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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헤드라이너' 우승자 킹맥 : "'터지는 음악'이 전부? 대안은 있다"

  • 남현지
  • 입력 2015.10.21 13:44
  • 수정 2015.10.21 14:10

DJ가 있다. 그러나 DJ는 또 없다.

여러 페스티벌과 클럽에서 전자음악(통상 EDM(Elect ronic Dance Music·전자댄스음악)으로 부르나, 이는 한 분류이기에 상위 개념인 ‘전자음악’이라는 용어를 쓰겠다)이 울려퍼진다. 카페나 식당, 옷가게 등에서도 ‘쿵쿵’대는 전자음악을 튼다. 그만큼 친숙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 가려진 DJ의 모습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외 유명 DJ의 음악에 열광하거나, ‘까까까’ 박명수 등 연예인 DJ에 환호할 뿐. 그래서 진짜 DJ는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DJ 서바이벌 프로그램 <헤드라이너> 결승 무대에 선 킹맥. 킹맥이 실제 플레잉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그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정보를 살펴보자. CJ E&M 제공

“댄스뮤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분했다”

그 모습이 드러났다. Mnet은 DJ 서바이벌 프로그램 <헤드라이너>를 지난 9월부터 방영했다. 12명(11팀)의 DJ가 경쟁에 나섰고, 10월13일 마지막 방송에서 우승자가 밝혀졌다. 국내외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신(Scene)과 상업적 신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킹맥(KINGMCK·본명 김민찬)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방송 내내 자신감에 넘쳤다. 때로는 기본 실력을 갖추지 못한 경쟁자를 향해 독설을 내뱉으며 진짜 ‘DJ’로서의 자존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송 내내 짧은 인터뷰가 아쉬웠다. 그래서 직접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그가 생각하는 DJ는 무엇인지, 한국에서 DJ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전자음악계의 현실은 어떠한지. 그러나 취재 당시 킹맥이 독일에 있던 관계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자우편으로 답변을 보내온 킹맥은 “우승까지 했지만 할 말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앙금이 있었다”며 빽빽한 답변지를 보내왔다.

“다 똑같은 것 안 해도 대안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하겠다는 결정을 하고서는 더욱 자신감 있게 행동했다.” 킹맥은 자신감의 원천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첫 회부터 “오늘 보여준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자신만만해했다. 허세가 아니었음은 결과가 말해준다. 그는 첫 출연 제의를 포함해 5번의 제의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헤드라이너>에 ‘대안을 보여주겠다’는 자신만의 미션을 설정한 뒤에야 참가를 결정했던 것이다. 왜, 어째서 대안이 필요한 것일까? 킹맥은 “무대 위에서의 희열과 인기에 치우치는 DJ가 엄청나게 늘었다. 5년 전만 해도 DJ 저마다 스타일이 뚜렷해 ‘오늘 ○○○ 어디서 플레이해?’라고 수소문하며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클럽들 페이스북 홍보글을 보면 ‘언제나 터지는 클럽 ○○ 예약은 여기로’라는 문구만 난무한다. 댄스뮤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분했다”라며 현재 전자음악 클럽 신을 비판했다.

이른바 ‘터지는 음악’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그게 전자음악의 전부가 아니다. 킹맥에게 ‘전자음악은 ○○○○다’라고 정의를 부탁했다. 돌아온 답은 “전자음악은 잘못됐다. 실은 전자음악이라기보다 ‘EDM’이 맞겠다. 나는 그 단어를 지극히 혐오한다”였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미국 음악시장에 DJ와 EDM 페스티벌이 상륙하며 히트를 치자 매체들은 그 음악을 EDM으로 묶어버렸고, 소비자들은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인기차트 상위 음악만 편파하며 듣게 됐다. 그 뒤로 색다른 음악을 선보이는 멋진 DJ들은 대중과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국내 클러버들은 피리 부는 여성 DJ 보려 몇 시간 줄을 서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ORIGINALSUPERSTAR #JOINTHEDDNDMVMT

K̸I̸N̸G̸M̸C̸K̸(@kingmck)님이 게시한 사진님,

DJ 킹맥

피리 부는 DJ 보려 줄을 서는 이 상황!

킹맥은 아마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진짜 전자음악과 DJ는 외면받고, 유명세에 취한 가짜 DJ가 실력은 갖추지 못한 채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현실에. 그래서 그는 상업적 영역과 비상업적 영역의 균형은 갖추되 결국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지형을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물론 킹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한다. “<헤드라이너> 우승 때가 아니라 DEADEND라는 크루를 결성해서 우리만의 음악·콘텐츠로 승부하며 한 걸음씩 올라갈 때 가장 행복했다.” DEADEND에는 DJ SMOOD, CONAN, ANDOW, SOMAL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그들은 이제 유명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비중 있는 출연진으로까지 자리잡아가고 있다. DEADEND뿐 아니라 국내 전자음악계에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크루들이 여럿 활동하고 있다. 360Sounds, BNSKREW, DISCO EXPERIENCE, YMEA 등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신에서는 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크루들이다. 모두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에는 공통점이 있다. DJ 스스로가 재미있고 행복한 무대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런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무대를 스스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기본 실력과 함께 대중과도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크루들은 어떠냐고?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킹맥은 상업적인 무대에도 서지만 언더그라운드 신에 대한 애착이 강해 보인다. “모두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남들 따라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요즘은 국내 아이돌 그룹도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EDM 음원을 활용한 음악을 앞세워 활동하곤 한다. EDM이 그만큼 ‘너무’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 역시 새로운 음악에 갈증을 느낀다. 그들에게 킹맥은 이렇게 답한다. “몇 년 전 디제잉을 하면서 틀었던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트랙들이 몇 년 뒤에는 실제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걸 활동해오면서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음악 또는 사운드의 유행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장소는 언더그라운드 클럽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태원 클럽 신이 (변화가) 제일 빠르고 음악적 스펙트럼도 다양하다고 여긴다.” 언더그라운드 신은 대중적이지 않기에 당연하게도 손수 정보를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접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다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YOU KNOW YOU CAN'T FUCK WITH MY TEAM @DDNDMVMT

K̸I̸N̸G̸M̸C̸K̸(@kingmck)님이 게시한 동영상님,

DJ 킹맥의 플레잉 영상

“우린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걸 지켰다”

킹맥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밴드 활동을 하다 처음으로 디제잉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다양한 장르의 전자음악을 즐겨 듣고 또 플레잉하지만, 그가 DJ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하우스음악’을 트는 DJ를 보고서였다고 한다. “하우스음악 DJ가 긴 시간 동안 부스 안에서 믹스를 하면서 각 트랙의 키포인트가 될 만한 소리를 자신의 의도대로 대중에게 때에 맞춰 전달하는 카리스마에 매료됐다”고 킹맥은 회상한다. “대중이 ‘터지는’ 음악을 선호하다보니 하우스음악을 틀 공간이나 파티가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안’을 보여주겠다는 킹맥과 그를 비롯한 진짜 DJ들의 여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끝이 나지 않을지도. <헤드라이너>의 팀 대결 미션에서 진 킹맥은 말했다. “우린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걸 지켰다. 상업적인 음악에 맞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 그래서 아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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