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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 12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2일 14시 12분 KST

자위대는 가도 박근혜는 못 가는(?) '나라'

이 글에서 살펴 보려고 하는 것은 1950년 10월 30일에 있었던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승만이 평양을 방문했던 에피소드이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벌어져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을 찾았던 일이니, 대한민국 헌법상 당연히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전체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국토의 일부를 찾은 일이고, 당시 이승만은 평양에서 그를 맞으러 구름 같이 몰려 왔다는 평양시민들 앞에서 감격적인 연설을 하였다고 하니, 앞으로 만들어질 대한민국 국정 국사교과서(쿨럭;)에도 어쩌면 관련된 내용들이 자랑스럽게 실려야 할 것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평양 방문의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라고 할 만하다.

일본 방위성 장관이 얼마 전에 서울에서 있었던 한일 국방장관 회담 때 한반도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에 일본 자위대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일이 뒤늦게 밝혀져 소동이 났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미국한테 패망하여, 한반도에 있던 일본군도 물러나서, 우리가 해방된 후 70년이 지났는데, 다시 이 땅에 일본군이 우리 의사와 상관 없이 돌아 올 수도 있다니 자못 충격적이었다. 일본 방위성 장관의 발언 내용을 당초에 감추었다는 우리 국방부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과연 그의 말대로 일본 자위대는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어도 북한에 들어 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 헌법상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의 일부로서 우리 땅이라고 국민들이 굳게 믿고 있는 북한 지역에 일본군이 들어 갈 때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니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지만, 막상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무너진다든지 하여 급변 사태가 일어 났을 때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행사하며 통일 대박(웃음)을 이룰 수 있을지, 우선 이렇게 우리의 이웃인 일본부터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데 슬몃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현대사에서는 남북이 분단된 다음에 북한 정권이 무너진 급변 사태가 일어난 일이 한 번 있기는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 김씨 왕조의 창건자 김일성이 6.25를 일으켜 남침을 하였다가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이 모인 유엔군의 반격을 받아 그때까지 남북을 가르고 있던 38선을 돌파하는 바람에(현재 우리가 국군의 날로 기념하는 1950년 10월 1일에 있었던 일이다) 김일성이 북한의 수도 평양을 버리고 달아난 일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남북 통일의 기대를 한껏 높여 놓았던 이 사건은 중공군이 개입하는 바람에 짧게 끝났고, 한반도는 휴전선을 경계로 다시 분단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무렵 과연 남한은 북한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역사를 한 번 되짚어 본다면 어쩌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북한에서의 급변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서 이 글에서 살펴 보려고 하는 것은 1950년 10월 30일에 있었던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승만이 평양을 방문했던 에피소드이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벌어져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을 찾았던 일이니, 대한민국 헌법상 당연히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전체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국토의 일부를 찾은 일이고, 당시 이승만은 평양에서 그를 맞으러 구름 같이 몰려 왔다는 평양시민들 앞에서 감격적인 연설을 하였다고 하니, 앞으로 만들어질 대한민국 국정 국사교과서(쿨럭;)에도 어쩌면 관련된 내용들이 자랑스럽게 실려야 할 것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박명림 교수님께서 당신의 역저(力著)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한국 1950 전쟁과 평화]에서 밝히신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평양 방문의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라고 할 만하다.

1950년 10월 30일 평양시청에서 열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평양입성 환영대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이승만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것이다. 적어도 자국의 헌법상으로는 한반도 전체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한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반국가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너진 상태에서조차, 여전히 북한을 방문할 때 개인 자격이라니? 그러나 그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그 무렵 북한에서 김일성 정권의 잔당들을 소탕하며 군사작전을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맥아더 장군이 총사령관이 되어 이끌고 있던 유엔군이었고, 한국군의 작전권을 다름 아닌 이승만이 그 맥아더 장군이 있는 미군에게 맡겼기 때문에 북한의 수도였던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체는 유엔군의 관할 하에 있었던 것이다!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 중 강연을 위해 평양을 찾은 후 39년 만에 평양을 다시 찾았다는 이승만은, 말끝마다 북진통일을 외쳤던, 이 고집스러운 반공투사는, 겨우 초라하게 개인자격으로 평양 시민들 앞에 섰던 것이다-_-;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허락을 받고서야 우리 땅이어야 할 평양에 겨우 우리 대통령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북한의 소위 인민군이 다 무너지고 김일성이 압록강변으로 달아난 다음인데도 말이다.

작금의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도 이승만의 공과(功過)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가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하여 이승만이 당시 평양시민들에게 했던 연설을 다시 읽어 보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승만 역시 자신이 아직 통일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전체를 다스리는 지도자로서 평양시민들 앞에 선 것이 아님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승만은 이 연설에서 "정부는 현재 만반의 준비를 가지고 여러분과 같이 한살림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UN을 비롯한 국제적인 관계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인정하였고, 그러면서도 "그 시기는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음"으로 멀지 않았으며, 당시 한국 주재 미국 대사인 "무쵸 대사가 워싱톤에 가서 모든 것을 협의하고 있"으며 "유엔도 앞으로 우리를 도와 만사를 잘 되도록 도와 줄 것"이라고 하고 있었다. 즉 바꾸어 말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이 승낙을 하여 주지 않는다면 남한이 북한에 대한 통치권을 직접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이승만은 인정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개인 자격으로라도 이렇게 평양 시민들 앞에서 호소할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박명림 교수님에 의하면 심지어 한국 정부 내에서도 군중 속에 있을지도 모를 북한 정부 동조자들에 의한 위해 가능성 때문에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이승만의 평양행에 반대했으나 이승만은 연설을 마치고 그를 환영하는 군중들과 직접 접촉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승만이 만난을 무릅쓰고 개인자격이라는 굴욕적인 조건을 수락하면서까지 평양 시민들 앞에 직접 서고자 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승만은 남한 정부의 거듭되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북한 주민들을 남한의 대통령이 직접 만나서 그들에게 통일을 이루자고 호소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을 남한 주도의 통일에 동의하도록 그들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그러한 북한 주민들의 지지가 없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암만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나 북한 정권이 무너졌다고 해도 당연히 북한은 남한의 것이 된다고 인정하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승만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을 이러한 평양시민들과의 조우를 다음과 같이 마친다. "자 여러분 다시 한 번 나와 같이 맹세합시다. 통일된 자유조국을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싸워 나갈 것을" 그로부터 65년 후인 오늘 만일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 났을 때 우리는 북한 주민들과 함께 그렇게 싸워 나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심지어 일본 자위대까지 한·미·일의 협의가 있으면 북한에 들어 오겠다고 주변의 강대국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 년 간 생이별을 했던 이산가족 할머니 할아버지들이(그때 평양에서 이승만을 맞았던 군중들 중에 있으셨던 분들인지도 모르겠다) 기약 없는 이별을 다시 하시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이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찾았던 그때보다 지금이 무엇이 나아졌나 하고 생각해 보니 그저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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