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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2세가 뜬다

ⓒShutterstock / kurhan

천안의 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최혜림(28)씨는 2013년 7월 보험업계에 발을 내디딘 3년차 설계사다. 졸업 뒤 서울에 있는 한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최씨에게 보험설계사를 권한 이는 어머니였다. 최씨는 “엄마가 ‘설계사는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우선 교육이라도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다”며 “올해로 18년째 설계사로 일하신 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별다른 선입견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한달 평균 소득은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보다 두배가량 많은 300만~400만원이다. 최씨는 “나중에 엄마가 설계사 일을 그만두시면, 엄마의 고객들을 물려받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최씨의 어머니 김화자(52)씨는 1100여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김씨는 “모녀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 정보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사이도 더 돈독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부모의 직업을 이어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2세 설계사’가 늘고 있다. 성공한 1세대 보험설계사는 자신의 ‘자산’인 고객을 자녀에게 물려주려 하고, 2세 설계사는 부모의 능력을 발판으로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려 한다. 이제 보험설계사가 ‘가업’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2년차 보험설계사 이정식(30)씨도 2세 설계사다. 대학 졸업 뒤 2년 정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이씨 역시 어머니의 권유로 설계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씨는 “부모님의 우산에 자신의 노력까지 더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지 않겠냐”며 “어머님이 은퇴하시면 그 고객들의 보장자산을 리모델링하고, 또 그 고객의 자녀들까지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 1위 업체인 삼성화재에만 이런 2세 설계사가 150여명에 이른다. 보험업계 전체로는 1500~2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2세 설계사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2세 설계사들은 부모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보다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영업 노하우는 물론 부모가 퇴직하면 고객까지 물려받을 수 있으니 정착률이 높다.

보험설계사가 점차 전문직종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도 영향을 끼쳤다. 보험이 단순한 ‘보장’을 넘어 ‘자산 관리’의 하나로 확장되면서 설계사의 전문성이 갈수록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2세 설계사들이 보험업에 평생 비전을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중년 여성이 주로 보험영업을 하던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세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아줌마들이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을 팔던 시대는 갔다. 최근에는 개인재무설계사(AFPK) 등 각종 전문 자격증에 도전하는 젊은 설계사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보험회사들은 2세 설계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교보생명 등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 원할 경우, 2세들을 설계사로 교육시켜 가업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삼성화재는 2010년부터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해 금전적 지원도 하고 있다. 이승리 삼성화재 홍보과장은 “자녀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하면 1세 설계사는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서도 ‘대를 이은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재 가업 승계 프로그램에 지원한 2세 설계사가 30여명 정도 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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