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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또 다른 베르테르를 만드는가?

슈스케 출신 김현지씨의 자살이 각종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대중의 호기심(혹은 알 권리)과 언론의 자극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녀의 자살은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언론의 역할일까? 자살관련 언론보도의 파급력은, 기존의 여러 사례와 연구를 통해 명백하다. 과도한 자살 보도 자체가 자살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 In Han SONG
  • 입력 2015.10.29 09:55
  • 수정 2016.10.29 14:12
ⓒgettyimagesbank

슈스케 출신 김현지씨의 자살이 각종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대중의 호기심 (혹은 알 권리)과 언론의 자극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녀의 자살은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각종 언론에 소개된 그녀의 자살 소식은, 구체적인 자살 수단의 묘사와 함께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 부정적인 사회적 파급력을 보이게 되리라는 우려를 심각하게 하게 된다.

과연 어디까지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언론의 역할일까? 또한, 자살과 관련된 보도의 특수성은 무엇일까? 자살관련 언론보도의 파급력은, 기존의 여러 사례와 연구를 통해 명백하다. 과도한 자살 보도 자체가 자살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2008년 고 최진실씨의 자살수단에 대한 언론보도를 전후해, 그 전달까지 400건대(전체 자살수단의 약 40%대)였던 그 자살수단(구체적인 묘사는 이 글에서도 자제하고자 한다)은 그녀의 자살 방법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었던 10월동안 약 3배 가까이 뛰어 전체 자살수단의 약 70%까지 증가하였고, 전체 자살건수도 약 2배 증가하였다.

또한 고 안재환씨의 자살수단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부각된 이후, 동일수단에 의한 사망이 급격하게 늘어나, 2007년 66명이었던 그 자살수단은 2011년 1,125명으로 4년 사이 약 17배가 증가하였다. 이같이 연예인의 자살이 구체적으로 언론에서 묘사되었을 때의 심각한 영향력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자살이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고 일반화된 자살원인으로 보도함으로써,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 자살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생각하게 하는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베르테르 효과"로 알려져있는 자살의 파급효과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더욱 빨리 그리고 넓게 퍼지는 현재, 더욱 위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험요소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제정하였고, 뜻있는 언론인이 이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언론이 가지는 자살에의 영향력에 관해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을 진행해 온 바 있다.

최근 다소 감소된 자살률에 대한 해석 중 하나로,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키는 유명인의 자살이 적었으며, 언론계의 성숙한 노력으로 자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자살 원인에 대한 추측기사, 선정적인 보도 등이 줄어들었던 것이 주효하였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고 김현지씨의 자살에 대해, 일부 언론이 자살 방법과 수단에 대해 과도하게 자세히 묘사하고, 자살 원인에 대해 단순화시킨 추측성 보도를 함으로써, 비슷한 상황에 처한, 특히 비슷한 연령과 성별의 대중에게, 자살생각을 촉발시키는 위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심각하게 하게 된다. 특히, 자살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10대에서 30대의 대중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의 모방에 대한 이론을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파워를 가지고 있고 매력적인 대상으로서의 연예인이 모델로서 역할을 하며, 그만큼의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숨 쉴 틈 없이 이슈가 터져 나오는 우리 사회! 웬만한 뉴스는 시선을 끌기 힘들만큼 자극에 무뎌진 우리 시대에, 연예인의 자살은 여전히 대중을 자극하는 소재일 것이다.

그러나, 자극적 자살관련 보도가 만들어 내는 부정적 결과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고 언론의 권고 기준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 의해 과도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계속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언론은, 또 다른 베르테르를 만들지 않아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고 김현지씨의 명복을 빌며, 그녀를 사랑한 모든 분들께 위로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PS: 참고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다음과 같다.

[1]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2]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한다

[3]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4]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5]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한다

[6]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7]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한다

[8]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9]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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