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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몇 안 남은 일본 듀공 구하기

일본 듀공의 서식지는 오키나와 주재 미군기지의 확장을 위해 두 개의 활주로로 바뀔 계획에 처해 있습니다. 아마도 듀공만큼 평화롭게 살아가는 해양 동물은 없을 겁니다. 거대한 몸집을 지녔지만, 해변의 식물을 뜯어먹고 사는 채식 동물인 듀공은 연안수역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닙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어 전설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죠.

안녕하세요, 저는 그린피스 뉴질랜드 사무소 해양보호 캠페이너 칼리 토마스라고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일본 듀공의 서식지가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어 이를 알리기 위해 여러분께 글을 씁니다.

일본 듀공의 서식지는 오키나와 주재 미군기지의 확장을 위해 두 개의 활주로로 바뀔 계획에 처해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지난 18년간 지속적으로 미군의 매립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바로 이들의 목소리에 동참하기 위해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지금 오키나와에 와 있습니다.

뉴질랜드 사람인 제가 어린 시절 처음 그린피스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는, 그린피스 운동 중에서도 특히 '평화'와 관련된 문제들이었습니다. 당시 그린피스는 지역 주민들과 연대해 남태평양에서 진행되는 핵무기 실험에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핵운동의 결과로 그린피스는 첫 번째 레인보우 워리어호와 함께, 당시 승선해 있던 사진작가 페르난도 (Fernando Pereira)의 생명을 잃는 참혹한 결과를 맞게 됩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국가 권력을 동원해 자행했던 테러 행위로, 프랑스 정부의 비밀 요원에 의해 설치된 폭탄이 폭발하면서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침몰했던 사건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비극적인 사건이 뉴질랜드를 핵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30년 전 침몰한 첫번째 레인보우 워리어호

당시 저는 학교에서 핵전쟁의 위험에 대해 배우고 있었는데, 레인보우 워리어호 테러 사건을 계기로 핵의 공포가 매우 실제적인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폭발이 핵전쟁을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로 느끼게 해 준 것이었죠.

그 후 저는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해양 보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2005년에는 오키나와 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듀공을 보호하기 위해 항해를 시작했던 두 번째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 승선하게 되었죠. 당시 오키나와 주재 미군은 듀공이 서식하고 있는 산호초 지대를 바로 가로질러 기지 활주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로 인해 듀공은 큰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아마도 듀공만큼 평화롭게 살아가는 해양 동물은 없을 겁니다. 거대한 몸집을 지녔지만, 해변의 식물을 뜯어먹고 사는 채식 동물인 듀공은 연안수역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닙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어 전설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죠.

당시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항해는 저를 그린피스로 이끌었던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 생물을 보호하는 것, 듀공뿐 아니라 헤노코베이(Henoko Bay)의 무수한 산호초들과 엄청나게 다양한 클라운 피쉬(니모와 그의 사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산호초 지대와 해변 식물에 사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함께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오키나와에 사는 듀공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은 생존(existence)이라는 기본적 가치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현재 멸종 위기로부터 살아남은 듀공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일본은 현재 이처럼 남아있는 소수의 듀공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듀공의 멸종을 막기 위한 투쟁은 오키나와 지역 사회의 평화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군의 기지는 오키나와 섬을 장악해왔고, 이는 지역사회에 심각한 문제들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주재 미군기지 확장으로 위협받고 있는 듀공의 서식지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듀공들의 서식지에 또다시 새로운 미군기지 활주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군대가 지역 주민들의 삶의 가치, 그리고 자연 보호라는 가치를 짓밟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기도 합니다. 천혜의 야생지역과 해양 지역을 보호하는 것은 "그린"과 "피스", 즉, '환경'과 '평화'의 가치 모두를 지켜내는 일이며, 이는 결국 '비폭력'이라는 가치가 전쟁과 갈등을 이겨내는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10년이 지난 후 다시 오키나와를 방문하게 되는 지금, 저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낍니다. 오키나와로 돌아가는 길이 슬픈 이유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산호에 구멍을 뚫고 그 위로 콘크리트를 포장해 기괴한 거대 건물을 만들어 전투기를 이착륙시키려는 계획은 아직도 철회되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당시에 철회되었어야 함에도 말이죠.

10년 전 듀공 보호 캠페인을 위해 두번째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오키나와를 방문했던 모습

하지만 여전히 지역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평화와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투쟁에 동참하여 그린피스 역사상 세 번째로 "레인보우 워리어"라는 이름을 가진 배를 타고 이곳 오키나와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는 점은 저에게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다시 한번, 얼마 남지 않은 듀공을 멸종의 위기로부터 구하고 해양을 보호하며 평화를 확산시키기 바라는 지역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듀공과 오키나와의 헤노코베이를 살리고자 하는 그린피스의 노력에 여러분도 함께 해 주세요!

글: 칼리 토마스 / 그린피스 뉴질랜드 사무소 해양 보호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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