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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가 뭐야?

중학교 졸업 후 1년은 에프테르스콜레(애프터스쿨), 고등학교 졸업 후 6개월은 폴케회이스콜레(포크하이스쿨), 그리고 성인들은 자유대학에서 쉬어가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은 이 '쉼표'의 시간에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 감수성과 상상력, 시민의식 등을 기른다. 그런데 인생학교는 덴마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정광필
  • 입력 2015.10.28 12:47
  • 수정 2016.10.28 14:12
ⓒgettyimagesbank

지금의 십대가 2045년이 되면 사십대가 된다. 얼추 지금의 부모 나이가 되는데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그때는 열심히 국·영·수를 공부하고, 시험을 잘 쳐도 인공지능을 이기기는 어렵게 된다. 지금의 전문직 중에서 풍부한 감수성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직업, 인간의 영혼을 돌보는 직업, 인간의 삶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직업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일거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십대들은 여전히 명문대학에 진학해 고시나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외길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은 극소수이고, 그들조차도 온갖 마음의 병에 시달리며, 때가 되면 그 직장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게 덴마크의 인생학교다. 중학교 졸업 후 1년은 에프테르스콜레(애프터스쿨), 고등학교 졸업 후 6개월은 폴케회이스콜레(포크하이스쿨), 그리고 성인들은 자유대학에서 쉬어가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은 이 '쉼표'의 시간에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 감수성과 상상력, 시민의식 등을 기른다. 그런데 인생학교는 덴마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는 고1 시기에, 영국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전까지 전환학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친 남녀 학생 다수가 1년간 해외여행이나 봉사활동을 한 후 대학에 진학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인생학교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 반갑다. 지난 10월19일 서울에서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개교 준비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년 가까이 활동한 경기도교육청의 '꿈의 학교',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가 지난 과정을 소개했다. '꿈의 학교'는 방과후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기숙형 학교도 준비한다고 한다. 오디세이학교는 교실에서는 의욕 없이 앉아 있지만 뭔가 해낼 것 같은 열정을 가진 학생, 창의적인 도전과 체험을 통해 미래를 설계해볼 의지를 가진 학생을 모집했다. '좋은교사운동' 전 대표였던 정병오 선생(오디세이학교 운영책임교사)이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고 활동을 해야 하니 수업 시간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하다"는 아이들 얘기를 전했을 때 마음이 흐뭇했다.

내년 강화도에서 문을 여는 '꿈틀리 인생학교'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를 방문하여 에프테르스콜레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중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누리는 인생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60여년 전 덴마크 그룬트비의 교육철학에 영향을 받아 설립돼 지금껏 그 정신을 이어가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풀무학교의 전 교장인 정승관 선생을 '꿈틀리 인생학교'의 교장으로 모시게 되었다. '오래된 미래'와의 만남이랄까? 그뿐만이 아니다. '함께여는교육연구소'와 '아름다운 배움'이 함께 만드는 '열일곱 인생학교'도 내년에 용인과 일산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다양한 형태의 인생학교들이 문을 연다. 다음 단계는 대학 진학을 앞둔 청년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 퇴직이나 휴직을 한 장년들이 한 1년쯤 자신을 돌아보고, 큰 그림도 그려보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인생학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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