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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36명, '집필 거부' 선언하다(사진, 동영상)

ⓒ연합뉴스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6명이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그 자체로서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서울대 인문대 국사·동양사·서양사·고고미술사학과와 사범대 역사교육과 등 5개 학과 교수 36명은 2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끝내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면 집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연구·자문·심의 등 일체의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5개 역사 관련 학과에는 모두 44명의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교수들은 국정 역사교과서가 ‘올바른 교과서’가 될 수 없는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우선,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바람직한 역사교육이란 학생이 다양한 사료와 방법론, 비판적 사고와 여러 방면으로 열린 역사 해석의 가능성에 입각해, 역사 서술이 지닌 의미와 그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맥락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것”이라며 “정부가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제작한 단일한 교과서를 통해서는 역사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교수들은 현재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정신과 충돌하며, 세계 시민의 보편적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유엔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 21세기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향신문

교수들은 끝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평화통일과 세계사 교육에 대한 지향을 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국정화를 추진하는 논리에는 헌법이 규정한 평화적 통일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전망이 없다”며 “또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논의에는 한국사, 그 중에서도 해방 이후 현대사에 초점을 맞출 뿐이어서 우리 역사교육에서 절실한 세계사와 한국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외면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색깔 공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교수들은 “국사학자들을 근거 없이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밖으로 대한민국을 오해하게 하고 안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불안하게 한다”며 “반대 의견을 지닌 국민을 싸워 물리칠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책은 올바른 것일 수 없다”고 했다.

아래는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한 교수 명단이다.

국사학과 : 권오영, 김건태, 김인걸, 남동신, 문중양, 오수창, 이상찬, 정용욱, 허수, Milan Hejtmanek

동양사학과 : 구범진, 김병준, 김형종, 박수철, 박훈, 이은정, 조성우

서양사학과 : 박흥식, 이두갑, 주경철, 최갑수, 한정숙

고고미술사학과 : 김장석, 김종일, 이선복, 이주형, 이준정, 장진성, David Wright

역사교육과 : 김덕수, 김태웅, 박평식, 서의식, 양호환, 유용태, Ike Susu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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