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고래는 자살을 할까?

  • 박세회
  • 입력 2015.11.07 07:22
  • 수정 2017.10.13 07:24

산 채로 바닷가로 올라온 돌고래나 고래를 목격하는 것은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이다. 죽는 모습까지 옆에서 지켜보게 되면 더욱 그렇다. 나는 스코틀랜드에서 그런 일을 겪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러나 그런 일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돌고래와 고래들은 여럿이 함께 뭍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는 참거두고래 10마리가 칼레 근처 해변에 올라왔는데, 그 중 7마리는 사망했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한 가지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집단 상륙 사건들의 경우 비슷한 병에 걸렸거나 다친 고래들이라 이해하기가 쉽다. 이런 경우엔 앓으며 죽어가던 고래들이 조류에 밀려 해안으로 떠내려 온 것이다. 혹은 너무 아파서 헤엄을 칠 수 없어서 그냥 해변을 향한 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해로운 조류 대증식은 중신세(中新世: 2,400만 년 전부터 500만 년 전까지) 때부터 고래들의 집단 상륙과 연관이 있었다. 유행병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인간의 홍역과 비슷한 모빌리 바이러스가 북대서양 돌고래 사이에 퍼져, 1987년과 1988년에 미국 동해안에 집단 상륙이 몇 번 일어났다.

고래들조차 실수를 한다

사고도 일어난다. 강력 소나가 동원되기도 하는 해군 훈련도 집단 상륙의 원인이 된다. 개체들이 혼란스러워 하거나, 다치거나, 도망가려다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수면으로 올라오는 인간 다이버들처럼, 잠수병(감압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환경 조건이 더 가혹해짐에 따른 장기적 추세도 관찰된다. 먹이가 부족하고,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고, 오염 물질이 물에 들어가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요인들이 고래들이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

해안과 바다에 있는 것들이 고래와 돌고래들의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연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촬영한 아래의 범고래 영상에 나오듯, 고래와 돌고래들도 실수를 한다.

이들 종 중 다수가 집단 생활을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인간들의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한 개체가 위의 요인 중 하나에 영향을 받는다면, 함께 다니는 개체들도 같은 문제에 노출된 것이다.

바다의 미스터리

하지만 모든 상륙 사건이 병, 부상, 실수 때문은 아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위의 문제들에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은 건강한 개체가 뭍에 올라오는 일도 드물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칼레에서 있었던 것과 같이, 거두고래 집단 상륙 중에 특히 그런 경우가 많다. 생물학자들은 수 세기 동안 의문을 품어 왔다. 왜 건강한 동물이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할까? 고의로 하는 자해일 가능성도 있을까? 심지어, 자살 기도?

거두고래는 모계 사회를 이룬다. 암컷들을 중심으로 한 대가족으로 살아간다. 어미와 암컷 새끼들이 가족의 중심이다.

이런 사회 구조에 기반해, 스스로 뭍에 올라오는 건강한 고래들은 이타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다, 괴로워하는 가족을 계속 돌보기 위해서이다 라고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가정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분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함께 상륙한 고래들의 유전자 검사 결과 친족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언제나 가족의 비극은 아닌지도 모른다.

왜 뭍에 올라올까?

고래와 돌고래의 진화는 동물계에서 가장 잘 기록된 진화 과정 중 하나다. 이들 종은 뭍에 사는 선조들에서부터 진화했고, 현대의 유제류(발굽이 있는 동물)와 가계가 같다. 즉 ‘좀 멋있는 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바다로 들어간 것은 혁신적이었고, 그러므로 우리는 힘들 때면 고래가 아직도 본능적으로 뭍이 안전한 곳인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들은 다쳤거나 아플 때는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얕은 곳에 있으면 더 편히 쉴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얕은 곳으로 도망가거나 얕은 곳에서 쉬는 데는 장점도 있지만, 뭍에 올라오면 큰일 난다. 베인 상처나 찰과상 등이 더 생기고, 체중을 지탱해주는 물이 없어 내부 장기가 손상을 입는다. 고래의 몸은 물 속에서 헤엄치고 떠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지, 육지에서 자기 체중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뭍에 올라오면 죽는 경우가 많다.

자해?

우리는 멀쩡히 건강해 보이는 고래와 돌고래가 스스로 뭍에 올라오는 이유는 전혀 모른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다. 일부러 그러는 걸까?

지금 단계에서는 아직 사회적 돌봄이라는 가설이 선호되는 설명이다. 이 고래들은 가족이든 아니든, 아프거나 다친 동료와 함께 있기 위해 뭍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뒤에 숨은 메커니즘이다. 단순히 내재된 본능일 수도, 같은 집단 속의 다른 개체들이 필요한 것을 생각하고 이타적인 행동까지 하는 복잡한 행동일 수도 있다. 진실은 아마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

고맙게도 지난 25년간 우리는 집단 상륙 사태 때 최대한 많은 고래를 구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재빨리 부상자를 분류해서 어떤 고래를 제일 먼저 바다에 돌려보내야 하는지, 각 개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 문제가 상륙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고래들은 다시 뭍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바다에 돌아간 지 몇 시간 혹은 며칠 뒤에 죽는다. 틀림없이 애초에 아팠거나 다친 고래였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서 돌아가는 고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생물들은 왜 가끔 집단으로 뭍에 올라오는지 궁금해 한 이래,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고래들이 뭍에 올라오는 이유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컨버세이션에 먼저 게재되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US의 'Do Whales Commit Suicid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고래 #자살 #해양과학 #미스터리 #국제 #해양 #바다 #해양생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