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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9일 05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19일 06시 05분 KST

전국 초·중·고교 교사 2255명 "국정교과서 집필·심의·현장 적합성 검토 거부" 선언

연합뉴스

전국 초·중·고교 역사교사 2255명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해 반대 움직임을 표방하고 나섰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19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가 제작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과 심의 그리고 현장 적합성 검토(학교 현장에서 새 교과서를 시범 적용하는 것)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겨레 10월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모임엔 전국 초·중·고교 역사교사 6000여명 가운데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2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 교사들은 성명에서 "현재 사용하는 검정교과서 여덟 가지의 집필자 59명 가운데 37명이 현장 역사교사일 정도로 역사교사들의 전문성은 교과서 발행에 필수"라며 "교육부는 국정화 확정고시를 포기해아 한다. 그것만이 말도 안 되는 국정화 논란으로 현장의 역사교사와 학생들이 입은 깊은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는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낸 성명 전문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및 심의, 현장 적합성 검토 거부 선언>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및 심의, 현장 적합성 검토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지난 9월 2일, 역사교사 2,255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역사학자들을 시작으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교육부 장관이 그렇게 간절히 듣고 싶어했던 국정교과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론이고 여론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국정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하는 행정예고를 하였다. 스스로 국정 전환에 대한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까? 행정예고 전후로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돌연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검정 교과서를 ‘종북 교과서’로 정의하였다. 새누리당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우리 학생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섬찟한 현수막을 내걸기 까지 하였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학습하고 있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가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 쓰여 졌고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검정을 마친 것으로 아무 문제없이 역사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검정한 교과서를 향해 무차별 색깔론 공세를 펼치며 스스로를 자해하고 자학하는 딱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대한민국의 여러 방송사는 북한의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을 전국에 중계하였다. 북한이 체제 선전을 하기 위해 진행한 열병식을 전국민에게 가공 없이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정부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배우고 있는 교과서를 문제 삼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 현장 역사교사 2,255명은 국정 반대 선언에서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대대적인 불복종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우리는 그 출발점을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국정 교과서를 제작하며 현장 교사들이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심의 및 현장적합성 검토에도 일체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검정교과서 8종의 집필자 59명 중 37명이 현장 역사교사일 정도로 역사교사들의 전문성은 교과서 발행에 필수가 되었다. 특히 학생들과 직접 수업을 하고 있는 현장 교사들이 집필에 참여하면서 역사교과서는 단순하게 ‘읽는 교과서’에서 다양한 학습 활동이 가능한 ‘활동 교과서’가 되었다.

우리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결정이 교육적 논의가 아닌 집권당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목격하였다. 현장 역사교사들과 그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정화의 명분을 얻기 위해 교사들과 학생들이 매일 보는 교과서에 색깔론을 들이미는 집권당의 폭력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집권당의 교육부 장관이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이제는 법제화해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내년 총선에서 보수표의 결집을 위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은 역사교사와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역사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이렇게 깊은 상처를 주고 한 번의 총선을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들의 가슴 속 상처는 오래 남아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부는 행정 예고 기간 중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하였다. 교육부로 전해지는 국정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라면, 교육부는 국정화 확정고시를 포기해아 한다. 그것만이 말도 안 되는 국정화 논란으로 현장의 역사교사와 학생들이 입은 깊은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1. 전국역사교사모임과 18개 지역별 역사교사모임은 박근혜 정부가 제작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및 심의, 현장 적합성 검토에 일체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1. 우리는 현재의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이 정치적 외풍에 매우 허약함이 드러났음을 확인하고 차제에 교과서 발행 체제의 법제화를 요구한다.

1.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역사 수업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2015. 10. 19.

【전 국 역 사 교 사 모 임】

(강원역사교사모임, 경기남부역사교사모임, 경기북부역사교사모임, 경남역사교사모임, 경북역사교사모임, 광주역사교사모임, 대구역사교사모임, 부산역사교사모임, 서울역사교사모임, 세종역사교사모임, 울산역사교사모임, 인천역사교모임, 전남역사교사모임, 전북역사교사모임, 제주역사교사모임, 충남역사교사모임, 충북역사교사모임, 한밭역사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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