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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19금 작가' 네온비의 작업실(사진 3장)

발랄하거나 달콤하거나. 생활툰으로 인기를 얻은 네온비(이주희·31) 작가의 이미지는 원래 이랬다. 그런데 올해 3월까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했던 성인 스릴러물 <나쁜 상사>로 독보적인 19금 여자 작가가 됐다. 웹툰 <나쁜 상사>는 1년에 3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유료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온비 작가가 남편 캐러멜(오현동·34) 작가와 살고 있는 집을 찾았다. 신혼의 일상을 담은 생활툰과 아찔한 성인물이 모두 태어난 달콤살벌한 작업실이기도 하다.

만화 속 묘사는 모두 사실이었다. 집 현관을 들어서면 만화의 단골 출연자인 강아지 ‘동구’가 펄쩍펄쩍 뛰면서 마중을 나온다. 작가가 공들여 모은 플레이 모빌이 벽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한쪽에는 올빼미 인형들이 가득한데, 데뷔 초기 자신을 주로 올빼미 캐릭터로 그렸던 네온비 작가의 수집품이다. “예쁘고 쓸데없는 것에 돈을 많이 써요. 게다가 뭐든지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서 수집만이 아니라 공연이든 영화든 좋으면 수십번을 봐요. 44번까지 본 뮤지컬이 있어요.” 영화 <신세계>는 황정민의 중국어 대사까지 다 외운다고 했다.

“같은 노래도 물릴 때까지 수백번을 듣는데 옆에서 일하는 캐러멜 작가가 힘들 것 같아요. 내년엔 각자 작업실을 가질까 해요.” 지금은 거실에서 줄거리를 만들고 함께 작업실로 옮겨서 그린다. 만화에서 묘사했던 대로 “둘이 하루종일 나란히 앉아 먹고 원고(작업) 하고 자는 만화가의 집”이다.

네온비 작가는 캐러멜 작가의 배경, 채색 등을 돕다가, 자신이 이야기를 쓰고 캐러멜 작가가 그림을 그린 웹툰 <셔틀맨>(2010년), <다이어터>(2011년)로 인기를 얻었다. <기춘씨에게도 봄은 오는가>(2011년), <결혼해도 똑같네>(2012년) 등을 혼자 그리며 문하생이 아니라 작가 대 작가로서 마주 서게 됐다고 했다.

작가는 2013년 6월부터 시작한 <나쁜 상사>로 전환기를 맞았다. 어쩔 수 없이 호스트로 일해야 했던 남자 주인공이 자신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랑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막판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을 끌어당겼다. “생활만화를 그리는 사람으로 굳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레진코믹스가 출범하면서 성인만화를 그려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구상했어요. 제 취향도 원래 어둡고 잔혹하고 진지한 쪽이에요.” 성공적으로 성인물에 안착했지만, 만화가의 고통도 톡톡히 겪었다.

“원래 그림은 맡기려다가 제가 하게 됐어요. 주로 귀엽고 밝은 캐릭터를 그려왔던 제가 갑자기 극화의 사실적인 그림을 배워가며 연재해야만 했죠.” 연재 2년 동안 꼼짝없이 작업실에 갇혔다. “택배기사 포함해 2년 동안 만난 사람이 20명이 안 됐어요. 매일 눈물을 흘리며 마감했고 나중엔 우울증에다 부정맥 증상까지 생기더라고요. 30화부터 남편이 펜선을 도맡아 해줬어요. 결국 이 만화도 우리의 공동 작품이죠.”

성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본 적이 없는 한국 만화에서 처음 그 길을 걷는 만화가는 누구의 발자국을 따라갔을까? 에로틱한 장면을 그릴 때는 모델들의 포즈 그림집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친구가 자세를 잡으면 작가가 따라 그렸다고 한다. <나쁜 상사>는 성적 묘사를 양념처럼 뿌리며 강렬한 캐릭터와 극적인 전개로 독자들을 달궜다.

벌써 연재의 고통을 잊은 네온비 작가는 내년 하반기 연재를 목표로 4가지 이야기를 준비중이다. 로맨틱 코미디나 전문 만화 등 뭐가 됐든 아직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 도전할 생각이다. “글과 그림에 자기를 갈아넣어야 이야기 하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른 만화를 그릴 때마다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에 끌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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