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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 10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22일 10시 53분 KST

"복지 위해서는 서민증세도 필요하다"는 주장에 주목해야하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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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자증세’ 뿐만 아니라 급여소득자 전반에 대한 ‘보편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자증세만으로는 부족한 복지 재원을 충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겨레가 21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연말정산 파동이 남긴 과제 및 대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실상의 ‘서민 증세론’”이라고 평가했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어쩌면 ‘부자들한테나 세금을 더 걷을 것이지 서민증세가 가당키나 한 소리냐!’라고 발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근차근 이 주장의 배경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보다 더 나은 복지를 원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면 말이다.

1. 급여소득자 절반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지난해 연말정산 자료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중 48.2%에 달하는 780만여명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소득자의 절반가량이 소득공제나 감면 등에 따라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기억해둬야 할 게 있다. 급여가 낮은 서민들만 면세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연간 총급여가 4850~4900만원인 근로소득자 중 약 10%가 면세자로 파악됐다. 이들은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층이다.

‘면세자’는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각종 공제나 감면에 의해 좌우된다. 당신보다 연봉이 높거나 비슷한 동료들 중에도 소득세 한 푼 안 낸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급여소득자들은 모두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공제나 감면을 많이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최저한세)은 부담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최소한의 일정금액(예를 들어 월 1만원)이나 총급여의 일정비율(예를 들어 1%)에 해당하는 세금은 반드시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용주 국회예산정책처 실장은 지난 3월 한국일보가 기획한 대담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절반이다. 이들이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일단 내고 다시 받는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된다. 모든 사람이 세금을 내는 개세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사회적인 복지가 대세라면 예전 국방세처럼 사회복지특별회계 같은 걸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소비세 인상분을 전부 복지에 쓰는 식으로 나누면 된다.” (한국일보 3월17일)

2. 한국은 OECD에서 소득세를 가장 적게 내는 나라다.

한국의 낮은 복지 수준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판할 때 꼭 나오는 통계가 바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0.4%로 OECD 조사대상국 28개 중 꼴찌였다. OECD 평균(21.6%)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단순히 ‘정부가 복지 지출을 너무 안 하고 있다’고만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도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례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국민부담률은 24.3%(2013년 기준)로, OECD 조사대상 30개 국가 중 28위에 그쳤다. OECD 평균은 34.1%, 가장 높은 덴마크는 48.6% 수준이다. 요약하면, 한국은 세금도 적게 내고, 복지도 적게 이뤄지는 국가라는 얘기다.

관련기사 : 한국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 OECD 중 최하위

국민부담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근로소득세다. 한국은 주요 국가들 중 소득세를 적게 내는 나라들 중 하나다. 먼저 경제규모(국내총생산; GDP)와 소득세 비중을 비교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을 평균으로 계산하면 8.56%(2012년 기준)이다. 한국은 3.73%다.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키는 실효세율도 따져보자. 각종 공제 및 감면제도 때문에 한국의 평균 소득세 실효세율(무자녀 1인 평균소득 가구 기준)은 5.1%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5.5%다.

두 명의 자녀를 둔 외벌이 가구를 기준으로 해도 소득세 실효세율은 2.4%로, OECD 평균 10.2%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어떤 가정으로 계산해봐도 한국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관련기사 : GDP 대비 소득세 비중, OECD 중 ‘최하위’ (한겨레)

3. 고소득층이 세금을 적게 내서 그런 게 아니다. 모두가 소득세를 적게 내고 있다.

고액연봉자들이 각종 ‘꼼수’를 동원해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오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소득수준이나 가구구성과는 상관없이, 한국의 급여소득자들은 모두 소득세를 적게 내고 있다.

오히려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세 부담 수준은 OECD 평균과 더 큰 격차를 보인다. ‘부자증세부터 하라’는 말은 적어도 이 통계와는 맞지 않는다. (물론, 부자증세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래는 평균소득 100%를 기준으로 한국의 소득수준별 소득세부담과 OECD 평균을 비교한 표다. (각각 2인가구, 4인가구 기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우리나라의 실효세부담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는 독신자, 2인 가구, 4인 가구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며, 소득수준에 따라 세부담 격차에 차이가 발생하긴 하지만 전 구간에 걸쳐 우리나라가 OECD 평균치보다 상당히 낮다. (중략) 우리나라의 세부담률을 OECD 회원국 수준으로 인상하려면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4.5~12.6%p의 세부담률(소득세와 사회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소득수준별 근로소득 세부담과 가족수당 혜택’, 2015년 4월)

4. 정치인들의 ‘세금폭탄론’에 덩달아 흥분하면 이렇게 된다.

여야는 모두 ‘복지’를 말한다. 그러나 누구도 ‘세금을 더 내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금폭탄론’을 앞세워 상대방을 공격한다. 언론도 여기에 동조해 ‘세금폭탄론’을 퍼뜨리며 조세저항을 부추긴다.

그 결과는 이렇다.

2014년 연말정산 파동이 정확하게 그 사례가 되었다. 즉, 애초의 세법 개정 과정에서 증세 기준점으로 삼았던 3,450만원이 ‘세금폭탄론’에 밀려 5,500만원으로 조정되었고, 실제 연말정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세금폭탄론’이 불거지면서 5,500만~7,000만원의 고소득층(!)에도 추가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조세체계의 왜곡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중략)

정부에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제제도 변경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난 사례를 근거로 ‘세금폭탄론’을 확대재생산한 국회와 시민사회 역시 조세체계의 악화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5,500만~7,000만원의 소득구간에서 나타난 일부의 특이점 사례를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결국 이들 고소득층으로까지 세제혜택을 부여하도록 만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경제개혁연구소 ‘연말정산 파동이 남긴 과제 및 대안’, 2015년 10월)

김 교수는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의 여야 또는 보수-진보는 모두 상대방의 세법 개정안을 세금폭탄론으로 공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세체계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덫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5.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소득세는 증세가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복지에는 당연히 세금이 들어간다. ‘무상복지’라는 용어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내가 낸 세금을 언젠가 내가 돌려받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낸다’와 ‘돌려 받는다’. 복지선진국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민 대다수는 자신이 낸 세금보다 더 많은 복지혜택을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매우 낮은 편이다.

성장 일변도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국민들로선 복지 혜택을 누려본 경험이 적기에 ‘내가 낸 세금만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믿음이 없다. (경향신문 2월27일)

특히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월급쟁이들이 반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둘째, 국민들은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증세의 부담을 자신들만 짊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회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세금은 늘리고 기업이나 부유층의 조세부담은 경감해준다고 의심한다. 또한 유리지갑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자영업자들에 비해 부당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고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2월18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 ⓒ한겨레

물론 김 교수가 다른 건 그대로 두고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의 소득세만 올려야 한다거나, 무턱대고 소득세부터 올리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주장해왔던 것처럼, 복지를 확대하려면 올리거나 조정해야 할 세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대기업 등에 매기는 법인세도 올려야 하고, 불필요하게 깎아주는 세금도 줄이는 게 맞다.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의 탈세도 더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 ‘부자증세’도 필요하고, 각종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 및 보유에 대한 세금부담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특히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다만 김 교수는 자신의 제안이 ‘서민증세 우선론’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복지를 확대하자고 하면서 정작 재원 조달 방안인 증세에 대해선 진보-보수 모두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미래를 위해 모두가 세금을 더 내는 논의의 물꼬를 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의 고소득층에 집중한 직접 증세만으로는 필요한 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야 및 진보·보수가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10월20일)

박근혜 정부는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외쳤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국민들이 받아든 건 담뱃값 인상 같은 ‘꼼수증세’나 보육예산 축소 같은 ‘복지축소’다.

반면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야당은 ‘부자감세 철회’나 ‘법인세 인상’, ‘재벌 감세 축소’ 같은 구호만을 되풀이할 뿐, 본격적인 증세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런 야당 역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증세 없는 복지’ 주장이 거짓말인 것처럼, 야당이 부자증세나 엠비감세 철회만으로 복지가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사회복지분야의 진보학자들 대부분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만으로는 보편적 복지가 불가능하고, 결국 소비세(부가세)를 올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야당도 증세가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부자감세 철회만 강조한다.” (한겨레 3월11일)

지난 2013년, 경제전문기자 출신인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이렇게 제안한 바 있다.

세금폭탄과 보편적 증세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 보편적 증세의 핵심은 누진 과세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세금폭탄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그건 ‘나는 못 내겠으니 부자들에게나 거둬라’가 되어선 안 된다. 이제 이런 목소리를 낼 때다.

나도 낼 테니 부자에게 더 거둬라!’ (슬로우뉴스 2013년 8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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