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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접경, 눈앞에서 본 북한

압록강은 강 양쪽에 있는 작은 마을들이 있는 가파른 산악 지역을 통과하며 굽이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국경을 넘기가 꽤 쉬워보였다. 북한 어린이들은 북한 내 다른 마을로 갈 때 얼어붙은 강 위로 걸어다녔다. 한 중국의 상점 주인은 바로 필자에게 그들이 자주 강을 넘어 온다고 말했다. 필자는 중국 국경 지역 주민들이 북한 사람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보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경제적 난민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NK News
  • 입력 2015.10.30 13:48
  • 수정 2016.10.30 14:12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북한 국경경비대, 중국 경제 발전상 목도

필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을 기억한다. 당시 17살이었던 필자는 북부 독일에 위치한 집에 앉아 TV를 통해 사람들이 오랫동안 위협적이고 험악한 권력의 상징이었던 장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린 시절에는 수학여행에 가서 보았던, 지뢰밭이라는 커다란 경고 표시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던 베를린장벽이 개방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필자는 베를린장벽에서 금속장식이 번쩍이는 가죽 자켓을 입고 우렁차게 자유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미국 가수를 보았다.

중국으로 온 이래로 필자는 줄곧 중국과 북한을 가르고 있는 국경을 보길 고대했다. 예전에 서독에서 동독에 대해 언급하던 것과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중 국경도 동서독 국경과 비슷해 보일까? 국경 근처에 사는 건 어떤 모습일까? 가이드 여행이나 널리 알려진 비무장지대(DMZ)에서 멀리 떨어진 북중 국경은 어떤 모습일까? 필자는 차를 빌려 북한과 국경이 이어진 중국측 압록강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중국의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를 잇는 철교 '조중우의교'

단둥에서 신의주를 바라보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북한측 국경을 보고 있는 중국 시민

여정은 약 24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을 잇는 매우 낡은 철교 '조중우의교'로 잘 알려진 단둥에서 시작되었다. 평양으로 향하는 여객 열차 한 대가 몇 대의 화물 열차와 함께 아침마다 이 다리를 건너간다. 단둥은 중국의 많은 지급시(중국의 행정구역 단위)들처럼 빠르게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중국 춘절 동안에도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관광지로 인기가 있었다. 주거용 고층건물, 새로운 호텔, 수많은 고급 빌라들도 세워지고 있었다. 또한 북한과 단둥 남측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량이 최근에 완공되었다. 그러나 북측으로 연결되는 도로공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다리는 여전히 닫혀있는 상태이다.

기념품으로 북한 통화를 팔고있는 중국인

단둥에서 보이는 북한의 감시탑

단둥 지역경제는 북한을 멀리서나마 엿보고 싶어하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는데 익숙해 보였다. 투어를 위한 보트들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북한 측 강변까지 접근하며 압록강을 돌아본다. 그리고 그 도시 외곽에서는 작고 지붕없는 소형 쾌속정을 빌릴 수 있었다. 쾌속정 주인들은 북한 쪽 압록강변을 따라 북한 깊숙한 곳까지 1시간 정도 태워줄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위험하지 않겠냐고 묻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배주인 중 한 명은 매일 그와 같이 북한 쪽으로 드나든다고 말했다. 결국 필자도 불과 몇 분 후 북한 국경 경비대 쪽으로 압록강을 가로질렀다. 북한 경비대도 이러한 작은 쾌속정을 보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듯 했다. 쾌속정 선장은 북한 경비대를 발견할 때마다 중국어로 '어이, 친구'라고 소리치면서 배를 강가에 세우고 경비대원들과 담배 몇 개비나 지폐를 주고받았다. 북한 사람들은 필자의 카메라를 알아채기 전까지는 예외 없이 친절했다. 다만 바로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서지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기만 해도 북한 경비대는 심지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등 매우 공격적으로 나왔다.

강가에 배를 세우고 있다

카메라를 알아챈 북한 경비대

북한사람들은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카메라를 발견하는 순간 적대심을 드러냈다

국경을 넘어

중국과 북한 측 국경 사이의 차이는 엄청나다. 단둥은 불빛이 환히 밝혀져 있으며 화려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건설 장비와 최신형 자동차들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으며, 병원과 기차역 또한 일반적으로 중국 수준으로 예상되는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면 신의주는 밤이 되면 칠흑같이 캄캄하며 황폐해 보였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기본적 장비들조차 부족해 보이는 상태로 순전히 노동력에만 의존하여 건물을 짓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국경 경비 활동들도 마찬가지로 차이가 있다. 북한 측 국경에서는 군인들이 AK-47 소총을 들고 추위에 떨면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명씩 서 있는 반면, 중국 측 국경에서는 강변을 따라 전체적인 움직임들을 계속 살펴보기 위해 큰 기둥위에 전방 관측 적외선 장비(FLIR)와 같은 카메라 시스템을 달아 이용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 실제로 밖에 서있는 군인들은 압록강 다리들에만 배치되었다.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교량 중 일부는 용도 폐기 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이 불법 월경을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해 압록강 접경지역을 따라 철조망을 세웠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철조망이 드물 뿐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철조망을 넘기도 매우 간단하다. 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는 압록강을 건너는 일은 베를린 장벽 넘기보다는 훨씬 쉬워 보였다.

린장 인근 도로에서 본 압록강과 북한 마을

압록강을 따라 도로 S319를 달렸다

필자는 압록강을 따라 북쪽으로 랴오닝성을 거쳐 지린성으로 향하는 평탄한 2차선 도로 S319를 따라가 보았다. 압록강은 강 양쪽에 있는 작은 마을들이 있는 가파른 산악 지역을 통과하며 굽이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중국과 북한의 차이점은 두드러졌다. 중국 쪽에는 활기 넘치는 상점과 음식점, 은행, 병원이 있었지만 북한 쪽에는 한결같은 단층 농가주택들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단 한 번도 가로등을 보지 못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국경을 넘기가 꽤 쉬워보였다. 북한 어린이들은 북한 내 다른 마을로 갈 때 얼어붙은 강 위로 걸어다녔다. 한 중국의 상점 주인은 바로 필자에게 그들이 자주 강을 넘어 온다고 말했다. 필자는 중국 국경 지역 주민들이 북한 사람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보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경제적 난민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얼어붙은 압록강을 순찰하는 북한군인

중국 린장의 얼어붙은 압록강 위에서 자동차 썰매를 타는 중국 어린이들

맨손으로 바위를 옮겨 벽을 쌓고 있는 북한 군인들

북쪽으로 갈수록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골짜기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아마 춘절이라 바이샨 주변에 석탄을 때는 철강 공장이나 창천 인근의 자동차 공장들이 연휴로 가동을 멈추면서 중국 북부의 대기 오염이 일시적으로 멈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북한 군인들만이 필자가 오스트리아 산 속이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 매우 특별한 장소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북한 군인들은 작은 벽을 쌓으려고 맨 손으로 바위를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부터 추위 속에 서도 반듯한 대오를 갖춰 행진하거나 강둑에서 몇 미터마다 매복한 것까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음식노점과 놀이기구 탑승, 얼어붙은 강가로의 소풍 등 린장에서 열리고 있는 해맞이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저 얼어붙은 압록강 강둑에 앉아서 이 축제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북한 군인이 처량해 보였다.

베를린 장벽이 개방되었을 때, 무수한 동독 사람들은 서독 정부가 그들에게 처음 '환영 하는 돈'으로 준 100마르크를 쓰기 위해 서독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바나나 혹은 서구의 담배와 같은 제품들을 사려고 서독으로 가서, 흘러넘치는 쇼핑백들을 들고 서둘러 되돌아갔다. 북한의 주민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맨 처음으로 무엇을 사고 싶어할지 궁금했다.

익명의 사진기자가 사진과 함께 NK News에 기고한 글입니다. 박현비가 번역했으며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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