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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 알았으니 원 없어" 모두 끝이 났다(사진 39장)

ⓒ연합뉴스

"살아있는 거 알았으니 원 없어. 생일날 미역국 계속 떠놓을게. 걱정말고 잘 가슈."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마지막 날인 26일. 65년만에 만난 남편과의 작별상봉에서 한음전(87)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며 한 말이다. 2박3일간 담담해 보였던 남편 전규명(86) 할아버지도 끝내 무너졌다.

황해북도 개풍군이 고향인 전 할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끌려갔다가 남쪽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결혼한 지 2년 된 곱디고운 아내와 뱃속의 아들을 북에 두고온 채였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전규명(86)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아내 한음전(87) 할머니를 껴안아 주고 있다.

그는 그동안 주지 못했던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려는 듯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우리 이쁜이"하고 말하는가 하면, 아내의 입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손으로 닦아줬다.

어느덧 주름이 깊게 팬 아내가 "나 시집올 때 기억나?" 하고 묻자 남편은 "이뻤지. 그러니까 결혼했지"라며 꿈결 같은 과거를 회상했다.

전 할아버지는 아내의 오른손을 자신의 왼쪽 허벅지에 놓으며 "만져봐. 그동안 만져보지도 못했잖아. 인제 언제 만져보겠어. 좋아?"라고 물었다.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이렇게 보고 얼마나 좋아…." 남편이 말하자 아내는 "곧 둘다 죽갔지 뭐." 하고 새침하게 대답했다.

헤어짐을 앞두고 "지금 살고 있는 데가 어디라고 했지?"하고 묻는 남편에게 아내는 "물어 뭐해. 같이 가지도 못하는데"라며 '타박'을 줬다가 이내 "그래도 알아는 놔야지. 개성이지, 개성"이라고 답했다.

한 할머니는 남편의 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이번에 영감 본다고 하니까 동네 사람들이 영감 살아있어서 좋겠다고 하데. 보는 사람들마다 (남편이 준) 금가락지도 없느냐고 하니, 그런 거 없는데 어떡해"하며 투정을 부렸다.

그러나 이어 "영감 살아서 이렇게 보니 좋아. 영감 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면 내가 왜 산 거야. 원 풀었어"하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전 할아버지는 "나도 원 없어"라고 말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던 부부는 작별상봉이 10분 뒤면 끝난다는 방송이 나오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잡은 손은 놓지 않은 채로 두 사람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전 할아버지는 "고마워. 걱정하지 마. 이제 다신 못 봐"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는 "그래도 살아서 한번 만났으니…"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아내를 달랬다.

하지만, 전 할아버지도 이내 회한에 찬 목소리로 읊조렸다.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싶어. 만나질 않았으면 이렇게 금방 헤어지지 않는 건데…."

한편, 이번 작별상봉은 2박3일 상봉행사의 마지막 일정이다. 작별상봉을 끝으로 1년8개월 만에 재개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모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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