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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넘게 자동차 아래에 붙어있던 고양이를 구조했다(동영상)

  • 강병진
  • 입력 2015.10.29 10:30
  • 수정 2015.10.29 10:32

지난 10월 26일, 저녁 8시 30분경. 서울 중구 필동의 어느 술집 주변에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멈춰 섰다. 소리가 나는 곳은 술집 앞에 주차된 자동차였다. 몇몇 사람들은 스마트폰 불빛으로 타이어 휠 내부를 살폈다. 그곳에는 정말 작은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길고양이들은 방금 주차된 자동차의 보닛 위나 아래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고양이가 이 자동차에 들어간 경우는 조금 달랐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온 자동차의 주인인 김주영씨(반포동)는 “아마도 이 고양이가 어제부터 내 차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아침 남산 1호터널을 지나던 그는 터널안에서 자동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그때 차들 사이로 한 때의 소방차가 들어왔다고. 현장에서 자동차들의 발길을 묶은 건, 바로 새끼 고양이 한 마리였다고 한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고양이를 포획하려 했지만, 새끼 고양이는 그들을 피해 다녔다. 김주영씨는 그때 차 밖으로 나와 포획에 합류했지만 고양이는 주영씨의 자동차 밑으로 달려간 후,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뭔가 울음소리 비슷한 걸 들었어요. 설마 했는데, 보닛을 두들겨보니 또 아무소리도 안났어요. 그 사이에 도망갔나 싶어서 그냥 운전을 했는데, 그래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속도를 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김주영씨는 119로 전화를 걸었다. 몇 분 후, 중부 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차 한대가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각자 장갑과 이동망을 꺼내들었다. 가장 독특해 보였던 장비는 바로 산소통. 타이어 밖에서 고양이가 있는 쪽을 향해 산소를 분사해 고양이를 밖으로 빼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산소를 맞은 고양이는 보닛 아랫부분으로 몸을 숨겼다. 이번에는 보닛을 열고 위에서 다시 산소를 분사했다. 그때 고양이는 자동차 밑으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피해 달린 고양이는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던 소방차 밑으로 들어갔다. 다시 두 명의 소방대원들이 차 밑부분을 수색했고, 이들은 뒷바퀴 부분에 숨어있던 고양이를 찾아냈다. 소방대원의 손에 잡힌 고양이는 그대로 이동망에 들어갔다. 구조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안도의 탄성을 질렀다. 고양이를 본 김주영씨는 "어제 1호 터널에서 본 고양이가 맞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0월 27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중부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이날 구조된 고양이는 바로 동물구조관리협회로 옮겨졌다고 한다. 장석용 중부소방서 소방위의 말에 따르면, “겨울철이 되면 차안에 고양이가 들어갔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20여년에 걸친 그의 경험을 비추어 볼때, “겨울에 유독 고양이 구조 신고가 많아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신고를 보면, 언제 고양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사례처럼 24시간 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보통 소방서는 이렇게 고양이를 구조한 후,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인도합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동물구조관리협회를 통해 전날의 그 고양이가 인도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래는 이 고양이의 사진이다.

이제 이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접수 후 10일간 공고를 내서 반려주인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후 다시 5일간의 입양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최대 15일간의 보호기 간을 거치는 동안에도 보살펴 줄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안락사를 시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만약 이 고양이를 찾는 주인이거나, 혹시 입양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동물구조관리협회 )

영상 촬영 및 편집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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