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 2015년 11월2일 19:00 (기사 보강)
지금 포털사이트에서 '빌게이츠 사회주의'를 검색해보자. 22년째 세계 부자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빌게이츠가 "사회주의만이 지구의 대안이다!"라는 파격적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다. 이 뉴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건 모두 엉터리 기사들이다.
세계일보는 2일 오전 <빌 게이츠 "사회주의가 미래 지구의 유일한 대안 체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오직 사회주의만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
종북좌파의 주장이 아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60·사진)가 최근 미국 시사종합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주의는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없다”며 이같이 단언했다. (세계일보 11월2일)
세계일보가 따옴표까지 넣어가며 인용한 인터뷰 기사는<‘We Need an Energy Miracle’>이다. 그러나 이 기사 어디에도 "오직 사회주의만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그렇다면 세계일보는 대체 어디에서 빌게이츠의 "사회주의" 발언을 옮겨 적은 걸까?
하나의 힌트는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의 자매 뉴스사이트 'i100'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매체는 빌게이츠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오직 사회주의만이 우리를 기후변화에서 구할 수 있다고 빌게이츠가 말하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사회주의' 관련 언급은 없다. 전혀 없다.
Bill Gates, the world's richest man, said: "The private sector is in general inept."
Posted by The Independent on Friday, 30 October 2015
Only socialism can save us from climate change, says Bill Gates https://t.co/SspeBDd3m9pic.twitter.com/RlfUL1JPp9
— The Independent (@Independent) November 1, 2015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쓴 세계일보 기자도 원문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원문 기사를 보셨나? 정말 안 나오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선일보, 동아일보,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MBN, 한국경제TV, TV리포트, 스포츠서울 등의 언론들은 세계일보의 이 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가며 기사로 발행했다.(조선일보는 제목만 살짝 바꾼 채 무려 세 번이나 같은 기사를 네이버에 전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