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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남편인 문학평론가 남진우가 밝힌 '표절'에 대한 그의 생각

  • 강병진
  • 입력 2015.11.02 09:45
  • 수정 2015.11.02 09:46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인 문학평론가 남진우가 ‘표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난 6월,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이후 남진우 평론가가 ‘표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11월 2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남진우는 ‘현대시학’ 11월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며-표절에 대한 명상 1’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지난 여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례적일 만큼 우리 문단과 사회를 달구고 있는 ‘표절’과 ‘문학권력’이란 주제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힌 그는 현재 ‘표절’에 대한 사회의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표절이라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양심의 문제, 도덕적 판단의대상이 되어 선악 이원론적 판결이 요구되는 법정으로 직행하곤 하는데 문학 예술의 창작에서 표절은 종종 텍스트의 전환, 차용, 변용 등의 문제와 결부되어 숙고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숙고를 회피한 채 이루어지는 표절 논란은 대부분 무분별한 여론 재판이나 ‘잘못의 시인’ ‘선처에 대한 호소’ ‘대중의 망각’으로 이어지는 막간의 소극으로 귀결되기 쉽다. “

또한 이를 설명하며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를 비롯해 샤를 보들레르이 시 ‘불운’(Le guignon)에서 영국 시인 토머스 그레이의 시와 히포크라테스의 금언, 롱펠로의 시 ‘인생찬가’에서 구절을 가져왔던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가 문학을 한다는 것, 글을 쓰고 또 읽는다는 것은 이런 상호텍스트성의 거대한 그물망에 참여하는 것이며 (…)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 그것도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 창조의 낙원 속에 이미 모방이, 영향이, 표절이 뱀처럼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남진우 평론가는 “‘전설’을 비롯한 신경숙씨의 작품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논의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현대시학' 12월호에서도 표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서신문'에 따르면, 남진우는 "1997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은 비평글 '오르페우스의 귀환 -무라카미 하루키, 댄디즘과 오컬티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에서 소설가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문장 몇개를 훔쳐 쓴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표절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평론가이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지적했던 소설가 이응준 또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에서 "문학평론가 남진우는 하일지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을 표절작가라며 그토록 가혹하게(아아, 정말로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괴롭혔"지만, "기적적인 것은, 그랬던 그가 자신의 부인인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에 대해서는 이제껏 일언반구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전한 바 있었다

남진우 평론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페이스북을 통해 "남진우가 이런 주장을 펼칠 수는 있다고 보지만. 하나의 전제가 있어야 한다" 며 "그가 그동안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도 없이 섣부르고 신랄하게, 소설가 이응준의 표현을 빌자면 '그토록 가혹하게' 표절이라고 몰아부친 하일지, 박일문을 비롯한 몇몇 작가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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