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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382명, 국정화 철회 성명(전문)

ⓒ연합뉴스

서울대 교수들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취소와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며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성명에는 전공을 불문하고 38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태진·정옥자 전 국사편찬위원장,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을 비롯해 10명의 명예교수도 참여했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정부는 학계·교육계가 줄지어 반대하고 국민적 우려가 커져감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발표했다”며 “우리는 학자이자 교육자의 본분을 지키려는 충정에서 정부·여당이 이 백해무익한 결정을 철회하고 분열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통합의 길을 택할 것을 간곡한 마음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정부·여당은 현행 역사교과서가 주체사상을 아무 비판 없이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정을 통과한 어떤 교과서에도 그런 혐의는 찾을 수 없다”며 “국정화 강행의 본질은 교과서 서술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층 일각의 정치적 고려가 앞선 무리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특정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된 단일한 해석을 ‘올바른’ 교과서 하나에 담아 국민의 생각을 획일화하는 시도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제국 일본의 군국주의나 북한을 비롯한 일당 체제 국가의 전체주의에서 이미 확인된 역사적 교훈”이라고도 했다.

또 교수들은 “만일 이대로 국정제를 시행한다면 역사 교육은 의미를 잃게 될 뿐 아니라 학문과 교육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헌법이 보장한 자율성·전문성·중립성을 침해당하게 된다”며 “학문과 교육의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현실 정치에 휘말려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끝으로 “우리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역사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할 학자,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아래는 전문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며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학계·교육계가 줄지어 반대하고 국민적 우려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공표했습니다. 우리는 학자이자 교육자의 본분을 지키려는 충정에서 정부·여당이 이 백해무익한 결정을 철회하고 분열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통합의 길을 택할 것을 간곡한 마음으로 촉구합니다.

이미 지난 9월 2일 본교 역사전공 교수들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한 의견서에서, 국정화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고 대한민국의 위상과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위축시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면서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 후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학자와 교사, 학생, 시민들이 국정화를 반대하는 입장을 연이어 표명하고 있으며, 다수의 언론도 반대하는 입장의 논설을 게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국정화를 강행함으로써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처음에는 용어표기의 불일치와 해석의 차이를 들어 검정 교과서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나 국정화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의 검정을 통과해 일선 학교에 보급된 교과서가 종북 좌편향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현행의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아무 비판 없이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정을 통과한 어떤 교과서에도 그런 혐의는 찾을 수 없습니다.

만약 검정 교과서가 정말 주체사상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면 집필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이를 검정하고 승인한 국사편찬위원장과 교육부 장관부터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셈이 됩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이 길거리 현수막까지 내건 일은 지나칩니다.

이러한 전후 사정으로 미루어 볼 때, 국정화 강행의 본질은 교과서 서술의 문제도 아니고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문제도 아니며, 집권층 일각의 정치적 고려가 앞선 무리수일 뿐입니다. 특정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된 단일한 해석을 '올바른' 교과서 하나에 담아 국민의 생각을 획일화하는 시도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폐해가 얼마나 깊고 멀리 가는지는 제국 일본의 군국주의나 북한을 비롯한 일당 체제 국가의 전체주의에서 이미 확인된 역사적 교훈입니다.

10월22일 서울대 교수 35명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이 교훈은 우리나라 교과서 발행의 역사에도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검정제로 발행되던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1974년 유신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정제로 전환되었지만, 그것으로 떠받치고자 했던 체제는 불과 5년 만에 붕괴했습니다. 그 후에도 국정제를 이어가던 군사정권이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저항 때문에 마침내 물러간 후 문민화, 민주화, 자유화는 시대정신이 되었습니다.

1992년 헌법재판소가 교과서 발행제도는 국정제보다 검인정제, 검인정제보다 자유발행제가 헌법정신에 더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놓았으며, 이에 따라 1995년 정부는 장기적으로 자유발행제를 지향하는 개혁방안을 결정하여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기조에서 국사 교과서를 검정제로 환원한 것은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2013년 UN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특별보고서도 우리나라의 이러한 교육개혁 방향이 세계적 추세와 인권 및 문화적 권리에 부합함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9월2일 서울대 역사 교수들의 성명서

현 정부와 여당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해 동안 정부가 검정 교과서에 대해 대폭적인 수정을 강제하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훼손이 임박했다는 우려마저 금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의 미래는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에서 나옵니다. 역사는 단순히 사실 나열의 창고가 아니며, 다양한 관점이 서로 어울리고 부딪히면서 깊은 성찰의 의미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장입니다. 만일 이대로 국정제를 시행한다면 역사 교육은 의미를 잃게 될 뿐 아니라 학문과 교육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헌법이 보장한 자율성, 전문성, 중립성을 침해당하게 됩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이 근거 없고 무모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위험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취소하고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학문과 교육의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현실 정치에 휘말려서는 곤란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역사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할 학자,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양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밝힙니다.

2015년 10월 28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강상진, 강성훈, 강우성, 강진호, 고원, 구명철, 구범진, 권오영, 김건태, 김경범, 김명호, 김명환, 김병준, 김보민, 김상환, 김성규, 김월회, 김인걸, 김장석, 김정희, 김종욱, 김종일, 김지현, 김창민, 김창섭, 김현, 김현균, 김현진, 김형종, 김희숙, 남동신, 남승호, 문숙영, 문중양, 민은경, 박수철, 박성창, 박진호, 박훈, 박흥식, 박희병, 방민호, 변현태, 봉준수, 서영채, 서철원, 손유경, 손영주, 신혜경, 안지현, 양승국, 여운경, 오수창, 오수형, 오순희, 유요한, 윤상인, 이강재, 이건우, 이동신, 이두갑, 이만기, 이상찬, 이석재, 이선복, 이성헌, 이승재, 이용원, 이은정, 이정환, 이정훈, 이종묵, 이주형, 이준정, 이창숙, 이현희, 임호준, 임홍배, 장원태, 전영애, 전형준, 정병설, 정용욱, 정원재, 정하경, 정항균, 조성우, 조은수, 조현설, 주경철, 최갑수, 최권행, 최종성, 한서린, 한성일, 한정숙, 허수, 홍기선, 홍진호, 황선엽, 데이빗 라이트(David K. Wright), 셈 베르메르스(Sem Vermeersch), 하민성(Milan Hejtmanek) (이상 인문대) 강명구, 강윤희, 구인회, 권숙인, 권현지, 김석호, 김영민, 김영식, 김용창, 김은미, 김의영, 김혜란, 김홍중, 박승관, 박원호, 박종희, 박주용, 배은경, 신혜란, 안두환, 오명석, 오성주, 윤영관, 이옥연, 이은주, 이재원, 이재현, 이준웅, 이준환, 이철희, 이현정, 장경섭, 정근식, 정진성, 조흥식, 주병기, 채수홍, 최병선, 최승주, 최진영, 하정화, 한신갑, 홍백의, 황익주, 올가 페도렌코(Olga Fedorenko) (이상 사회대) 강남규, 계승혁, 김상종, 김성연, 김영원, 김영훈, 김선기, 김웅태, 김재범, 김진수, 김판기, 김현아, 남성현, 노유선, 민홍기, 박상현, 박용선, 박철환, 박태성, 석차옥, 설재홍, 신동우, 신석민, 안광석, 오병권, 오희석, 우종학, 원중호, 윤성철, 이건수, 이동환, 이원재, 이일하, 이재용, 이준호, 이지영, 이철범, 이현숙, 이형목, 이훈희, 임명신, 임선희, 임종태, 장원철, 정연준, 정자아, 조철현, 조형택, 천정희, 최무영, 하승열, 허원기, 홍성욱, 홍성철 (이상 자연대) 김성재 (간호대) 강성춘, 안태식 (이상 경영대) 김승회, 김영오, 김장주, 김재관, 민기복, 박찬, 송준호, 신창수, 오승모, 윤제용, 이광근, 이관중, 전봉희, 전화숙, 최기영, 최해천, 한무영, 홍성필, 홍유석 (이상 공대) 류영렬, 문정훈, 박은우, 박일권, 배정한, 윤여창, 장진성, 조철훈, 최영찬, 하남출 (이상 농생대) 김민수, 김정희, 김춘수, 김형관, 민복기, 윤동천, 정영목, 정의철, 한정용 (이상 미대) 김도균, 박은정, 양현아, 윤진수, 이봉의, 이창희, 전상현, 전종익, 정긍식, 조국, 한인섭 (이상 법대) 강대중, 곽덕주, 김덕수, 김유겸, 김정용, 김종철, 김진하, 김태웅, 김희민, 나영일, 나일주, 류재명, 민병천, 박배균, 박성춘, 박재범, 박찬구, 박평식, 박현정, 서기원, 서의식, 소경희, 신문수, 신종호, 양호환, 우용제, 유성상, 유용태, 윤대석, 이경화, 이시내, 이준규, 임철일, 임충훈, 장승일, 정원규, 조영달, 조영환, 최승언, 한숭희, 이케 스스무(Ike Susumu) (이상 사범대) 여정성, 윤지현, 이유리, 이주영, 황금택 (이상 생활과학대) 우희종, 이항 (이상 수의대) 박정일, 서영배 (이상 약대) 김승근, 민은기, 서정은, 이석원 (이상 음대) 강영호, 강웅구, 고재성, 김성준, 김옥주, 김인규, 김재원, 김항래, 도영경, 류주석, 신애선, 이석호, 이진석, 임재준, 전주홍, 정진행, 조남혁, 최지은, 호원경, 홍윤철, 황상익 (이상 의대) 김범수, 서경호, 장대익 (이상 자유전공학부) 김성균, 김창엽, 김호, 김홍수, 백도명, 성주헌, 원성호, 윤충식, 이태진, 조성일, 최경호 (이상 보건대학원) 고길곤, 금현섭, 박상인, 엄석진, 우지숙, 홍준형 (이상 행정대학원) 김경민, 서예례, 성종상, 오능환, 윤순진, 이도원, 이동수, 이석정, 홍종호 (이상 환경대학원) 김태균, 박태균, 조영남, 한영혜 (이상 국제대학원) 김각균, 김홍기, 서병무, 우경미, 이삼선, 이성중, 이신재, 이장희, 최순철 (이상 치대) 서봉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권태억, 김용덕, 김정욱, 나종일, 이정전, 이준구, 이태진, 장회익, 정옥자, 한영우 (이상 명예교수)

총 서명인 38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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