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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설문조사 | 남북회담과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전문가들은 남북한의 정기적인 접촉, 대화와 이산가족상봉 정례화가 긍정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 공격 징후 포착 상황을 가정한 '참수작전'과 같은 북한에 대한 도발적인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NK News
  • 입력 2015.10.22 14:20
  • 수정 2016.10.22 14:12

여섯 명의 북한 연구자들이 남북관계의 전망을 논했다

8.25합의는 남북관계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다. NK News가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북한연구자들은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를 8.25합의 이후 이루어질 다음 단계의 합의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남북한의 정기적인 접촉, 대화와 이산가족상봉 정례화가 긍정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 공격 징후 포착 상황을 가정한 '참수작전'과 같은 북한에 대한 도발적인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문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황지환
  •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정영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겸 연구실장 임을출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고명현
  •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연구원 오정민
  • 경상대학교 연구교수 정은이

사진 출처: Eric Lafforgue

8월25일 이루어진 합의 이후, 남한과 북한이 건설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대화가 무산되지 않으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황지환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8.25 합의는 남북한 사이에 일정한 이해관계가 교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남북한이 지속적으로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진된다고 생각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대화가 무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물론 각각이 지속적으로 대화에 나오려고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대화의 지속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익 기반의 프레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남한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도발 방지, 인도적 사업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고,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및 5.24 조치 해제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야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

정영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이번 합의는 한반도의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어떤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남북이 모두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를 파기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가 던져주는 의미 중 하나는 남북 모두 전쟁까지 각오한 파국을 쉽게 결정할 수 없고, 또 그럴 만한 내부 역량과 주변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그 내용에 있어서는 대단히 초보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의 진정한 의미는 남과 북이 당국 간 회담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고, 현재 남북 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 5.24 조치 등의 문제를 의제화 하여 회담을 진행시킬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발전시키고, 남북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합의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 첫 단계는 이산가족 상봉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국 간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5.24 조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남한에서의 언론 보도이다. 이미 언론의 보도는 남북 간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이번 합의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승자와 패자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언론이 이번 합의에 대해 북한을 지나치게 궁지에 모는 식의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은 남한 내에서의 언론 보도 및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군 역시 마찬가지이다. 군 기밀에 해당하는 '참수작전'이나 북한의 '10월 도발설' 등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 합의의 이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남한 내에서 이러한 발언 등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한 대로 당국 간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맞추어 당국 간 회담을 진행시켜야 하고, 이러한 당국 간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국 간 대화 채널의 유지는 비록 한 번의 회담에서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인 대회가 가능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된다. 따라서 당국 간 채널을 유지하고,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겸 연구실장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43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 타결로 마무리 되어 남과 북이 6개항의 남북 공동보도문에 합의하였고 향후 남북 간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틀(framework)을 제공하게 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남북협상의 핵심 쟁점은 북한이 완강히 부인했던 목함지뢰 매설과 지뢰폭발에 대해 사과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양보와 타협 없이 극적타결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북측이 부인해온 사실을 번복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체면을 말이 아니게 만드는 일이다.

다행히도 남북의 체면도 살리면서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차선책 방안을 모색한 것은 남북 최고지도자의 통 큰 결단의 결과였다. 남북이 극적 타결을 도출하게 된 것은 상호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양측의 체면을 세우면서 타결방안을 모색한 결실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북대화가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고,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경색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이행하고,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합의들이 잘 이행될 때 남북 관계를 가로 막는 보다 근본적 문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남북 협력사업을 서로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정치·군사적인 문제는 정치·군사적으로 별개로 다뤄 교류협력의 문제와는 연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남북한이 8.25 합의에 기초하여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관계 진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북한 비핵화 문제다. 북한은 핵 문제에 있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밝혀왔기에, 이 사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한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 원조를 재개할 수 없다. 만일 북한이 원하는 것이 핵보유를 지속하며 경제 교류와, 투자를 재개하는 것이라면 이번 협상의 장기적 전망은 어둡다.

8.25 합의는 '민간교류' 재개를 포함하는데, 민간교류는 사실상 5.24 조치 해제와 더 나아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남한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등 일정한 조건을 걸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기 때문에, 이번 합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반면 이전에도 비핵화는 대화의 전제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대화의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았음에도 남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예를 들어, 남한이 5.24조치 해제를 거부한다 하더라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남한이 '협상 사다리'를 한 단계 오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남과 북 모두가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각자가 이행할 수 있는 바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이 (역시나 가능성이 낮은 일이지만) 전제조건의 충족 없이 5.24조치를 전면적으로 해제하지 않을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북한은 노무현 정권 시기처럼,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전면적인 원조를 제공하는 일이 다시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남한은 남북 대화의 목표를 북한에 대한 경제적 개입을 통한 '평화와 안정'에서 더 작은 목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다른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원조 패키지를 조각조각 나누어 제공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남한은 북한이 협상에 나오는 유일한 이유는 김정은의 공적으로 돌릴 수 있는, 주요한 경제적 돌파구가 될 대규모 경제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한의 기대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일 것이다.

오정민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연구원

8.25 합의는 한국군의 치명적 부상과 양측의 오랜 회의 후에 나온 귀중한 합의인 만큼 그동안 반복된 도발-대응-합의-도발식의 악순환 고리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한동안 냉랭했던 남북관계에 청신호이다. 합의한 내용의 이행을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의 민감한 이슈 등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를 포함 국제사회도 규탄하고 있는 예민한 사항이다. 한국 정부 측에서는 일부 단체가 주도하는 대북전단 배포 등이 합의도출이 가져온 남북 간의 좋은 흐름을 막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한 내용이 단기적 결과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정례화 하여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한 내용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재개된 사항이다. 아쉽게도 이를 정례화하는 방안은 마련되지 못했지만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추후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얼마 전 제네바에서도 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서는 인권적 차원에서 가족의 생사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관심은 남북한 간의 합의를 한반도의 긴장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정례화된 합의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하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정은이 경상대학교 연구교수

8.25 합의 이후 남북관계를 지속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은 칸트적인 발상, 플러스썸적인 발상에서 상대편을 대화의 상대로서 인식을 해야 한다. 상대편이 적이라는 인식을 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적 논리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이러한 발상은 과거 한반도 70년 동안 분단체제의 사고이며, 냉전의 산물에 불과하다. 미래지향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서는 먼저 대화를 하고 대화에 기초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전쟁 중에서도 한편으로는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8.25합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전과 과제가 있다. 남북한의 군부 강경파들은 갈등을 통한 이익추구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만약 남북 양측에서 협상파들이 힘을 갖는다면, 남북한의 군부는 국내정치에서 일정 정도 견제를 하고 나올 수도 있다. 특히 북한 군부 강경파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통하여 유엔제제를 유도하고 유엔제제를 명목으로 제4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북한 군부 강경파의 전형적인 이러한 태도에 대하여 한국 정부는 북한 내부의 시장개혁과 개방을 진전시키려는 세력들을 지원하고 젊은 엘리트층에게 개혁개방이 북한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군부 강경파의 남북 대치·대립 전략에 대하여 한국은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일관된 긴장완화와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 본 설문조사는 다음 질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2) 5.24조치는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적합한 방법인가? 어떤 상황이 조성되어야 5.24조치가 해제될 수 있을까?

3) 한국사회의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4)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많지만, 김정은 제1비서의 대남정책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통일을 위한 김정은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5)통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정당이 한국사회에 등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정당이 등장한다면 언제쯤 등장하여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 글은 NK News 서울특파원 최하영과 NK News의 편집장 Rob York가 함께 썼습니다.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NK News입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탈북 전문가들의 답변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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