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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포수장비 착용한 홍성흔 "떨리면서도 설렜다"

  • 허완
  • 입력 2015.10.22 15:17

플레이오프 3차전, 전쟁이 펼쳐지는 그라운드 안보다 두산 베어스 불펜 상황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21일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카메라에 포수 장비를 차고 우완투수 윤명준(26)의 공을 받는 '두산 포수' 홍성흔(38)의 모습이 포착됐다.

홍성흔은 이날 포수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포수 출전 가능성'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 순간, 홍성흔은 "무척 떨리면서도 설렜다"고 했다.

22일 NC 다이노스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만난 홍성흔은 즐거운 표정으로 전날 상황을 떠올렸다.

21일 플레이오프 3차전 3회초 노경은의 투구에 두산 포수 최재훈이 오른 복사뼈를 맞았다.

주전 포수 양의지는 19일 NC 나성범의 타구에 맞아 오른 엄지발톱 끝 미세 골절 진단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홍성흔은 불펜으로 걸어갔다.

포수 미트를 끼고, 공을 받던 홍성흔은 최재훈이 계속 고통을 호소하자 포수 장비를 하나씩 착용했다.

홍성흔은 "만일을 대비해 포수 장비를 가지고 다닌다. 모두 내 장비"라며 "처음에는 속으로 '일어나라, 재훈아'라고 외치면서 불펜에서 윤명준의 공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사진은 18일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4회초 솔로 홈런을 친 홍성흔이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성흔이 공식 경기에 포수로 나선 건 2008년 4월 3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이 마지막이었다.

7년 6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불펜에서 공을 받는 동안 홍성흔의 '포수 DNA'가 살아났다.

홍성흔은 "점점 설렜다. '그래도 내가 포수로 국가대표까지 했는데'라는 자부심도 있었다"며 "나도 내가 포수로 나가면 어떤 경기를 할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물론 불안감도 있었다. 홍성흔은 "최근에 심장 박동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 날"이라며 "(김태형) 감독님 말씀처럼 내가 포수로 출전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내 아들도 '아빠, 2루 송구 가능해'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웃었다.

홍성흔은 "내가 불펜에서 공을 받고 있으니 (부상 중인) 양의지가 '형, 상황이 되면 그냥 제가 나갈게요'라고 말하더라"고 당시 불펜에서 오간 대화를 전하기도 했다.

최재훈이 통증을 안고 남은 경기를 치르면서 홍성흔이 포수로 나서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순간, 홍성흔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로 뛰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정규시즌 끝나고 사회인 야구에서 포수 훈련을 해볼까"라고 농담도 했다.

하지만, 전문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지키는 게 전쟁 같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을 위해 가장 좋다.

홍성흔은 타격 훈련을 하러 그의 앞을 지나가는 최재훈을 향해 "야, 쩔뚝이면서 걷지 마"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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