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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을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말은 바로 하고 보자.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게 누구인가?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세계에 제대로 전파하는 일"이고 국정교과서는 그를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일이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고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 일본 우파정권에 대한 우리의 운신의 폭만 좁혀 놓았다.

  • 권태선
  • 입력 2015.10.27 15:02
  • 수정 2016.10.27 14:12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을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말은 바로 하고 보자.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게 누구인가? 독재국가에서나 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함으로써 오늘의 우리를 욕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의원, 그리고 뉴라이트 인사들이 아닌가?

당장 해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비판만 열거해보자.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한국 교과서 시대를 되돌리려 하나'는 사설을 통해, "민주화 30년 가까이 지나 한국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선진국"인데 "지금 왜 역사 교과서만 국정화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본에서 극우적 역사교과서를 막기 위해 투쟁해온 일본 시민단체들 역시 "교과서가 어떻게 작성되고 학생들에게 건네지는가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라며 "한 종류의 교과서밖에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관·역사인식을 강요"하려 하는 것은 독재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한국문제를 연구하는 한국학자들은 "국정교과서 계획은 민주국가로서 인정받은 한국의 국제적 명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의 < BBC >는 역사 통제, 역사 왜곡 같은 제목을 달아 우리 정부의 국정화 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결국 선진국이나 민주국가로 인정받아온 대한민국이 시대착오적 독재국가로 투영되게 만든 것이 바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기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외 한국학자들은 국정화 기도가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를 둘러싼 지역 내부의 분쟁에서 한국의 도덕적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역시 박근혜 정부가 일본의 아베정권이 교과서를 이용해 일본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비난해왔지만 이제는 국내에서 같은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세계에 제대로 전파하는 일"이고 국정교과서는 그를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일이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고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 일본 우파정권에 대한 우리의 운신의 폭만 좁혀 놓았다.

그들이 이런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고 내세운 명분은 대한민국 정통성 확보다. 역사교과서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원년으로 기술하지 않고 정부수립이라고 한 것을 정통성을 부인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허나 이는 대한민국 헌법을 거스르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우리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건국은 1919년이지 1948년이 아니다. 1948년 8월15일 이승만 대통령이 참여한 기념식에 나붙은 글귀 역시 '대한민국 정부수립'이었다. 당시 건국 대신 정부수립이란 표현을 쓴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3.1독립선언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어받은 정부로서 정통성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조처였고, 그것은 그동안 교육부가 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원년으로 표기하지 않도록 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 진영은 역사학자들에게 색깔론을 들씌우면서까지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바로 부끄러운 친일과 독재의 유산을 계승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녕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면 친일과 독재 같은 부끄러운 과거를 미화할 게 아니라 오늘의 정치를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만들면 된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보장된 사회, 마음 놓고 아이들을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 서민들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거나, 적어도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된다. 그런데 이런 일들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들어놓고선 그것조차 역사 교과서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이 정권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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