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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9일 06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9일 14시 12분 KST

'야동'에는 과연 저작권이 있을까?

일본과 미국에서 '야동'은 일정 요건 하에서 합법이다. 즉, '야동'이 허용된 국가의 '야동' 저작권자들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저작권을 인정받고 그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또한 한국도 가입하고 있는 국제 조약인 베른 조약에 따라, 한국은 베른 조약 가입국 국적 외국인의 저작권을 국내법에 따라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저작권법에는 '음란물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은 없다. 요컨대 한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엄연히 불법인 '야동'에 저작권이 인정될 여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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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에는 과연 저작권이 있을까?

얼마 전,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제50부는 일본 '야동' 업체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일본 야동 제작사, 국내 웹하드업체 복제금지 가처분 기각> 뉴시스, 2015.10.8

이른바 '야동'이란 미국에서는 포르노, 일본에서는 AV(Adult Video)라고 불리는 성인용 영상콘텐츠를 가리키는 한국식 은어다. 법에서는 보통 '음란물'이라고 정의한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즉, 한국에서 '야동'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이런 불법 영상 콘텐츠는 다른 합법적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저작권이 있을까? 예컨대 위조 지폐는 법으로 소유 자체가 금지된다. 만약 불법적인 콘텐츠가 창작되었다는 이유로 불법 창작자의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법적으로 타당한 일일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일본과 미국에서 '야동'은 일정 요건 하에서 합법이다. 즉, '야동'이 허용된 국가의 '야동' 저작권자들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저작권을 인정받고 그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또한 한국도 가입하고 있는 국제 조약인 베른 조약에 따라, 한국은 베른 조약 가입국 국적 외국인의 저작권을 국내법에 따라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저작권법에는 '음란물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은 없다. 요컨대 한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엄연히 불법인 '야동'에 저작권이 인정될 여지가 생긴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한국 검찰과 법원은 곤란한 저작권 판단을 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불법 음란물의 유통은 금지된다."

"음란물은 불법이므로 저작권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

"음란물을 유통한자는 법에 따라 처벌한다(그러나 음란물의 해외 권리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5년 6월, 대법원에서 일본 AV 저작권단체가 제기한 형사재판(저작권법 위반)과 관련하여 아주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란 (중략)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하므로, 설령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즉, 법원이 처음으로 '야동'을 명시적으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로 인정한 것이다. 곧이어 7월에는, 일본과 가까운 부산지법에서 이례적인 민사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일본 음란동영상 업체들, 국내 저작권 소송 첫 승소>, 뉴스토마토, 2015. 7.29.

하지만 서두에서 본 것처럼, 서울중앙지법은 일본업체 16개가 한국 웹하드 4곳을 상대로 "우리 작품 5천 건의 불법 업로드, 다운로드를 중지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사건 3건에서 모두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결정에서 "형법 등으로 처벌되는 음란물에 대해 저작권자가 적극적으로 저작권을 유통하는 것까지 보호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하여 기존의 '불법 콘텐츠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언뜻 보기에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적시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야동' 해외 저작권자의 권리는 무시 받아도 될까? '야동' 해외 저작권자의 손해액은 눈 감고 지나가도 국제협약상 상관없는 문제일까? 불법적인 콘텐츠에는 아무런 권리가 인정되지 않을까? 대법원의 새로운 형사 판례는 이번 민사 사례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일까?

이 모든 문제는 다시 새로운 질문으로 귀결된다.

'야동'은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없는가?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1. 우선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대로,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야동'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한다.

2. 다음으로 형법 등 관련법에 따라 '음란'에 해당하는 '야동'은 유통을 금지시킨다.

3. 마지막으로 불법 유통을 처벌하되, 유통된 '야동'에 대해서는 해외 저작권자의 저작권과 그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다.

물론 이 방법에도 수반되는 문제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가처분처럼 엄연히 일본 현지에서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는 '야동' 콘텐츠에 대해, '음란물은 보호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야동' 해외 저작권자들의 국내 소송 제기가 빈번해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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