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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누르고 미국 공화당 1위 등극한 벤 카슨은 이런 인물이다

  • 허완
  • 입력 2015.10.28 13:45
  • 수정 2015.10.28 13:55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retired neurosurgeon Ben Carson addresses supporters at Spring Arbor University in Spring Arbor, Mich., , Wednesday, Sept. 23, 2015. (AP Photo/Carlos Osorio)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retired neurosurgeon Ben Carson addresses supporters at Spring Arbor University in Spring Arbor, Mich., , Wednesday, Sept. 23, 2015. (AP Photo/Carlos Osorio) ⓒASSOCIATED PRESS

그의 이름은 투표 용지에 올랐던 적이 없고 그는 공직에 올라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벤 카슨 박사는 최근 50일 중의 상당 기간 동안 2016년 대선 공화당 후보 설문 조사 2위에 올라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선출 경험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의 반란 때문에 2위로 밀려 있긴 했지만,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투표가 일찍 진행되는 아이오와 주에서 카슨은 트럼프를 제쳤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는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도 처음으로 트럼프를 앞질렀다.)

두 사람 모두 경선 다툼에서 ‘전통적인’ 다른 후보들보다 크게 앞서 있다. 다른 후보들 중에는 전 주지사 3명, 현 주지사 2명, 상원의원 3명, 전 상원의원 1명, 하원의원 1명이 있다.

최근 몇 년 간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아웃사이더들’의 매력에 대한 글이 많이 나왔다. 미국에서 지배적인 서술 방법은 버락 오바마 당선 이후 보수의 불만이 생겨났고, 논리 정연한 반대를 못하고 있는 공화당의 무능함 때문에 더욱 커진 그 물결을 카슨과 트럼프가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와 카슨은 아주 미국적인 불만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편집증과 숨은 손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음모를 의심하는 강박적인 사고방식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접근에는 차이가 있다. 억만장자 부동산 갑부 트럼프는 공허한 낙관론을 퍼뜨리고, 부당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신께서 미국에게 주신 세계를 지배할 권리를 케케묵은 정치 도당들이 강탈했다고 아양을 떤다. 반면 카슨의 캠페인은 인터넷 게시판 댓글과 비슷하다. 나치에 대한 비유, 미디어에 대한 증오, 복지국가는 스탈린의 강제 노동 수용소라는 주장… 그리고 또 나치.

카슨의 캠페인은 히틀러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하다. 그는 미국을 제3제국에 비유하고, 민주당 정책은 히틀러의 출현을 부를 거라고 경고한다. ‘사회주의’는 ‘나쁜’ 것들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로 대충 사용된다.

트럼프가 최근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불렀지만, 그는 전반적으로는 경쟁자들에게 매카시즘적인 공격은 잘 하지 않는다. 히틀러나 소련을 들먹이는 것은 난폭한 그에게조차 위험천만한 일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이크에 말을 할 때마다 파시스트 공포를 잔뜩 부추기는 카슨은 그와 다르다.

최근 비극적 오리건 주 총기 사건 후 벌어진 총기에 대한 논쟁에서 카슨이 나치 비유를 억지로 끼워넣은 것을 보라. 그는 유대인들이 무장을 했더라면 홀로코스트가 ‘엄청나게 줄었을’ 거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2013년에 카슨은 노동 계층 미국인들 수백만에게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오바마케어를 ‘노예 제도 이후 최악의 일’이라고 부르며, 미국 시민들은 ‘게슈타포 시대’에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카슨은 올해 8월에는 모자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가족 계획’을 흑인 거주 지역의 ‘인구 통제’ 기관이라고 매도했다. “이곳[가족 계획]을 설립한 마거릿 생어에 대해 읽어 보라. 나치 독일의 여러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라.” 그가 폭스뉴스에 한 말이다.

진화에 있어서는 카슨은 나치를 포기하고, 다른 몹쓸 존재인 악마를 끌어들였다. 그는 ‘적’이 찰스 다윈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다윈의 진화론은 그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같은 자리에서 그는 빅뱅은 ‘허풍쟁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동화’라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역사적 유사점에 의문을 제기하면, 그는 자신의 말이 와전되었다거나 잘못 옮겨졌다고 주장하며 자기 입장을 변호하는 대신 미디어에 책임을 돌린다.

카슨의 헛소리 중 상당 부분은 1958년의 책 ‘벌거벗은 공산주의자 The Naked Communist’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세상을 정복하려는 공산주의의 음모를 예고하고 있다. “마치 작년에 나온 책처럼 읽힌다.” 그는 2014년에 뉴스맥스에 이렇게 말하며, 시청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진실을 알고 싶으면 ‘나의 투쟁’을 읽으라고 권했다.

‘벌거벗은 공산주의자’는 극우 음모 이론가인 W. 클레온 스코우센의 책으로, 사회에 숨어 있는 공산주의자들을 공격하는 한편 글로벌 은행가 도당들에 대한 경고를 했다. 반세기 전의 글이지만, 이런 편집증은 우익 인터넷 상당 부분의 분위기가 되었고, 카슨은 이들의 언어를 대선 경쟁에 신나게 써먹고 있다.

정책은 그렇다 치고, 카슨은 묘한 사람이다. 눈꺼풀 끝에 무거운 것이라도 달린 것처럼 반쯤 닫힌 블라인드 같은 눈을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섬세한 테너 음성과 야만적인 수사는 큰 차이를 보인다. 보통은 분노로 일그러진 시뻘건 얼굴을 한 사람이 우익의 메시지를 고래고래 외친다. 카슨이 히틀러의 선언문에 대한 생각을 조용히 읊조리는 것을 듣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경험이다.

64세의 카슨은 자신의 느리고 침착한 행동이 자기 믿음의 평온함 때문이라고 한다. 그건 그럴지 몰라도, 그 믿음이 카슨의 음모 성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카슨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잘 교육 받은 사람이고, 의학계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자기 인생 이야기를 미국을 위한 야심찬 메타포로 사용해 크게 인기를 얻은 책들을 썼다. 그렇지만 그는 유튜브 댓글란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말한다.

이성의 경계가 이미 오래 전부터 흐릿해진 것 같다. 카슨은 예수 재림을 간절히 기다리는 신교 종파인 제7일 예수 재림 교회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마구 떠들어 댄다. 이 종파 교리의 중심에는 예수가 1844년 쯤에는 나타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예수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은 예수가 곧 나타날 거라고 주장한다. 카슨이 그런 음모론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군인들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행진할 거라는 말 같은 더 해로운 거짓말들도 쉽게 믿을 수 있을 것이다.

* 이글은 허핑턴포스트UK의 'The Conspiracy Theorist-In-Chief'(영어)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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