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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 산하기관이 '이 아이' 연극을 방해한 이유

ⓒ한겨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가 자체 기획 공연 ‘팝업 씨어터’를 진행하면서,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나온다며 연극 공연을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센터 쪽은 지난 17~18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1층 씨어터카페에서 공연한 20분 분량의 연극 <이 아이>의 내용 중에 ‘수학여행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과 ‘노스페이스 잠바’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대본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공연 도중 언성을 높이는 등 공연 방해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지원금 ‘정치 검열’ 논란에 휩싸였던 예술위가 이번엔 현 정부가 곤혹스러워하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것을 의식해 ‘알아서 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공연예술센터 관계자들과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공연장으로 쓰인 카페에서 유인화 센터장이 직원들과 함께 공연을 위해 치워놨던 테이블을 원래 상태로 이동시키고 임아무개 문화사업부장이 언성을 높이며 공연을 방해했다. 임 부장은 연극 내용 중 수학여행을 갔다가 숨진 채 돌아온 아이의 주검을 부모가 확인하는 대목을 문제삼아 “노스페이스 잠바를 입은 학생이 수학여행에서 죽어 돌아온 건 사실상 세월호 얘기를 하는 거 아니냐”며 화를 내면서 공연을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연출가 김정씨는 “시신안치소에서 아들의 주검을 확인하는 어머니를 그린 작품으로 정치적 편향성은 없다. 세월호를 직접 언급한 것도 아닌데, 그걸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연극 공연에 사실상의 검열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관객은 예술위 누리집에 “‘한 관객’이 언성을 높였고, 공연 중 (공연장으로 쓰인) 카페 음향이 높아졌으며, 카페 안쪽 공간에서 흥겨운 음악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한 관객’으로 지목된 이는 임 부장을 말한다고 센터 관계자는 밝혔다.

앞서 임 부장은 17일 첫날 공연 때 같은 대목을 본 뒤 센터 기획공연 담당자에게 “대본을 보긴 했느냐, 이건 세월호 얘기가 아니냐”고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연 뒤 센터 간부들은 회의를 열어 이 문제의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 작품 연출가에게 공연 대본 제출을 요구했다.

이 사태가 벌어진 뒤 모두 세 편의 연극으로 이뤄진 ‘팝업 씨어터’의 다른 두 연출가는 공연을 아예 포기했다. 23~24일 예정됐던 연극의 연출가인 윤혜숙씨는 “정식으로 항의글을 예술위에 보냈다”고 말했다.

앞서 예술위는 지난달 창작지원금 심의위원들의 심사 결과를 뒤집고, 특정 작가·연출가를 배제하고 이들에게 지원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인화 공연예술센터장은 “팝업 씨어터와 관련해 별도 대책회의를 한 적은 없으며, 의도적인 공연 방해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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