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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출신 경제전문기자가 제안하는 생존전략

  • 김병철
  • 입력 2015.11.09 11:07
  • 수정 2015.11.10 09:40

"경제를 아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박종훈 KBS 경제부 기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진화경제학)를 받았다. 한국은행에 입행했다가 1998년 KBS에 입사해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KBS 홈페이지에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칼럼을 연재했다. 칼럼이 나오는 날 KBS뉴스 사이트 '페이지뷰'의 5분의 1이 그의 글에서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에게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생존의 시기’가 왔다고 답했다.

1. 인구 쓰나미가 온다.

- 2016년, 한국경제가 대격변기를 맞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인구 구조 변화를 보자.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다가 2012년 정점을 찍었다. 이게 2015년까지 이어지다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해서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구조는 송두리째 바뀌게 될 것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 추이

출처: 통계청 내려갈 일만 남았다.

청년이 사라지면 부동산 같은 ①자산시장이 흔들린다. 기존 세대의 부동산을 사줄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 가구와 같은 ②내구재 소비도 감소한다. 마지막으로 첨단 제품의 ③테스트 베드가 흔들린다.

세계와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 2015년, 2060년

출처: 통계청 오른쪽 아래 그래프를 보자.

1989년 거품경제가 붕괴된 일본은 1991년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었고, 20여 년간 장기 불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과 영국은 200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했는데, 바로 다음해부터 경제위기가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와 부동산 가격의 변화

출처: Matt King, Global Head of Credit Products Strategy, Citigroup

청년이 줄 때 부동산 가격도 떨어졌다.

- 경제성장은 인구증가가 수반돼야만 하나.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언젠가 정체될 것이다.

= 경제성장 동력은 세 가지다. ①자본의 추가 투입, ②생산성 증가, ③인구 증가. 인도 같은 나라는 가능하지만, 한국 같은 성숙된 경제에서 ①자본의 추가 투입으로 경제성장은 어렵다.

또 기술 수준이 이미 엄청나서 ②생산성 증가 속도가 빠르게 더뎌지고 있다.(뉴노멀)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총요소생산성(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1% 증가했으나 2013년엔 -0.1%로 떨어졌다.

총요소생산성(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출처: The Conference Board Total Economy Database™

그래프 오른쪽 끝을 보자.

1957년 미국 보잉사는 최고 시속 1,010km인 경이적인 여객기 B-707를 발표했다. 100년 전 가장 빠른 운송수단인 증기기관차(30km)의 30배다. 그런데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인간의 이동속도는 1,000km라는 한계에 묶여 있다. 기술 진화는 정체되기 마련인데, 50~60년 주기로 오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2030년쯤에야 온다.

남은 건 ③인구 증가다. 그 동안 한국 경제는 청년 층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인구 보너스(Bonus)'를 한껏 누리며 빠른 성장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인구 오너스(Onus)' 시대를 맞아 성장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다른 요소가 정체된 상황에서 마지막 성장동력인 청년 인구까지 준다면 한국의 잠재성장력을 더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

-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하는가.

= 인류 역사로 보면 대부분 정체된 상태였다. 한 해 0.1%도 성장하지 못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건 200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남아있다.

세계 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추이

출처: mss research 산업혁명의 결과

그 동안 빠른 성장 속에서 부유층의 파이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의 파이도 함께 늘어나면서 사회불안은 괜찮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성장 정체 후다.

저소득층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성장 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다. 부유층이 성장 정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몫만 챙기려 한다면 사회 불안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공정한 분배는 자본주의의 기틀이다.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기본 시스템과 규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구조에서 도대체 누가 최선을 다하겠는가. 그 믿음조차 깨지면 안 된다.

2. 불황이 깊숙이 들어왔다.

- 무역수지를 보면 불황형 흑자다.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 속도가 더 빨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왜 그런가.

= 소비, 투자 모두 줄고 있다. 한국은 굉장히 오랫동안 무역 적자였다. 투자를 위해 생산설비를 수입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적자였다.

지금의 무역 흑자는 투자가 엄청나게 줄었기 때문이다. 내일의 성장 동력을 갈아먹는 흑자다. 그리고 소비도 줄었다. 우리는 기업 경쟁력을 위해 근로자 임금 상승을 억제하니까 소비가 살지 않는 거다.

내년 화두는 환율 전쟁인데, 각국이 자국 화폐를 평가 절하할 거다. 그런데 우리는 임금을 억제했기 때문에 전 세계는 "한국은 흑자니까 원화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환율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 동안 공든 탑이 무너진다. 잘못된 정책이다.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서 환율 전쟁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

-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건 민간 소비에 달려있다는 얘기인가.

= 아니다. 정부는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빚더미 정책이 나왔다. 양적완화, 부동산 부양책은 내일의 소비를 오늘로 당기는 것뿐이다. 결국 가계가 돈을 벌어야 한다. 한국 저축률은 6%다. 소비할 만큼 하고 있다.

이대로 몇 년이나 가겠나. "빚져서 소비하라"가 끝나면 '엔드게임(End Game)' 상황이 온다. 정책 수단이 더 이상 없게 된다. 모르핀으로 고통을 잊게만 하지 말고, 가계가 돈을 더 벌 수 있게 해야 소비 기반이 확충된다.

그와 더불어 청년들이 경제 자립을 해야 한다. 2014년 2030대 가구주 소득 증가율은 0.7%였다.(50대 7%대, 60세 이상 4%대) 청년의 기반이 없다는 건 대한민국의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주황색 선을 보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소득(임금)주도 성장론을 언급하기는 했다. 마찬가지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건가.

= 지금은 한국은 중소기업이 공정한 분배를 못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제 몫을 받으면 거기 일하는 근로자가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

- 대기업이 결단하면 된다는 건가.

= 그렇지 않다. (책임은) 정부에 있다. 자본주의가 "시장에 맡겨라"인데, 시장에도 룰이 필요하다. 1900년대 미국은 우리와 같이 정글이었다. '석유왕' 록 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독점력으로 다 죽이고, 하청업체는 착취하다시피 했다.

스탠더드 오일을 문어로 표현한 그림

Public Domain

그러자 미국 정부가 불공정 거래(독점 폐해)로 기소했고, 1911년 법원이 스탠더드 오일을 해체했다. "해체하면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 그러자 각 분야에서 신규 창업 기업이 나타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미국 경제의 공정한 룰을 만든 건 정부와 법원이다.

3. 2030 빚만 늘었다.

- 연말께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쉽게 설명해달라.

= 사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12월에 올릴 확률도 반반이다. 올리더라도 세계적으로 환율 전쟁 중이라 미국이 지속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낮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 9, 10개월 후 정도 따라 올린다. 장단점이 있다. 부채 때문에 가계에는 불리하지만, 수출기업에겐 좋다. 금리 1%만 올려도 가계가 거의 12조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문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면 더 이상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이 없어진다.

가계 입장에선 빚에 지배되지 않게 빚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 양적완화에 충실하게 부합해 빚을 늘리는 건 2030이다. 실제 2014년 가구주가 40~50대인 가구는 전년보다 빚이 줄었지만, 30세 미만은 빚이 한 해 만에 11.2%나 늘었고, 30대도 7%나 늘어났다.

- 왜 2030의 빚만 늘어났나.

= 전세 보증금이 폭등하니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대출 받아 집을 산 거다. 부동산 상승세의 막차를 탄 것일 수도 있다. 상승세는1, 2년 안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부동산 시장 예측이 어려운 건 정부 때문이다. 시장 힘만으로는 이미 떨어졌다. 그걸 정부가 40차례 정책을 내서 하락을 막은 거다. 정부 리스크만 없다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앞으로) 또 어떤 반 시장적인 부양책을 쓸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하락하려는 시장의 힘과 그걸 막으려는 정부의 힘이 싸우는 중이다.

*편집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각각 60%와 70%로 완화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내리고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출처: 한겨레 정부의 부동산 띄우기가 성공했다.

-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 부동산 거래량이 많이 증가했다.

= 내년 상반기까지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없다면 2017년 하반기부터는 힘들다. 작년부터 분양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입주가 시작하는 2017년부터 미분양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올해 밀어내기 한 게 2018년 입주가 시작되면 공급 과잉이 엄청나게 된다.

그런데 결국 2030이 이렇게 집을 사는 건 내일 집 살 사람을 오늘 사게 한 거다. 내일의 수요 기반은 더 약화된다. 차곡차곡 모아서 미래에 살 사람을 너무 조급하게 만들어서 몇 억씩 빚지게 한 거다. 오늘 부동산 시장 가격을 유지하는 게 내일의 가격을 더 위험하게 한다.

-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돼왔다. 예상되는 충격이 시장에 선 반영되어 있는 것 아닌가?

=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사를 잘 봐야 한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건 경제가 성장하면서 당연한 거다. 우리가 봐야 하는 건 가계부채 증가율이다. 금리 인상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위험을 분산하기는커녕 계란을 한 바구니(부동산)에 담았다.

출처: 연합뉴스

가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 60세 이상의 경우 부동산이 순 자산의 90%(부채 제외)다.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오면 경제 전체로 화재가 옮겨 붙는다. 자꾸 빚내서 집 사게 하는 건 정부가 지양해야 하는 정책이다. (정치인들이) 내 임기만 보면 안 된다.

목돈 없어도 청년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지금 중장년을 위한 부동산 정책만 하고 있는데, 투 트랙(청년, 중년)으로 가야 한다.

- 정부도 그런 취지로 행복주택을 만들기는 했다.

해당 지역에서 반대하는데(서울 목동에 예정됐던 행복주택은 주민 반발로 지난 7월 백지화됐다.) 정말 큰 착각이다. 청년이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들이 돈 모아서 비싼 부동산을 사줘야 하는데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은 없고 오늘만 있다.

목동의 힘!

미국 CIA(중앙정보국) 월드 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25명으로 224개국 중 세계 최하위권인 220위다. 이렇게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도 아무런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라는 정말 흔치 않다.

독일은 초고령사회가 오자 가장 먼저 청년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최장 25세까지 모든 어린이, 청년이 20만원 안팎의 아동수당을 받는다. 또 대학은 무료고, 대학생들은 한 달에 최고 80만원까지 생활비를 빌릴 수 있다. 갚을 때는 이자는커녕 원금의 절반만 갚으면 된다. 그런데 이걸 독일은 경제가 좋을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부터 (투자로 보고) 시작했다.

- 부동산 시장의 제일 큰 문제는 전세대란이다. 전세가 사라지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 전셋값은 원래 집값보다 비싸야 한다. 누가 살더라도 그 집의 사용가치는 같다. 집 주인이 내는 세금,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전셋값이 더 비싸야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주택시장에서 전세가 존재할 수 없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전세라는 제도는 없다.

그런데 한국에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프리미엄)가 있어서, 전셋값이 집값의 반도 안 됐던 거다. 이젠 그런 기대가 사라지니까 오르고 있다. 이론대로면 전셋값이 집값을 능가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 사라지는 거다. 시장원리가 작동 하는 거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 잘못하면 일본처럼 부동산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동의하나.

= 집값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떨어지더라도 일본만큼은 아니다. 그만큼 오르지도 않았고. 다만 이젠 돈을 벌기 위해서 집을 살 필요는 없다. 반토막이 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지만, 집을 살 거라면 10~20% 정도 하락은 감안해서 빚을 지는 게 안전하다.

4. 낙수효과는 없다.

- 세금 얘기를 해보자. 부자증세, 서민증세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 그 양분법 논리 자체가 증세 프레임을 약화시킨다. 그렇게 양분하기보다, '돈을 굴려 번 돈'에 대한 세율을 높여야 한다. 한국은 땀 흘려 버는 돈에 대해선 세율이 높은데, 돈으로 돈 버는 건 굉장히 관대하다. 면세도 많다. 프랑스까지는 아니라도 미국 수준으로는 해야 한다.

2014년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조세제도로 빈부격차가 개선되는 효과(지니계수 감소율)를 계산한 결과, 한국은 고작 9%에 불과해 OECD 중 최하위권이었다. 평균이 35%고, 한국 정부가 모범 사례로 여기는 독일은 무려 42%나 된다. 더구나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조차 25%인 것을 보면, 한국의 빈부 격차 개선율은 너무나 미미한 편이다.

- 노인 인구 증가로 복지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부자증세뿐만 아니라 서민증세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 진보 쪽에서 각을 그렇게 잡은 것 같은데. 한국은 독특한 구조다. 간접세 비중이 높고, 소득세 비중이 낮다.(2015년 상반기 기준 담뱃값 74%, 휘발유 값 58%, 맥주 값 53%가 세금이다.) 소득세만 보면 부자가 많이 내는 게 맞는데, 소득세는 전체 세수 중 14.8%(2013년)밖에 안 된다.

전체 세수를 보면 부유층이 세금 많이 낸다고 하기 어렵다. 제일 큰 문제는, 소득 공제가 너무 많다. 선진국일수록 공제가 없다. 핀란드는 법인세가 정률이다. 한국은 중소기업보다 삼성전자의 실효세율이 더 낮다. 삼성전자한테 밀어주는 연구개발(R&D) 세금 감면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 세부담, 중소기업 수준

출처: 한겨레

- 한국에서 오랫동안 되풀이 되는 질문을 하나 하겠다. 성장이 우선인가. 분배가 우선인가.

= 그 프레임 자체가 굉장히 무섭다. 둘이 대립되는 것 같은 구도로 만들었다. 사실 공정한 분배 없이 성장하는 건 없다.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이 워낙 부족하니까, 누가 저축해서 자본을 만들어야 한다. 가난할 때는 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엔 공장시설, 간접자본이 다 있다. 이제 필요한 건 소비시장이다. 이렇게 성장한 경제에선 공정한 분배가 없으면 성장동력을 잃는다.

조앤 롤링의 싱글맘의 선언(책 내용 일부)

복지제도가 없었다면 해리포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 조앤 롤링은 28세에 폭력을 삼던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 딸과 에든버러에서 간신히 공공임대 아파트를 얻었다.

영국 정부는 싱글맘이었던 그에게 주 70파운드(약 12만원)의 생활 보조금을 줬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된 그는 해리포터를 쓸 수 있었다. 해리포터는 영화, 뮤지컬 등으로 나오면서 30조원이라는 매출을 올렸고, 본인도 1조원 이상을 벌었다.

2010년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축소하려 하자, 그는 '더 타임스'에 '싱글맘의 선언'이라는 칼럼을 썼다. 자신의 기적 같은 인생 역전은 영국의 복지제도 덕분이었고 사회안전망을 위해 증세를 하더라도 조세회피지역으로 달아나지 않고, 영국에서 성실하게 세금을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금으로 조성된 생활보조금덕분에 싱글맘이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런 분배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다. 한국은 사회간접자본과 설비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인적자본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 이게 성숙된 자본주의에서 최고의 투자다.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Posted by 직썰 on Monday, October 6, 2014

-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 신자유의주의의 첨병 역할을 한 IMF가 낙수효과는 없어도, 분수효과는 있다고 밝혔다. 이제 성장의 축이 투자에서 소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소비중심의 경제구조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IMF가 1980~2012년 159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의 소득 1%가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0.08%가 줄었다. 그런데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 늘어나면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0.38% 올라갔다.

-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모두 부동산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어떻게 예측하는가.

=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미국보다 약할 것이다. 미국은 LTV, DTI가 한국보다 약했고, 금융으로 불이 옮겨 붙었는데, 우리는 미국처럼 급성으로 오지는 않지만 일본형의 만성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 잘못하면 만성적인 불황 국면으로 더 깊은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집값이 폭락하면 위험하다. 미래 세대가 자기가 모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진정한 부양책이다. 청년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청년 투자에 나서야 한다.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영상은 여기를 누르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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