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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하게 그렇게 적어야 하느냐" :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 녹음·기록을 거부했다

  • 허완
  • 입력 2015.10.22 19:16
  • 수정 2015.10.22 19:22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7개월만에 만났다.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회동과 비교해볼 때 여러 면에서 대비됐다.

먼저 이날 회동은 오후 3시부터 4시48분까지 108분 동안 진행됐다. 지난 3월17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100분 회동'보다 8분가량 길었다.

회동 참석자도 확대됐다. 3월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만났으나 이날 회동에는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추가됐다.

지난 3월의 '3자 회동' 때는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이 김·문 대표와 1시간가량 조율을 거쳐 공동 발표문을 만들고 양당 대변인이 언론에 브리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이 끝나자 마자 여야 지도부는 추가회동 없이 곧바로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이 별도의 발표문을 만들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에선 양당 대변인이 배석하지도 않았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과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회동의 공개 부분에는 함께 자리했지만 비공개 대화 때 퇴장했다.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은 대변인 배석문제를 놓고 이날 오전까지 신경전을 벌였지만 결국 배석하기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 바람에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내용을 직접 받아적은 뒤 이를 언론에 전하는 형식이 됐다.

이 과정에서 회동 때 오간 발언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전하려는 새정치연합과 청와대 사이에 승강이도 벌어졌다.

문 대표가 "야당이 듣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5자 회동에 응했는데, 이렇게 기록도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만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한자 한자 따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세밀하게 그렇게 적어야 하느냐"며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가 "휴대전화로 녹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으나 현기환 정무수석이 거절했다.

이 원내대표는 "현 수석이 기록하니 그것이라도 한 부 넘겨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이 반대한데다 김 대표가 "그건 더더욱 안 된다"고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 이 원내대표가 각자 메모한 내용을 토대로 시내 한 호텔에서 대변인단과 함께 A4 용지 5장에 대화 내용을 복기해 언론에 브리핑했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 결과를 설명했으며, 대표실을 찾은 주승용 최고위원에게는 직접 전달했다. 새정치연합은 오는 2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에게도 회동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브리핑에 나선 이 원내대표는 "손이 아프도록 적었다. 얘기하랴 적으랴…"라고 '받아쓰기'의 고충을 털어놨다.

곤욕을 치르기는 원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원 원내대표는 "거의 토론 수준으로 진행됐다"는 이날 회동에서 발언과 필기를 번갈아 한 자신의 처지가 "(농구의) 올코트 프레싱"이었다고 비유했다.

회동 상황을 자세히 묘사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원 원내대표는 회동 때 받아적은 메모지를 뒤적이느라 진땀을 뺐다.

원 원내대표는 "말하고 적고 그러느라 (대화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하면서 "어떨 땐 저도 뜨거워져 흥분해서 이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열기가 미처 식지 않은 탓인지 원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을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잘못 전달했다가 정정하는 해프닝도 빚었다.

원 원내대표는 애초 박 대통령이 "예단해서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으나, 나중에 "당 대표님 말씀으로 기억한다"며 이 발언이 김 대표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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