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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LGBT 인권의 선도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활동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 김도훈
  • 입력 2015.10.22 10:24
  • 수정 2015.10.22 11:48

베트남 하노이에서 2015년 8월 2일에 열린 네 번째 LGBT 프라이드 퍼레이드.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LGBT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동성애는 터부시된다.

이 기사는 동남아의 LGBT 커뮤니티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활동가들의 용감한 행동을 조명하는 동남아 LGBT 인권에 대한 10편 시리즈의 일곱 번째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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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인권 문제는 있으나 게이 인권에서는 선도자’. 2013년 애틀랜틱의 헤드라인이었다. ‘게이 인권에 있어서는 베트남이 이제 미국보다 더 진보적이다.’ NBC 뉴스에서 1월에 보도했다. 며칠 뒤 블룸버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베트남 결혼 법이 폐지되어 동성 결혼식이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헤드라인들은 일부분만을 보여준다. 활동가들은 LGBT 이슈에 있어 베트남이 진화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게이 인권의 선도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LGBT는 광범위한 학대와 차별을 당하고, 특히 자기 집에서 고충을 겪는다. 동남아의 두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이 올해 전국적으로 동성 결혼 금지를 철폐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성 커플들은 법에 의해 인정되지도 보호받지도 못한다.

베트남 사회, 경제, 환경 연구원(iSEE)의 LGBT 인권 프로그램 매니저인 루옹 테 후이는 경직된 가족들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 베트남 LGBT 커뮤니티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고 허핑턴 포스트에 말한다.

“가문의 대를 잇고, 체면을 지키는 등의 전통적인 규범 때문에 낙인과 오해가 엄청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LGBT들은 ‘사회의 악’, 혹은 ‘패션’이나 ‘사회적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LGBT들 대부분은 지금도 부모에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감춘다.”

iSEE가 2008년에 베트남의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3천 명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 중 20%가 가족들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내 아버지는 나를 때리며 ‘나는 내 집에 호모는 용납하지 않는다. 넌 진짜 남자로 태어났고, 난 널 다른 아이들처럼 돌봐줬는데, 너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라고 말했다.” 한 아이가 2012년에 iSEE에 한 말이다.

iSEE가 2009년에 했던 다른 설문 조사에서는 베트남의 게이와 레즈비언들 다수는 사회적 영향이 두려워서 성적 정체성을 숨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이 남성 중 2.5%만이 ‘완전히’ 커밍 아웃했다고 대답했고, 5%는 ‘거의 공개했다’고 대답했다.

iSEE는 LGBT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전국적으로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것을 밝혔다. 2009년 iSEE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 정도는 동성애가 ‘질병 혹은 감염’이라고 대답했다. 54%는 ‘부모의 돌봄/사랑/지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절반이 LGBT는 ‘치료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베트남 하노이. 두 베트남 여성이 LGBT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학대를 당해서 가출한 LGBT 아동들도 있다고 한다. iSEE가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2012년에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성 노동을 하게 된다.

2012년에 십대 성 노동자 트란 란 안은 베트남 뉴스에 자신은 13세 때 가출한 이후 최후의 수단으로 성 노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녀의 ‘레즈비언 관계’를 비난하는 부모에게 매일 얻어맞고 언어 폭력을 듣는 것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고 한다.

그녀는 후에 ‘육체 노동을 하려고 지원했지만, 고용주들이 나를 채용하기를 거부하고 무례한 말을 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돈을 훔칠 거라고 생각했다.’

2014년 미국 국제 개발 기구와 U.N. 개발 프로그램이 작성한 베트남의 LGBT 인권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LGBT에 대한 차별은 가정과 직장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흔하다고 한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 환경에서의 육체적 폭력, 성 희롱, 언어 폭력이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LGBT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폭력을 경험하고, 학교를 중퇴하고 자살 충동을 느낀다.’

LGBT에게 우호적인 의료 시설과 서비스가 부족한 것과 의료진의 차별적 태도도 큰 문제이다.

2011년에 탄 니엔 뉴스는 하노이의 지역 보건소 의사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섹스는 정상이지만 남성 두 명이나 여성 두 명이 하는 섹스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내 생각에 그건 역겹다.” 익명의 의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베트남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또 다른 의료 관련 문제는 성 전환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현재 법적으로 성별을 바꾸기가 불가능하고, 공식 문서의 이름을 바꾸려 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동성애는 베트남에서 범죄가 아니며, LGBT는 군대에 복무할 수도 있다. LGBT를 위한 결혼 평등과 보호에 대한 대화가 정부 수준에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매년 프라이드 행사도 열리고 있다.

작년에 베트남이 U.N. 인권 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과 무관하게 모든 시민들에게 반 차별을 보장하는 법을 제정했을 때 활동가들은 큰 승리를 축하했다.

그러나 이런 법은 이론상으로만 남아있다.

1975년 통일 이후 공산당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은 현재 대규모 법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법들이 많다. 후이는 활동가들은 현재 LGBT와 관련된 법들을 개선하고 추가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LGBT 이슈에 대한 의식을 높이려 애쓴다고 말한다.

“공립 학교에서 섹슈얼리티 교육을 하는 게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노력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는 다음 세대의 손에 달려 있다. 다음 세대가 옳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활동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 같다. 국제 인권 감시 기구에 의하면 베트남의 인권 상황은 아직 ‘위태롭다’. 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자유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며 부패가 고질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모든 학교는 교육 커리큘럼이 똑같다. 사립 학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커리큘럼을 통제한다. 섹슈얼리티 교육을 정규 프로그램에 넣는 것은 어렵고, 최고 수준에서부터 지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후이의 말이다.

“LGBT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의식도 필요하다. LGBT 인권에 관련된 옹호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허핑턴포스트US의 Vietnam Has Been Praised As A Leader In LGBT Rights. Activists Beg To Diff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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