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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가 담배만큼 위험하다? 당신이 알아야 할 4가지

  • 허완
  • 입력 2015.10.27 10:12
  • 수정 2015.10.27 14:37
ⓒshutterstock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나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육류업체들은 일제히 ‘헛소리’라고 반발하고 나섰으며, 북미육류협회를 비롯한 전 세계 각종 육류 관련 협회들도 이 발표를 비난했다. 전 세계 육류 애호가들도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당황할 필요 없다. 결론부터 설명하자면, 가공육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붉은 고기*를 먹으면 꼭 암에 걸린다는 뜻도 아니며, 이런 음식을 먹는 걸 당장 중단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붉은 고기란 말 그대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말한다. 반면 치킨 등은 ‘하얀 고기’로 분류된다.

1. ‘암 발병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WHO 산하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나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이 직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공육을 담배나 술 같은 발암물질 분류표의 ‘그룹 1’에 놓았다. 흔히 ‘1급(군) 발암물질’이라고 표현되는 바로 그 그룹이다.

IARC는 또 ‘발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며 붉은 고기를 한 단계 밑인 ‘그룹 2A’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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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그룹에 있다고 해서 발암 위험성이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그룹 1’에 있다는 이유로 ‘가공육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 랭킹 시스템은 각각의 물질과 인간의 (최소 한 가지 종류의) 암 사이에 놓인 연관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이건 발암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각각의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중략)

분류표로 돌아가보자.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돼 그룹 1에 포함된 물질들에는 햇빛, 담배(그리고 새로 포함된 가공육)가 있다. 이건 각각의 물질들에 특정한 양만큼 노출될 경우, 인간의 몸에 (어떤 종류의)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는 뜻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햇빛에 과다 노출될 경우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과도한 흡연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슷한 건 딱 거기까지다. 한 사람도, 단 한 사람도 햇빛이 담배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스 10월26일)

영국암연구소는 “붉은 고기나 가공육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IARC가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일 뿐, 이것들이 암을 얼마나 유발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 폐암환자들 중 담배로 인해 암이 발병한 경우는 86%에 달하지만, 가공육과 붉은 고기 때문에 직장암에 걸린 환자는 21%에 그친다.

복스는 "WHO 산하 IARC가 모든 종류의 육류가 온갖 암을 유발한다고 발표한 건 아니다. 가공육이 흡연만큼이나 위험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결론은 그것보다 훨씬 제한적인 의미다. 암과 육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다.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확실한 것처럼,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분명하다. 그러나 가공육이 담배 만큼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2. 숫자에 속으면 안 된다

IARC는 매일 50그램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18%** 높아진다고 밝혔다. 붉은 고기의 경우, 100그램당 발암 위험은 최대 17%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 암에 걸릴 확률이 18%'' 높아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위험성이 18% '만큼'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영국암연구소의 설명을 들어보자.

‘17%’는 매우 큰 수치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건 ‘상대적’ 위험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숫자를 넓은 관점에서 해석한 다음 절대적인 수치로 바꿔보자. 이건 어디까지나 어림수(ball-park-figures)라는 점을 기억하자. 서로 다른 요인들이 작용함에 따라 개개인의 위험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영국인 1000명 중 약 61명은 살면서 어느 시점에는 직장암에 걸린다. 가공육을 적게 먹는 그룹의 사람들(1000명 중 약 56명)은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생명 위험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이게 사실이라면, 세계암연구기금(WCRF) 연구는 1000명 중 가공육을 많이 먹는 사람들 66명은 일생 동안 직장암에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공육을 가장 적게 먹는 그룹보다 10명이 더 많은 것이다. (영국암연구소 10월26일)

3. 고기를 전혀 먹지 말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WHO의 이번 발표가 ‘고기를 전혀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적게 먹는 게 좋다’고 권장할 뿐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식품영양공중보건학 교수 마리온 네슬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슬레 교수 역시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적게 먹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걸 육류를 전혀 섭취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저는 그게 타당한지 잘 모르겠군요. 가공육이 좋지 않다는 증거는 매우 강력하지만, 아예 먹지 않기로 결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BLT는 아주 멋진 음식이에요.” (워싱턴포스트 10월26일)

영국암연구소 역시 비슷한 조언을 내놓고 있다.

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이게 뜻하는 건, 많은 양의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정기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먹는 행위는 당신이 장수와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아마도 최선의 방법이 아닐 것이라는 뜻이다. 적당히 먹을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육류는 단백질, 철분, 아연 같은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식재료다. 다만 주의를 기울이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너무 자주 먹지 말라는 것이다. (영국암연구소 10월26일)

4. 어디까지가 ‘적당히’ 먹는 걸까?

그렇다면 얼만큼 육류를 먹어야 ‘적당히’ 먹는 걸까?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여기에 대한 권장량 같은 건 없다.

과학자들이 하루 음주 권장량(하루에 한 잔)을 정해뒀지만, 육류에 대해서는 그런 권장량이 없다. 한 사람의 개별적 생태(biology)는 복잡하며, 누군가에게는 안전한 수준이 다른 사람에게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식사 습관, 운동량, 유전자, 그밖의 수많은 요소들에 따라 다르다. (워싱턴포스트 10월26일)

영국암연구소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전체적으로 육류를 적게 먹으면 (암에 걸릴) 위험성도 낮다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절대적 권장량 같은 건 없다는 얘기다. 다만 만약 육식 섭취 비중이 높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양을 줄이고 채소나 과일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는 것.

영국암연구소는 “매우 지루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게 사실이다. 건강한 삶은 모두 절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조언했다.

겁 먹지 말자...

자, 이제 소시지나 베이컨, 햄이 담배 만큼이나 위험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식의 기사에 겁먹지 말자. 또 만약 앞으로 WHO가 무언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1급이라는 건, 암과 그 물질 사이의 인과관계가 그만큼 분명하다는 점을 설명해줄 뿐, 그래서 암 발생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발암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 수정 :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를 "직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로 수정합니다. (2015년 10월27일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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