 모른 채 상표만 날름 따와 ‘명물’이랍시고 팔고 있다. ‘

꿀빵’은 그런 모방을 하기에 가장 손쉬워 보이는 품목이다. 하지만 베이식으로 파고 들어가면 ‘꿀빵’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통영의 꿀빵은 실패했다. 팥과 밀가루와 시럽이 서로 융화되지 못한 채 겉돈다. 동네 빵집의 팥빵 이상 맛을 내지 못한다. 관광객 누구 하나 통영의 꿀빵을 맛있다고 하질 않는다. 통영 꿀빵을 먹어본 이들은 하나 같이 ‘덕인당’에 손을 들어준다. 식감, 맛, 향 모두 덕인당 꿀빵이 앞선다.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덕인당

  • 메뉴 : 5개 3,000원 10개 6,000원 18개 10,000원
  • 주소 : 진주시 장대로 43번길 12-1
  • 전화번호 : 055-741-5092

책 '식당의 발견'(통영, 진주, 남해, 사천의 맛)은 전국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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