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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역사학회 회장 "역사전쟁? 나치 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한겨레

'집필 거부'를 발표한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의 정용욱 회장(서울대 사학과 교수)은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해 "나치 시대나 군국주의 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욱 회장이 19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주요 의견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금 역사학 또는 역사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어버렸거든요. 그것도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그러니까 설사 학자들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갖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는 분이 있을지라도 거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권력의 시녀 내지는 정치적 도구다라는 자체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셈이 됐어요.

예컨대 지금 2013년에 교학사 사태가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교학사 교과서가 간행됐지만 교육현장에서 0%대의 채택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사태는 0%대의 채택률을 기록한 교과서의 필자가 나머지 100%의 다른 교과서들이 대표하는 100%를 좌경이라고 비판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그리고 이제 또 집권 여당의 대표가 그것을 굉장히 거친 표현으로 이렇게 표현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상식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일입니까?

저는 이게 기존 교과서의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야기된 사건이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서 아무런 무리 없이 검정제 교과서의 역사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역사전쟁' 발언에 대해) 공당의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민들 상대로 쓸 수 있는 용어인가. 그러면 어쨌든 찬성하는 사람들 반 놔두고 나머지 반. 저는 반대 여론이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안의 본질을 국민들이 이해할수록. 그러면 나머지 반을 적으로 모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공당의 대표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나치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어쨌든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이 가장 분개하는 것은 역사학이나 역사교육에 권력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그래도 교과서 제작에 참여해야 하지 않느냐는 현실론에 대해) 어느 시기에나 현실론이 있고 그러다가 친일파로도 가고 그런 건데요. 어느 한 신문에 74년 첫번째 국정화 교과서를 집필했던 원로 교수님들의 인터뷰가 어느 신문에서 보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들이 하시는 얘기가 집필진의 반대를 꺾고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을 마음대로 집어넣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가 쓴, 당신들이 쓰신 원고에 누군가가 가필을 해서 멋대로 했다는 건데 그리고 얼마 전에도 그것은 독재체제하에서 있었던 일이고 독재체제가 민주화된 이후에도 국정교과서가 어느 정도 진행됐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집필에 참여했던 교수님도 자기가 쓴 원고를 나중에 관료가 마음대로 고쳤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게 국정제입니다.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예요.

700여 명의 연구자가 소속된 역사연구회가 15일 발표한 입장은 아래와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한국역사연구회의 입장

한국역사연구회(이하 ‘연구회’)는 2015년 10월 15일 참석을 원하는 일반 회원들도 참석한 가운데 전·현직 회장과 운영위원들이 비상회의를 개최하여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초래한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위기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연구회의 장단기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회의의 논의 및 결의 사항을 간략히 추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사 전문 연구자 단체인 저희 연구회는 그동안 다른 역사 연구 및 교육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정부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연구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것은 그것이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역사 교육의 목적, 그리고 UN 인권이사회 보고서가 명시한 역사교육의 세계 보편적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저희의 노력에 대해 역사학계, 역사교육계는 물론 시민사회도 지지와 성원으로 화답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 선동을 일삼고 역사연구자와 역사교사들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 스스로 검인정 통과시켜 일선학교에 보급한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펼침막을 내걸었다 회수하는 여당의 소동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벌어졌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구시대적 작태의 전형입니다. 이 소동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이 이념이나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 이성과 광기의 대립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역사의 독점과 사유화로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민의 과거 기억을 통제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단지 교과서 편찬제도의 퇴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크게 후퇴시킬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학문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 결과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를 거쳐 국민의 힘과 땀으로 힘들게 일구어온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성취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입니다.

졸속적인 역사 교과서 편찬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입을 피해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초래할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위기, 그리고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역사학자들의 결의와 각오가 각 대학 교수들과 여러 학회의 집필 거부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회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며, 비상회의의 결의 사항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1.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 정부 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도록 엄중히 요구합니다.

3. 정부 여당이 끝내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연구회는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결의합니다.

4. 연구회는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며 연구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대안 한국사 도서의 개발을 준비해왔습니다.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역사 교과서 집필 불참 선언으로 역할을 끝내는 무책임한 처신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고, 대안 한국사 도서의 편찬에 더욱 속도를 내겠습니다.

5. 국정화 철회를 위해,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퇴행을 막기 위해 역사교육계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또 다른 학문 분야와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연대와 협력의 대상에 국제 학계도 포함할 것입니다.

2015년 10월 15일

한국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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