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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돈 주고 화상경마장 찬성 서명 받았다"(사진)

  • 김병철
  • 입력 2015.11.04 10:01
  • 수정 2015.11.04 10:03
ⓒ한겨레

한국마사회가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을 열기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찬성 주민 서명’을 받아 오게 하고, 주민들을 찬성 집회에 동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는 그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찬성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3년 7월 23일, 28일. 찬성서명 1명당 1천원 지급 약속 대화 내용 메모장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3일 밝힌 내용을 종합해보면, 용산 화상경마장의 입점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던 2013년 7월 마사회 소속인 김아무개 장외처장과 김아무개 용산상생협력티에프(TF) 단장 등이 입점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고 서울 용산로3가 토박이인 박아무개(51)씨에게 이른바 ‘활동수당’을 지급했다.

진 의원은 “마사회가 박씨에게 ‘찬성 활동을 하면 화상경마장 내 매점 운영권과 찬성 서명 1명당 1000원씩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제시한, 당시 박씨가 마사회 직원들과 만난 현장에서 적었다는 메모를 보면 “주민 서명 1명당 1000원” “매점 이야기”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또 진 의원은 “박씨가 지역 주민 2100명분의 찬성 서명을 받은 뒤 마사회로부터 210만원을 건네받았으며, 화상경마장에 찬성하는 내용을 담은 펼침막 제작을 박씨에게 맡긴 뒤 실제 제작한 개수보다 비용은 많게 지불하는 방식으로 모두 210만원을 지급했다”고도 했다.

박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내용을 인정하면서 “당시 열린 찬성 집회에도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은 없었고 일당 10만원씩을 받고 나오거나 마사회에 취직할 수 있을까 해서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찬성 펼침막도 주민들의 이름으로 걸었지만 그 펼침막 제작 비용도 마사회에서 나왔다”고 했다.

마사회가 반대 의견을 내는 주민들의 의견을 차단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씨가 김 티에프단장과 2013년 11월과 12월에 나눈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김 단장이 “현재 (반대) 현수막이 9군데 걸린 게 확인되었음”이라고 하니 박씨가 “네 월요일에 해결할게요”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며칠 뒤 펼침막을 제거한 사진과 함께 “철거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김 단장에게 보냈다는 박씨는 “구청에 불법 펼침막으로 신고해 제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마사회가 공금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하면서 공금을 횡령·유용했고 또 실제보다 과다한 비용을 입금해 현금으로 빼돌리는 등 추가 횡령을 저질렀다”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수사 대상자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마사회는 “박씨와 관계된 마사회 직원들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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