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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국은 일본군 731부대 만행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정부는 지난 6일 하얼빈(哈爾濱) 소재 '중국 침략 일본군 731부대 죄증(罪證)진열관'으로 한국 언론·여행업계 인사들을 초청해 역사 투어를 실시했다.

연합뉴스는 '2015 한·중 관광협력 설명회'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 참가해 지난 8월 재개관한 731부대 죄증진열관을 한국 언론 최초로 돌아봤다.

일제시기 만주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세균전·생체 실험 증거를 전시하는 731부대 죄증진열관은 작년 11월 임시폐관에 들어가 9개월간 보수공사를 벌여 지난 8월15일 재개관했다.

기존 벽돌건물 대신 부대터 동쪽 1만㎡ 부지에 검은색 장방형 신관이 들어섰고 최근 2년간의 발굴작업에서 발견한 세균전 실험증거 2천500여 점을 전시물로 보강했다.

신관 앞 마당의 앙상한 나무 한 그루(실험 희생자를 상징한다)를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 벽에 '비인도적 잔학행위'라는 큰 글씨가 한·중·러·일 등 6개국어로 붙었고 왼쪽으로 돌아서면 전시실이다.

3층 규모의 죄증진열관은 731부대 설립 때부터 패전으로 철수할 때까지 부대 조직 자료, 생체실험 증거, 세균전 실험 증거, 철수하면서 은폐한 범죄 진상 증거 등 6개의 전시실로 구성됐다.

첫번째 전시실에는 1930년대 중반 일본군이 히로히토(裕仁) 왕의 칙령에 따라 731부대를 만든 과정, 세균전 준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 등을 사료와 사진을 동원해 설명했다.

731부대 전 부대원들의 범죄사실 증언영상이 벽면에 설치된 TV로 방영되고 일본군이 작성한 실험계획서, 진행보고서 실물이 전시됐다.

부대는 1936년대부터 1945년까지 '방역', '급수'의 명목으로 하얼빈에 주둔하며 세균무기를 연구·제조했다.

페스트 벼룩을 연구하기 위해 대량의 쥐를 사육했으며 이 때문에 '쥐 부대'라는 별명을 얻었다며 페스트 실험에 관한 자료도 전시됐다.

다음 전시실엔 일본군이 세균무기의 살상력을 알아보기 위해 피해자들을 벌판 한 가운데 세운 기둥에 묶고 세균폭탄을 투하한 야외실험 모형과 실험보고서가 마련됐다.

산 사람을 대상으로 한 동상(凍傷) 실험, 독가스 실험 등 100가지가 넘는 실험종류가 나열되면서 일제 만행을 고발했다.

'특별이송' 전시실에선 항일 독립운동가, 전쟁포로들이 731부대로 보내져 세균무기 개발 및 위력실험 등 생체실험 대상이 된 과정을 설명했다.

진열관 측은 "일본군이 헌병, 경찰, 정보기관 등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항일투사들을 체포하고 범죄자로 몰아 생체실험 도구로 사용했다"며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만 1천549명"이라고 밝혔다.

진열관 곳곳에 세균전과 생체해부 등에 사용된 방독 마스크, 비커, 도관, 주사기, 금속, 유리그릇 등이 전시돼 죄상을 보여줬다.

산 사람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해부실도 실제 해부실 사진과 함께 재현됐다.

중국 하얼빈 소재 '중국 침략 일본군 731부대 죄증진열관'에는 일제가 산 사람을 대상으로 자행한 각종 실험장면을 재현해 놓고 있다. 731부대원들이 피실험 대상자에게 동상실험을 하는 모습.

6일 진열관을 둘러본 김광중(51·여행사 대표)씨는 "731부대의 죄상을 실감하기 어려운데 이곳의 잔혹한 실험증거를 보니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똑똑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해진(62) 한중문화협회 부회장은 "범죄증거가 명백한데 전후 70년동안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가 없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베 정권의 퇴행적 행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하얼빈 소재 '중국 침략 일본군 731부대 죄증진열관'에 항일투사와 전쟁포로를 생체해부한 해부실이 재현되고 있다.

진열관 측은 전시관 입구 안내데스크에서 한국어 통역기를 제공해 한국인 방문객의 관람을 돕고 있다.

실내 전시관을 둘러본 관람객은 바깥으로 나와서 731부대터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일본군이 패전 직후 죄상을 감추기 위해 부대 내 80여 동에 달하는 건물 대부분을 폭파했으나 지하실험실 등의 잔해가 남아있다.

생체실험 후 시신을 태운 보일러실 잔해는 죄증진열관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매김했고 보일러실에 물을 공급한 물탱크, 독가스 실험실 등도 있다.

1만5천㎡에 달하는 세균실험실 및 특수감옥에 대해서는 지금도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다.

죄증진열관 안내직원 우련의 씨는 "재개관 초기 하루 4천~5천 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지금도 하루 평균 2천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한다"며 "재개관 이후 한국언론이 온 것은 연합뉴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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