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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펀드'라고 쓰고 '대기업 삥뜯기'라고 읽는다

  • 허완
  • 입력 2015.11.02 13:40
  • 수정 2015.11.02 14:08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제안했던 '청년희망펀드'에 대기업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보도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청년희망펀드 기부 의사를 밝힌 대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이건 재계 순위가 아니다.

10월22일 :

삼성그룹 250억원 (이건희 회장 200억원, 임원 50억원)

10월26일 :

현대자동차그룹 200억원 (정몽구 회장 150억원, 임원 50억원)

10월27일 :

포스코 약 40억원 (권오중 회장 연봉 20%, 임원 연봉 10%)

10월28일 :

LG그룹 100억원 (구본무 회장 70억원, 임원 30억원)

10월29일 :

롯데그룹 100억원 (신동빈 회장 70억원, 임원 30억원)

효성그룹 20억원 (조석래 회장 16억원, 임직원 4억원)

11월1일 :

SK그룹 100억원 (최태원 회장 60억원, 임원 40억원)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청년희망펀드' 기부약정서에 서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청년희망펀드'의 1호 기부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9월21일 일시금 2000만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기부하기로 약정하면서 '공직사회와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잘못하면 대기업이 몇십 억 내놓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기금은 안받고, 개인 명의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박근혜 대통령도 모르는 '청년희망펀드'의 미래

그러나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는 온 데 간 데 없고 대기업들의 눈치 경쟁만 남은 모양새다.

"청년희망펀드 가입 문의는 처음이세요."

지난 2일 오후 1시께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역 인근 시중은행의 한 지점. 창구 직원은 "현재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홍보물을 비치하고 전용창구를 운영 중이지만 모양만 갖춘 정도"라며 "출시 후 10일 동안 은행 직원 부탁으로 공무원 2명이 가입했을 뿐 일반인 고객은 없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10월5일)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25일까지 514억원 가량 모였는데, 88%(450억원)가 재계가 내놓은 돈이다.

청와대가 “기업들의 실적 경쟁을 부추긴다는 오해는 사지 않겠다”고 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 달 22일 “대기업 기부는 안 받겠다”고 했지만, 기업들의 기부 행렬은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 없이 청년 희망 펀드가 조성되기 어렵다는 것을 다 안다. 펀드 얘기가 나올 때부터 재계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10월27일)

"회장님께서도 고민 중이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레 만든 '청년희망펀드'에 재계의 기부행렬이 이어지자 30대 그룹 임원은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삼성 현대차가 시작했으니…"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삼성, 현대차 기부액이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10월27일)

논란 한달여 만에 재계 전반에 가입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하지만 4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의지가 있는 사업이라) 고민하고 있던 중에 삼성이 기준을 제시하니 그에 맞춰 낸 것이다. (내라고) 어디서 연락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눈치는 봤지만,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겨레 10월29일)

한겨레는 최근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기부금 모금 창구가 개설된 9월21일부터 한달 동안 기부금액이 64억원에 그칠 정도로 호응이 없었다. 재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건 그 뒤부터다. 정부는 애초 대기업 기부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중략)

하지만 그 돈이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는 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쓰일지도 의구심이 든다. 돈을 내는 쪽도 요구가 없지 않을 것이고, 정부가 애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신경을 쓸수록 돈이 허투루 쓰이기 쉽다. (한겨레 사설 10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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