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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권자들은 민주주의보다 '안정적 정부'를 택했다

  • 허완
  • 입력 2015.11.02 05:44
  • 수정 2015.11.02 05:47
Supporters of Turkey's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and The Justice and Development Party, (AKP), wave their party and national flags as they celebrate, in Istanbul, Sunday, Nov. 1, 2015. Preliminary results in Turkey’s parliamentary election suggest that the ruling party has restored its majority in a stunning victory. Turkey's Prime Minister Ahmet Davutoglu has declared victory for his ruling party after preliminary election results showed it restoring its majority in parliament. (AP Ph
Supporters of Turkey's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and The Justice and Development Party, (AKP), wave their party and national flags as they celebrate, in Istanbul, Sunday, Nov. 1, 2015. Preliminary results in Turkey’s parliamentary election suggest that the ruling party has restored its majority in a stunning victory. Turkey's Prime Minister Ahmet Davutoglu has declared victory for his ruling party after preliminary election results showed it restoring its majority in parliament. (AP Ph ⓒASSOCIATED PRESS

터키가 극심한 혼란 속에 1일(현지시간) 치른 조기 총선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13년간 집권한 정의개발당(AKP)이 지난 6월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해 다시 실시한 이날 선거에서 AKP는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둬 단독 정권을 출범하게 됐다.

5개월 만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주요 원인은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유혈사태 등 안보 불안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나 언론자유 등 민주주의 가치보다 안정적 정부를 택했다.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득표율이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다만 동트(D'Hondt)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함에 따라 오히려 의석수 기준 순위는 올라 제2야당으로 도약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AKP를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PKK 유혈사태 등 안보 불안에 유권자 '안정' 택해

AKP는 최신 여론조사들에서 득표율은 43% 안팎으로 6월(40.87%)보다 2∼3%포인트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날 투표함을 열어보니 49.4%(개표율 98% 기준)를 얻었다.

이는 AKP가 2011년 총선에서 기록한 역대 최다 득표율 49.83%와 비슷한 수준이다.

AKP의 총선 득표율은 2002년 34.3%, 2007년 46.5% 등으로 상승세를 탔으나 비리 논란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적 통치 등에 따라 지난 6월 총선에서 13년 만에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AKP가 과도정부를 이끈 지난 5개월 동안에는 PKK 유혈사태와 '이슬람국가'(IS)의 대규모 자폭테러, 시리아 접경 지역 긴장 고조 등 안보 불안이 끊이지 않았다.

야당들은 이런 유혈사태의 책임이 AKP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지만, 유권자들은 안정을 위해서는 단독 정권이 나와야 한다는 AKP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PKK는 지난 30여 년간 쿠르드족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무장항쟁을 벌여 터키 안보의 최대 위협 요인이었으나, 2013년 정부와 평화협상을 개시하면서 전격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남부 수루츠에서 쿠르드계를 겨냥한 IS의 자폭테러가 벌어지자 PKK는 테러의 책임이 군과 경찰에 있다며 보복전에 나서 지금까지 군인과 경찰관 150여 명을 살해했다.

터키군도 휴전 2년 반 만에 이라크 북부의 PKK 기지를 공습하는 등 연일 PKK 소탕 작전을 벌여 지금까지 PKK 조직원 2천여 명을 살해했다.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동부 일부는 시가전이 벌어져 통행금지와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안전상의 이유로 투표소도 옮기는 등 충돌이 지속했다.

지난달 10일에는 PKK 사태를 대화로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평화 시위 현장에서 IS 조직원 2명이 자폭테러를 감행해 102명이 숨지는 사상 최악의 테러도 벌어졌다.

반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AKP 정부가 인민민주당(HDP)의 득표율을 낮춰 단독 정권을 수립하려고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난했지만, 일부 유권자는 끝이 없는 폭력사태로 HDP에 등을 돌렸다.

HDP는 지난 총선에서 13.12%를 득표해 쿠르드계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으나, 이번 총선에선 10.6%로 낮아졌고 의석 수도 80석에서 59석으로 줄었다.

다만 3위 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은 지난 총선(80석)의 절반 수준인 41석 확보에 그침에 따라 HDP는 제2야당으로 도약했다.

극우 성향인 MHP는 PKK 사태를 대화가 아닌 무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득표율 하락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 에르도안 승부수 적중…대통령제 전환 박차 가할 듯

지난 총선의 최대 패배자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의 줄기찬 비난에도 연립 정권에 반대하는 뜻을 굽히지 않고 조기총선을 강행하는 승부수를 던져 대성공을 거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12년간 AKP 대표로 총리를 지냈으며 지난 6월 총선 이후 AKP와 야당 간 연정 협상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AKP 단독정권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지만, 세계적으로 안정된 사회에는 연립정권을 볼 수 없다"며 "국민이 단독정권을 선택한다면 지난 13년간 경험한 안정된 여건을 되찾으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제 개헌을 역설해온 그는 AKP와 야당 간 연정 협상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지난 8월 AKP가 연정 협상에 모두 실패하자 2위 정당인 CHP에 내각 구성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조기총선을 결정했다.

AKP를 탈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월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보다 선거 유세에 앞장섰다.

당시 그는 대통령제 개헌을 위해 AKP가 33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

터키는 2007년 AKP가 추진한 대선 직선제 도입 등의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67%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개헌으로 대통령의 임기는 5년 연임으로 바뀌었으며 국회소집권과 법령재심요구권, 헌법개정제안권, 국회 결정 개헌안의 국민투표회부권, 내각회의와 국가안보회의 주재권 등의 권한이 주어졌지만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내각제는 바꾸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실질적 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의회의 개헌 국민투표 발의는 의원 330명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AKP는 이번 총선에서 316석을 얻어 단독으로 개헌 국민투표를 통과시킬 수는 없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통령제 전환 의지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다부토울루 총리가 이번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명실상부한 AKP 대표가 됐다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외무장관이던 지난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당대표와 총리직을 물려줘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달리 카리스마가 약해 '에르도안의 꼭두각시'라고 야당의 공격을 받았지만,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과 권력 다툼을 벌였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Turkey election: Security key issue - B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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