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부제는 '꽃들에 관한 인권 보고서 2부 - 몽키 하우스와 비밀의 방’이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2층짜리 폐허 건물의 정체를 풀어가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주한미군들을 위한 성매매 시설 건설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한 ‘몽키 하우스’의 원래 이름은 ‘낙검자 수용소’. 과거 미군 기지 일대에서 성매매를 하던 여성 가운데 성병에 감염됐거나, 감염됐다고 추정된 여성들이 수감돼 치료를 받던 곳이었다. 제작진은 “격리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성병 감염자를 왜 한 곳에 가두었는지에 대해 추적했고, 그 결과 당시 주한 미군이 한국 정부에 ‘성병 관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주한 미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달러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직접 성병관리를 지시했고, 일주일에 두 번씩 성매매 여성의 성병 검사를 하면서 낙검자 수용소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군들은 이곳에서 탈출하려는 여성들의 모습이 ‘원숭이’ 같다며 ‘몽키 하우스’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몇 가지의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 전북 군산에 ‘아메리칸 타운’을 조성한 백태하 대령은 누구인가
= ‘아메리칸 타운’은 군산의 시골 마을을 개조해 만든 일종의 계획형 신도시다. 집과 술집, 그외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었고 이곳에 성매매 여성들을 불러들여 주한 미군이 달러를 쓰게 만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난 현지 사람들은 “아메리카 타운에서 외화를 많이 벌어들인다고 대통령 표창도 엄청 받았다”고 말했고, 타운 건설을 주도한 이가 ‘백태하 대령’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5.16쿠데타 주체 세력 중 한 명”인 인물로 당시 정권의 실세였으며 타운을 건설한 이후 박정희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 기지촌의 성매매 여성들을 ‘미군 위안부’라고 불렀다
= 과거 몽키하우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안부라고 칭했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당시 기사에도 ‘미군 위안부’란 용어가 나온다고 전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검색한 결과 이는 사실이다. 아래 캡쳐 사진을 참조하자.
-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미군 위안부’를 지시했고 관리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친필 사인이 기록된 결재 서류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지난 2013년 11월, 당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유승희 새정치 민주연합(당시 민주당)의원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원에서 받아 공개했던 것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기지촌을 62개소, 9935명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며 정화대책의 일환으로 기지촌 여성 전용아파트까지 전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기지촌 여성 전용아파트 건설 계획은 정부가 공창을 만든다는 논란으로 인해 폐기됐다.
운영비와 관련 총 재원 16억9500만원 중 미확보된 4억8200만원 중 일부는 ‘각하 특별기금’에서 지원조치하겠다고 기록돼 있다. 또 ‘장기적으로 미군정부에 대한 주민대책을 내무부에서 조용히 연구, 계획하라’고 조치한 내용도 있다.”
당시 유승희 의원은 “기지촌이 윤락방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외화벌이 및 주한미군으로 인해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됐는 증언이 있었는데, 사료발굴 등을 통해서 심각한 인권침해 수준의 감금치료 및 정부의 직접적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 기지촌에서 ‘미군 위안부’로 일했던 여성들은 지난 2014년 6월,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국가는 우리에게 ‘미군과 싸우지 말라.’고 교육만 했을 뿐 미군 위안부가 미군 범죄를 당했을 때 우리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모든 성매매는 불법이라고 법으로 정해놓고 ‘특정지역’ 설치라는 꼼수를 써 위안부에게 미군성매매를 하도록 하였고, 위안부를 나라에 등록하게 하였으며, ‘애국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위안부들에게 정신교육까지 시켰다. 또한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 ‘깨끗한 몸’을 준비해야 한다며 강제검진을 할 뿐만 아니라, 법으로 낙검자 수용소를 설치하여 미군 위안부를 감금하고 강제치료까지 받게 하였다. 만약 국가가 우리를 국민으로 생각했다면 과다한 페니실린 주사로 동료의 죽음을 보는 고통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며, 성병에 걸린 미군이 단지 지목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감금치료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는 온갖 방법으로 우리 ‘미군 위안부’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였고, 포주와 알선업자, 미군의 범죄를 묵인하여 거대한 국가의 힘으로 우리를 희생시켰다.”
아직 이 소송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