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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부상장병 의족 달던 날(사진)

ⓒ연합뉴스

"상상력은 언제나 강하죠. 마음속에 다시 걷고 뛰고, 수영할 수 있는 날을 그리며 명확한 목표를 세우세요. 저를 보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목함지뢰로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한 장병들이 처음으로 의족을 달던 날 특별한 멘토를 만났다.

의족을 달고 육상선수와 모델, 배우로 활동하는 미국인 에이미 멀린스는 19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중앙보훈병원에서 김정원(24)·하재헌(21) 하사를 만났다.

이날은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 하사와 두 다리를 모두 잃은 하 하사가 처음으로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날이다.

김 하사는 운동화가 신겨진 의족을 신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면서 멀린스를 직접 맞이했다. 잃은 다리 중 왼쪽 다리에만 먼저 의족을 한 하 하사는 휠체어에 앉은 채 멀린스를 반겼다.

종아리뼈 없이 태어난 멀린스는 평생 의족을 하고서도 일반인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장애인 올림픽 미국 육상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에서 나무 의족을 신고 런웨이를 걷기도 했다.

멀린스는 두 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의족을 신었다는 소리에 축하의 손뼉을 치며 기분이 어떤지를 물었고, 김 하사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이라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보였다.

멀린스는 "외로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을 텐데 이런 상황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며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부모와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멀린스에게 의족을 달고 살아온 경험에 대해 물었고, 멀린스는 바지를 걷어올려 자신의 실리콘 소재 의족을 보여줬다.

그는 "이것은 걷기용인데, 운동할 때는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밴드가 부착된 의족을 신는다"면서 "마치 여성들이 당일 기분에 따라 립스틱 색을 바꾸듯이 의족을 바꿀 수 있는 기쁨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멀린스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유쾌한 태도를 보였고, 두 하사들도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한 시간 반가량 이뤄진 이날 만남을 마무리하며 멀린스는 이같이 말했다.

"할머니가 나에게 해준 말씀을 들려 드리고 싶어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말이죠. 여러분도 충분히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 사람 간의 만남은 이달 2일 두 하사를 문병했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성사시켰다.

조 전 수석은 "김 하사가 잃은 다리 부분에 3D 프린터로 멋진 조형물을 만들어 달고 다니고 싶다고 하더라"며 "이를 듣고 마침 방한하는 멀린스에게 하루 짬을 내 두 하사의 멘토가 되어달라 부탁했다"고 전했다.

김 하사는 "강한 정신력을 갖고 멋지게 사는 멀린스를 만나고 나니 나도 다리 한쪽을 잃은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더 멋지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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