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를 넘기며 순항 중인 JTBC의 드라마 '송곳'에서 주인공이 사관생도 시절 대대장의 '여당표'를 찍으라는 권유를 받고 3성 장군 앞에서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일갈을 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현대사의 사건이 있다. 1992년, 군 부재자선거 비리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의 양심선언이다.
기자회견 중인 이지문 중위.
1992년 3월 23일 한겨레는 9사단 28연대 보병 소대장 이지문 중위가 "일부 부대의 부재자 투표에서 국군기무사의 개입으로 공개기표, 중간검표 등 선거부정 행위가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있다"고 폭로했다고 전했다.
"여당표를 80% 이상 나오게 하라"고 기무사 측에서 일선 장교들을 설득 회유하기도 했다는 것.
이후 이지문 중위는 폭로 내용을 뒤집는 자술서를 발표했으나 이는 기무사의 강압에 못 이겨 쓴 것임이 드러났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이지문 중위에게 '기자가 강요해 썼다'는 자술서를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수사 과정에서 군은 비리를 인정했으나 4월 2일 이지문 중위를 파면해 이등병으로 강등한 채 전역시켰다.
이지문 중위는 곧바로 파면에 불복하는 항소를 냈고 1995년 2월 3일 대법원의 승소 판결에 따라 복직했으나, 소속 부대장으로부터 3개월 정직처분과 함께 불명예 전역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이 씨는 시민단체 '공익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을 설립하는 등 공익제보·내부고발자를 상담·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래는 3성 장군앞에서 '정치적 중립'을 논하는 '송곳' 이수인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