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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북한인권운동' 단체 HRF 토르 할보르센 대표 & 알렉스 글래드스틴

  • 원성윤
  • 입력 2015.10.19 12:19
  • 수정 2015.10.19 12:20
ⓒYoutube/ IGFMHumanRights

미국 인권재단(HRF, Human Rights Foundation)은 한국 사회에서 생소한 단체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의 활동을 들여다 보면, 성격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북한을 향해 대북전단영화 ‘더 인터뷰’ DVD(북한의 상황을 풍자)를 살포하는 등 행동주의적 북한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다.

때로는 이런 입장들이 충돌을 빚는다. 한국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하고, 통일부로부터 자중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알려야 한다는 이들의 행동에는 멈춤이 없다.

지난 9월30일, 한국을 찾은 토르 할보르센 HRF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법의 통과를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고 캐나다는 '북한 인권의 날'을 제정했으며, 그러나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세계가 북한 인권을 감시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 남한 정부만이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9월30일)

지난 1일, 토르 할보르센 HRF 대표와 알렉스 글래드스틴 전략최고책임자를 만나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 HRF 활동에 대해 설명해달라.

=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인권 단체이다. 집중하는 이슈가 닫힌 사회(closed society)에 집중한다. 북한만큼 닫힌 사회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09년부터 탈북자단체들과 일을 하다, 2012년부터는 이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방문이 6번째 방문이다. 방문할 때마다 3가지 목적으로 방문단을 모집한다. 기술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리콘밸리 관계자들, 후원자들, 언론인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이슈를 가져갈 수 있는 분들을 원한다. 탈북자 지도자들을 미국에 초청할 때는 실리콘 밸리 서부 쪽으로 초청해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 등을 소개해줬다. 미국에서는 '정보 폐쇄를 부순다는 뜻'(Hack North Korea)에서 기술테크 관계자 등 전문가 100여 명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했다. 저희 목적은 북한 탈북 지도자를 후원하고,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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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정보민주화를”, 실리콘밸리 해커톤 열려 (월스트리트저널, 2014년8월5일)

-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되나.

= 북한 인권법이 대한민국에서 통과가 되면 상징적으로만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음의 중요한 일을 3가지 할 수 있다.

1. 탈북자-대한민국 시민-해외주민들 합쳐서 국제적인 연대를 시작하게 될 수 있다.

2. 탈북자 단체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권운동가들과 합쳐 네트워크를 할 수 있다. 많은 기관과 개인들이 힘을 합쳐서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목소리를 낸다면 승리할 수 있다.

3. 인권 법안이 통과되는 것 자체도 중요하고, 이뤄질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 특히 남한 시민들의 북한 인권교육, 탈북자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남한 사회의 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3년 전쯤, 한국에서 동물보호법이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됐다. 북한 주민들의 삶이 동물보다 못한 것인가.

토르 할보르센 HRF대표

알렉스 글래드스틴 HRF 전략최고책임자

-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북한 인권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보나.

= 좌파성향의 국회의원들은 북한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북한 인권법을 지지하지 않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법안들을 통과시킬 힘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지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재벌 기업들도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삼성이 아프리카 마을에 3,000개의 스마트폰을 지원했는데, 탈북자 단체에 그런 후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LG도 아프리카에 태양열 사업을 지원하거나 현대도 미국 지사를 통해서 미국에 못사는 동네 아이들에게 1천 벌을 잠바를 기증한다. 하지만 LG도 현대도 북한 탈북자에게 후원은 전혀 없다.

HRF는 국제적인 연대를 출범시키면서 북한 인권법을 통과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많은 탈북자 단체들은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은 게 망신이라고 한다. 많은 탈북자가 한국 정부로부터 정착금을 받고, 고마운 마음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수많은 NGO 단체들은 후원하지만, 탈북자 단체에는 도움을 안 주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 HRF는 탈북자 지도자들에게 국제적 연대의 힘을 주고, 필요한 도구나 전략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 대북전단지 날리는 것이 왜 중요한가.

=HRF는 삐라는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단체를 후원한다. 라디오 대북방송, 중국 국경지대에서 비밀리에 정보를 보내는 단체들, 남한에서 시민들에게 하는 교육, 난민 구출 등 모든 인권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탈북자 인권 운동가들의 목적은 형제자매들이 조국인 북한에 자유가 허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알게 되면 북한 정권이 유지될 수가 없다.

북한 정권은 항상 이런 활동을 하는 지도자들을 위협하거나 암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북한 정부는 진실에 대한 큰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탈북 단체들이 후원들을 요청한다. 이번 방문단에 같이 온 세르비아 출신의 인권 운동가인 세르자 폽보비치는 밀로셰비치 정권을 비폭력으로 무너뜨린 핵심 멤버다. 세르자는 제일 힘들었을 때 미국 정부가 제공한 라디오 방송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라디오든 삐라든 USB에 넣은 정보든 가장 큰 힘이 되는 이유는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다, 외부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는 점이다.

HRF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북한인권법 촉구 운동에 동참한 세르자 폽보비치,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 말레이시아 야당 대표 누를 안와르,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유시첸코, 스탠포드 교수 래리 다이아몬드, 전 페루 대통령 알레한드로 톨레도, 하버드의 인지 과학자인 스티븐 핑커 등을 통해 북한 인권개선운동을 계속해 나갈 뜻임을 밝혔다.

- 북한 인권법 통과를 위한 움직임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 남한 정치인들과 함께 탈북자 단체 지도자들과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김일성종합대학 출신 탈북자)과 올해 2차례 면담을 했다. 북한 인권단체 지도자들과 서울에서 큰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2만8천명 정도의 탈북자를 초청해 인권투쟁가들의 연설을 들려주려 한다. 남한에서 탈북 지도자들이 효과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

- 탈북자 지성호 씨도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 (성호 씨는) 년에 만났고, 크게 감동을 했다. 북한을 나와 1만km의 길을 떠나온 탈북자다. 최근에 노르웨이 오슬로 자유포럼에 초청해서 연설했는데, 3년 만에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설 끝에 북한에서 가지고 나와 목발을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오슬로 자유포럼의 상징적인 사진이 됐다. 성호 얘기를 들어보면 결심만 하면 뭐든지 이룰 수가 있다. 성호 씨는 왼쪽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그런데도 탈북을 했다.

탈북자 지성호 씨가 '2015 오슬로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 와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사무실에서 대북 인권운동을 했다. 매일 오르내리는 육체적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더 큰 사무실로 장소를 바꿀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140명 이상이 후원했고 3만7천 불이 들어왔다. 더 넓고 좋은 시설을 이사할 수 있었다. 오늘(1일) 새 사무실 오프닝 뒤풀이세러머니, 파티하러 간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안 미국의 의료기기 회사가 한국지부를 통해 최첨단 기술로 만든 목발을 제공했다.

-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고 보나.

=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10명의 탈북자 지도자를 모집해서 설문조사를 했다. 대체로 2017~2020년 사이에 북한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저희가 볼 때 북한은 역사적인 시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산주의체계의 상징인) 배급 체계가 무너지고 (당국의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장사를 통해 먹고사는) 장마당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15년 전에 볼 수도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방한 당시 종편에 출연한 토르 할보르센. 방송에서 김일성 사진을 찢고 있는 모습.

- HRF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 북한 주민들의 운명은 주민들의 손에 있다. 교육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저희 목적은 비폭력적인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 김대중 정권에서 햇볕정책이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는 이를 계승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5.24 제재조치를 비롯해 북한 정권에 비우호적이었고 박근혜 정부 역사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의 북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의도보다는 결과를 봐야 한다. 대답하자면, 햇볕정책 성공 실패냐 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가 더 있느냐있냐 없느냐를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내 대답은 그렇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있는 분들도 알지만, 10년 동안 말만 하고 행동이 없는 북한인권법 진행도 없고, 북한에서는 수만 명 수십만 명의 수감자들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고통당하는 것이 HRF나 UN 같은 기관에서도 북한이 나치 독재정권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비상 상황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쓰나미 지진 피해가 있으면 대한민국 정부가 도움을 준다. 그런데 정작 여기서 서울에서 30마일 북쪽으로 가면 최악의 인권 국가가 있는 데 관심이 없다.

- 당신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

= 저희가 관심을 가진 것을 궁금해할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최악의 독재정권이다. 마치 중세 유럽처럼, 김정은이란 통치자는 신격화돼 있다. 대한민국의 밀레니엄 세대, 나이 30세가 되면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붕괴해 있을 것이다. 그때 젊은 세대들은 나는 왜 관심을 안 졌나 하는 질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시간만 가면 다른 세계가 있다. 시간이 지난 뒤에 그때 가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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