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바다의 격투기 챔피언

맨티스 쉬림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앞다리는 용수철 기능이 있는 말안장 모양의 조직으로 몸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를 이용해 용수철이 눌렸다가 힘차게 튕기듯이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속도가 초속 20미터 이상으로 총알처럼 빨라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먹잇감이 맞으면 기절하거나 껍질이 부서진다. 맨티스 쉬림 때문에 수족관이 깨진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부들이 맨손으로 잡으려다가 엄지손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 장재연
  • 입력 2015.11.13 10:03
  • 수정 2016.11.13 14:12

바다생물 이야기 6. 바다의 격투기 챔피언, 맨티스 쉬림

맨티스 쉬림(Mantis Shrimp)은 '사마귀처럼 생긴 새우'라는 뜻이지만, 새우와는 전혀 다른 바다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다의 가재'라는 뜻으로 갯가재라고 부르지만, 가재와도 다르다. 맨티스 쉬림은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억 년 전부터 진화해 왔고, 지금은 4백종이 넘게 있는 독립된 생물종이다. 고대 아시리아 기록에서도 확인되는 등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바다생물이다. 물론 우리나라 자산어보에도 실려 있다.

만티스 쉬림 ⓒ장재연

같은 갑각류에 속하는 바다생물 중에서 게, 랍스터가 오히려 새우와 촌수가 가까워서, 다리가 열 개라는 뜻의 십각목(十脚目)에 속한다. 맨티스 쉬림은 이들과 달리 입에 다리가 있다는 뜻의 구각목(口脚目)에 속한다. 새우, 게 등 대부분의 갑각류가 죽은 생물을 먹는 등 소극적인 먹이활동을 하는데 비해 맨티스 쉬림은 먹이를 기절시키고, 죽이고, 절단하는 등 아주 난폭한 사냥꾼이다. 크기는 불과 10cm 정도이고, 큰 종이라고 해도 30cm 정도인데 이럴 수 있는 것은 막강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기가 바로 입 쪽에 달린 앞다리다.

맨티스 쉬림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앞다리는 용수철 기능이 있는 말안장 모양의 조직으로 몸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를 이용해 용수철이 눌렸다가 힘차게 튕기듯이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속도가 초속 20미터 이상으로 총알처럼 빨라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먹잇감이 맞으면 기절하거나 껍질이 부서진다. 맨티스 쉬림 때문에 수족관이 깨진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부들이 맨손으로 잡으려다가 엄지손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바다세계의 격투기 경기를 열면 챔피언은 만티스 쉬림 차지가 될 것 같다. 맨티스 쉬림은 주먹만 센 게 아니라 특별한 눈도 갖고 있다.

망치처럼 생긴 앞다리가 강력해 보인다 ⓒ장재연

맨티스 쉬림은 동물 중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의 눈을 갖고 있어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바다생물이다. 자외선에서 적외선까지 가장 넓은 파장 영역의 빛을 감지할 수 있고, 눈은 다른 동물과 같이 두 개이지만 눈동자가 한쪽에 세 개씩, 총 여섯 개가 있는 형태다. 색깔을 감지하는 광수용체가 인간이 세 개인 반면에 맨티스 쉬림은 무려 12개로 동물중에서 가장 많다. 참고로 개는 두 개를 갖고 있다.

사람은 빨강, 파랑, 초록 등 세 가지 색을 감지하는 광수용체의 정보를 뇌에서 종합해서 색깔을 구분하는데, 세 개의 수용체만으로도 백만 가지 이상의 색깔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12개의 수용체를 가진 맨티스 쉬림이 보는 색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하고 과학자들이 궁금해 한 것이다.

그런데 2014년에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호주 퀸즈랜드 대학의 연구논문에 의해 맨티스 쉬림이 색깔을 예민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광수용체가 사람보다 4배가 많은데도 색깔 구분 능력에서 별 차이가 없어 맨티스 쉬림의 눈에 대한 환상적인 기대가 무너졌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그러나 맨티스 쉬림은 광수용체에서 색을 바로 구별함으로써 사람처럼 시신경을 통해 전달된 신호를 뇌에서 종합할 필요를 최소화하는, 다른 동물들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라는 연구진의 해석이다.

이어서 맨티스 쉬림은 이런 독특한 눈으로 편광을 인지할 수 있어 다른 동물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이런 기능은 암세포를 일반세포와 구별하여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개발가능하다고 한다. 편광 인지 능력은 색깔 구분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맨티스 쉬림이 갖고 있는 독특한 능력 때문에, 생물의 생리작용이나 구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과학자들의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Pink-Eared Mantis Shrimp ⓒ장재연

Tiger Mantis Shrimp ⓒ장재연

Lisa's Mantis Shrimp ⓒ장재연

맨티스 쉬림은 어둑어둑해지거나 밤에 먹이 활동할 때 말고는 주로 구멍에 들어가 있고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맨티스 쉬림 수중 사진은 주로 얼굴이나 상반신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공작 (Peacock) 같다는 이름의 Peacock Mantis Shrimp, 핑크빛 귀를 가졌다는 뜻의 Pink-Eared Mantis Shrimp 등이 특히 색깔과 자태가 아름답다. 수수한 색깔이지만 깔끔하고 귀티 나는 종류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만티스 쉬림에 관해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알을 잔뜩 안고 있는 장면을 보았을 때였다. 난폭한 사냥꾼, 강력한 주먹의 격투사도 자식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든 생명체의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정신, '모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알을 품고 있는 만티스 쉬림(Peacock Mantis Shrimp) ⓒ장재연

* 바다생물 이야기 연재 보기

* 필자의 블로그 방문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바다생물 #바다생물 이야기 #만티스 쉬림 #갯가재 #장재연 #라이프스타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