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연구실에서 키운 장기가 언젠가 당신의 생명을 구해줄 지도 모른다

  • 남현지
  • 입력 2015.10.25 08:16
  • 수정 2015.10.25 08:20

현재까지 미국에서 올해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의 수는 18,048명이다. 장기 기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 기증자를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122,586명이다.

대기자가 0명이라면? 의료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함에 따라,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언제 이뤄질까? 어떤 기술이냐, 누구에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그 대답은 달라진다.

유전 공학 돼지

2014년 9월 7일, 프랑스 서부 마리뉴 라이유의 라벨 루즈 양돈장의 새끼 돼지들

1980년대 말, 대장균을 연구하던 일본 학자들이 주위 유전자 물질과는 다른, 반복되는 수수께끼 같은 DNA를 발견했다.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이 변칙적인 DNA가 ‘Cas9’라는 효소에 의해 들어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인간이 Cas9를 이용해 다른 DNA 염기서열도 바꿀 수 있다는 게 알려졌다.

그 이후 연구자들은 Cas9을 이용해 빠르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동물의 DNA를 수정할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라는 강력한 기술을 개발했다. 하바드 의대의 조지 처치는 이번 달에 자신의 팀이 크리스퍼를 이용해 돼지 세포 하나의 유전자 62개를 한 번에 변형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처치의 팀은 돼지 세포의 DNA 중 인간에게 이식할 수 없게 만드는 바이러스들을 타겟으로 삼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크리스퍼를 사용하여 이 모든 과정을 2주 안에 끝마쳤다.

“이번 작업은 이식에 필요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돼지 장기의 무제한적인 공급 실현을 앞당겼다. 지금은 심장을 이식 받아야 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결국 다른 사람의 죽음에 달려 있는 잔혹한 상황이다.” 오스웨고의 뉴욕 주립 대학교 이식 전문가 데이빗 던 박사가 뉴욕 타임스에 전했다.

(예전부터 의사들은 돼지와 소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해왔다)

이런 일이 언제쯤 가능해질까?

꽤 빨라질 것 같다. 처치는 자신의 팀은 1년 안에 영장류 실험용 장기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에 말했다. 그 실험이 잘 된다면 인간 임상 실험도 그 이후 1년 안에 이루어질 거라 기대할 수 있다.

처치는 가장 필요한 장기는 신장이라고 하지만, 거기서 멈출 이유는 없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현재 이식하고 있는 거의 모든 조직/장기를 만들 수 있다’라고 처치는 말한다.

3D 프린팅

3D프린터로 만든 장기 모형들

당신의 조카가 버블헤드 인형(얼굴이 큰 피규어)을 출력할 때와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을 사용해 새 신장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장기를 생검해서 떼어 내 연구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세포를 얻고, 기르고, 산소와 영양분이 풍부한 액체에 넣어 살려둔다. 틀을 잡아줄 수 있는 생체 적합 물질과 함께 그 걸쭉한 배양 물질을 환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프린트하는 것이다.

“’프린트’ 버튼을 누르면 프린터는 한 겹 한 겹 구조를 만들며, 각 겹마다 세포를 심는다. 세포들에 영양과 성장 요소를 잘 섞어 공급하고, 좋은 환경에 넣으면 세포들은 알아서 기능한다. 어떤 구조에는 두 종류 이상의 세포들이 필요할 수도 있다.” 웨이크 포레스트 재생 의학 연구소장 앤서니 아탈라 박사의 말이다.

현재 신장, 간과 같은 꽉 찬 장기는 3D 프린터로 만들기 어렵지만, 덜 복잡한 조직들은 가능하다. 피부처럼 평평한 조직, 혈관처럼 관으로 된 조직, 방광처럼 속이 빈 조직은 모두 연구실에서 배양에 성공했다(예를 들어 웨이크 포레스트에서는 화상 환자를 위한 피부 프린팅을 연구하고 있다).

“3D 프린팅은 마법은 아니다. 우리가 연구실에서 장기를 제작하는 방법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우리 팀은 방광, 연골, 피부, 요도, 질을 성공적으로 제작해 환자에게 이식했다.” 아탈라의 설명이다.

신장 같은 복잡한 장기를 프린트해서 이식하는 건 언제 가능할까?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과학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복잡한 장기를 프린트해서 이식하는 게 일상이 되는 건 몇 년 후가 아니라 몇 십 년 후일 거라 말해도 안전할 거라 생각한다.” 아탈라의 말이다.

페트리 접시 위의 줄기 세포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의 마크 포스트 교수는 연구소에서 배양한 소고기로 버거를 만든 바 있다. 이미지는 자료사진.

우리는 이미 연구소에서 햄버거를 배양해서 먹었다(38만 달러가 들고 ‘육즙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다는 것은 잊자). 그러니 장기를 배양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8월에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과학자들은 인간 피부 세포를 줄기 세포로 전환시킨 다음 연구실에서 척수, 피질, 중뇌, 뇌간, 다중 세포, 뇌회로, 망막까지 갖춘 거의 완전한 인간의 뇌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혈관계를 제외한 모든 게 다 있는 셈이다.

줄기 세포를 이용해 원시적 간, 심장 조직, 코, 귀, 기도, 혈관 등 다양한 장기들을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위에서 설명한 3D 프린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조직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격자 모양의 틀에 세포를 ‘프린트’하는 대신 더 복잡한 장기(척수, 뇌 등)는 통째로 키운다.

2014년에 독일 팀이 이런 기술을 사용해 줄기 세포를 영양분이 풍부한 3차원 ‘젤’ 속에서 완전한 척수를 길러내서 기능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3D 프린트할 수 있는 단순한 장기들과 연구실에서 배양한 장기들은 이미 임시로 사용된 바 있다. 한 가지 인상적인 사례는 2010년에 칼에 찔린 뒤 하반신 마비 상태로 있었던 38세의 폴란드 남성 다렉 키디카다. 영국 의료진은 피디카의 코에서 얻은 세포를 사용해 ‘신경 다리’를 배양해서 다친 척추에 이식했다. 치료 19개월 후, 피디카는 다리를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감각도 약간 되찾았다.

피디카의 경험은 고무적이지만 이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런던 대학교 부속 단과 대학의 재생 의학 교수 크리스 메이슨은 영국 연구실에서 기능하는 흉선을 배양해낸 다른 팀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가 흉선과 같은 연구실에서 배양한 장기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최소 10년은 남았다고 말한다.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최소 10년, 그리고 수천만 파운드가 들어갈 것이다.” 그가 가디언에 한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장기 부족을 해소하는 가장 간단하고 건설적인 방법은 당신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다. 최근 10년 간 놀라운 기술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인체의 경이를 따라올 연구소는 없다.

장기 기증자 1명이 8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연구소에서 배양한 장기는 1명도 구하지 못한다.

페이스북 팔로우하기 |

트위터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 These Advances In Lab-Grown Organs Might Save Your Life One D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과학 #유전공학 #실험실 장기 #장기 #장기기증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