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상한 나라의 아이유

나는 솔직히, 이 노래에서 불결하고 음탕한 성적인 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응징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건전한 사회에서, 어째 소라넷은 폐쇄도 안되고 잘만 번성하는지, 네 살짜리 꼬마들 군대 보내서 울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왜 절찬 방영 중인지, 롤리타 컴플렉스를 저언혀 숨기지도 않는 교복 입은 언니들 반 누드 사진전은 왜 이리 절찬리 호평인지 모르겠다. 거의 빤쮸만 입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십대 걸그룹까지 이야기가 갈 것도 없고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이 떠들썩한 반응이 사실은 타격 대상이 어린-젊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만만하고, 이리저리 해도 욕할 거 많고.

  • 김세정
  • 입력 2015.11.08 13:19
  • 수정 2016.11.08 14:12
ⓒ로엔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발표한 노래 중 하나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인 다섯 살 소년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며 위 책의 출판사가 항의를 했고, 아이유가 욕을 진탕 먹은 끝에 사과를 했고, 그래도 끝이 안나고 해당 노래의 음원을 폐기하자는 서명이 벌어지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난리블루스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니 뭐 그 이전에 사실은 아이유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이 가수가 왜 이리 '삼촌팬'들에게 인기가 좋은지도 모르겠다(동시에 이십대 언냐들의 동일시 대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니 언니들이 동일시하기엔 너무 '애기' 같잖나. 어떻게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길 바라나. 차라리 성숙성숙 풍만풍만한 사람을 모델로 한다면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기도 하겠으나. 하여간).

그리고 사실은 나는 이 '삼촌팬'이라는 것이 통용되는 이 문화가 납득이 안되는 것이다.

'삼촌'이 '조카'로 상정하는 대상은 젊은 여자다. 귀여워하고, 용돈도 쥐어 주고, 소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걸 자애로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조카 사위에게 위세도 좀 떨면서 담배 좀 태워 물면서 시집도 보내고, 그러나 책임감은 말할 나위도 없이 훨씬 덜한.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억지로 삼촌-조카 맺은 그 사이에 (꽤나 일방적인) 성적인 긴장은? 없나? 전혀?

이런 게 아아주 이상하다는 거다: 소녀 가수를 데뷔시키지 말든지, 데뷔시켰으면 성적인 코드를 최대한 자제시키고 연령에 맞게 이미지를 만들든지, 그도 아니면 솔직하든지(솔직해야 토론이 이루어지고 반성이든 발전이든 진도 나갈 수가 있다), 이도저도 아니고 최대한 성적이되 그렇지 않은 척하며 이루어지지 못할-안될 상대로 선을 긋고 넘겨다 보는, 변태스러움. 우리는 삼촌이야. 그러니 손은 안 대. 못 대. 니가 꼬셔줘. 그래도 안 돼. 이거 랩댄스냐. 그런데 역시 삼촌뻘인 장기하가 그만...., 아니 뭐, 그건 사생활.

당신이 왜 저 가수의 삼촌이냐, 그냥 팬이지. 이건 뭐 여기저기서 어머님, 아버님, 형님, 누님, 동생에 딸 같아서 성추행도 하고, 칠천만이 한가족이냐고. 그 와중에 필리핀 베트남 기타 다문화는 빼고 말이지. 아니 근데 이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고.

하여간 어지간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관계의 중심에 있던 이 젊고 재능있(다)는 여가수가 이번엔 롤리콤의 논쟁에 휘말렸다. 여태까지 본인이 취해오던 포즈가 사실은 롤리타 아니던가. 그 행해오던 역할에 대한 새삼스럽지만 올바른 시비, 즉 사회가 젊은-어린 여성들을 실제보다도 어리고 무방비한 상태로 상정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삼는 것은 건강치 못하다, 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여성이 그 노래에서 다섯 살 짜리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주장인 것인데. 용어를 바로 잡자면 그건 롤리콤이 아니다. 페도필리아paedophilia지. 소아성애.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행태 중 하나다.

그런데 과연, 이 가수가, 난 다섯 살짜리가 섹시하다고, 즉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했나? 그럼 변태지. 그런데 그런 게 아니잖나. 그게 그거라지만 그건 그게 아니다.

그럼, 이 가사는 또는 태도는 무신경하고 둔감하고 un-PC하고 기타 등등인 것일지는 몰라도, 그래서 결국 사과를 하도록 해야만 할 일인지는 몰라도, (흠..), 그러니 내친 김에 노래를 폐기하자는 주장이라니. 왜? 글쎄, 정말로 이 노래가 소아성애를 조장하나? 그래서 들어봤는데, 난 모르겠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다만 그 중간에 못써!! 인지 뭔지 꽥 소리지르는 부분마다 반복적으로 놀라기는 했다.

나는 솔직히, 이 노래에서 불결하고 음탕한 성적인 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응징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건전한 사회에서, 어째 소라넷은 폐쇄도 안되고 잘만 번성하는지, 네 살짜리 꼬마들 군대 보내서 울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왜 절찬 방영 중인지, 롤리타 컴플렉스를 저언혀 숨기지도 않는 교복 입은 언니들 반 누드 사진전은 왜 이리 절찬리 호평인지 모르겠다. 거의 빤쮸만 입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십대 걸그룹까지 이야기가 갈 것도 없고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이 떠들썩한 반응이 사실은 타격 대상이 어린-젊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만만하고, 이리저리 해도 욕할 거 많고.

이거 또, 당신 소아성애를 지지하는 거냐! 문제가 심각한데 어째 이걸 몰라! 라고 흥분하시는 분은 없기를 바란다. 걍 좀 오버스럽다는 거다. 게다가 폭력적이고. 게다가 솔직하지 못하고.

어쩌다 보니 관심도 없는 아이유를 지지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사실은 게다가 노래도 내 취향 아니다. 거 참. 이렇게 난리 아니었으면 얘 뭐 이런 가정폭력 희생자인 아동에 대한 무개념한 해석을 했다니, 라고 했을 거 같은데 말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아이유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제제 #김세정 #사회 #이상한 나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