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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위기에 놓였던 서울대공원 동물들을 구할 수 있게 됐다(사진)

ⓒ한겨레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개체 수 관리를 위해 사슴과 염소 43마리를 도축장으로 팔아넘긴 것과 관련해, 동물원과 동물보호단체가 합의를 이뤄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따르면, 17일 케어와 동물원은 매각한 사슴과 흑염소를 재매입해 자연적인 죽음에 이를 때까지 책임 있게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아래는 합의문 전문.

1. 동물단체 케어와 서울동물원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의 재매입 후 수용할 동물원과 목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동, 중성화 등 복지문제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의 주체가 되고, 해당 동물원과 목장은 사슴과 흑염소를 자연적 죽음에 이를 때까지 책임 있게 보호하고 관리한다.

2. 사슴과 흑염소의 중성화 수술(숫컷)은 서울대공원이 책임을 지고 시행한다. 중성화 수술은 이동할 동물원과 목장으로 이동 전,후 동물의 건강과 치료를 고려하여 실시하고, 해당 목장은 수술 후 회복관리에 책임을 다한다.

3. 사슴과 흑염소를 보호하게 되는 목장과 동물원은 사슴과 흑염소가 질병에 걸리면 신속하게 치료에 임해야 하며,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어 고통이 지속화되었을 때는 수의사에 의한 인도적인 안락사를 시행해야 한다.

4. 사슴과 흑염소를 보호하는 목장과 동물원은 케어와 서울동물원의 동의 없이 모든 동물을 매각할 수 없으며,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5. 서울동물원은 향후 기존의 실험동물윤리위원회 내에서 동물원 동물복지에 대한 심의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것이며 이 위원회에 케어를 참여하도록 한다. 서울동물원은 추후 독립된 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6. 서울동물원은 향후 가축동물의 개체수가 환경 수용능력을 넘어 늘어나거나 동물원 전시 기준의 변화에 따라 동물을 반출해야 할 시, 식용 등 상업적이고 비인도적인 도살, 매매 등을 시행하는 업소에는 매각할 수 없다.

지난 9일부터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해온 에이제이 가르시아 케어 미국법인 대표는 17일 단식을 중단하며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케어의 미국 법인 대표 AJ가르시아입니다. 저는 이 농성이 이렇게 오래 갈 지 몰랐습니다.

사실 길어야 3-4일이면 끝날 줄 알았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당연히 살려야 하는 것, 당연히 도축장에서 데리고 나와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 요구를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가족처럼 돌봐왔던 동물들이,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그곳을 고향이라고 생각한 동물들이, 그리고 어린이들이 친구라고 생각한 동물들이 도축용으로 죽게 되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합법적 절차였기에 문제가 없고 몰랐다는 변명, 또 데리고 올 수 없다는 핑계가

그들이 보여 준 전부였습니다.

자신들이 돌보던 동물들이 도축장에 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되돌려 오려는 노력도, 의지도, 그들에게는없었습니다.

평소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보여 주겠다고 천명하던 서울동물원은 우리에게 기본적인,

지극히 당연한 그들의 도리마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감동을 보여 줄 성심도, 동물을 사랑하는 진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극단적인 단식농성이라는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어이 없이 팔려 간 동물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동물을 유기하면 비난을 받고 처벌을 받는 세상입니다.

아무리 우리 사회에 개고기가 존재한다고 해도 자식같이 기르던 개를 도축장에 보냈다면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동물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개고기 도축장에 보냈다면 다시 되 찾아 오는 것이 상식입니다.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앵벌이 폭력조직에 입양보낸 것을 알게 됐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다시 데려오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 비상식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동물운동은 희망이 없습니다.

공무원들이 행한 잘못은 덮고 넘어가자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 들일 수 없으며 더 이상의 동물권 운동은 동력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동물운동 역사 상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단식농성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국민들이 성금을모아 동물들을 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렇게 사슴들이, 흑염소들이 대공원으로 다시 돌아 가도록 9일 동안의 단식이 이어진 것입니다.

저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대중의 인식수준이 어느 정도로 향상됐는지 공무원들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조차 동물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의 법과 제도 ,

그리고 행정 조직들은 그 수준을 잘 헤아리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9일 동안 받은 억압과 무시는 그 백만 배 이상으로 한국의 동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단식시위하면서 천막 조차 치지 못하게 하여 매일 비와 바람을 맞아가며 밤을 샜습니다.

응원을 오신 분들도 옆에 있지 못하게 하여 그냥 돌아 가거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현수막도 깔지 못하게 했던 시장 공관의 관리자들과 경찰들은 보수종교단체 사람들이 몰려 와 하는 시위는 무엇이든 허용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공손하게 대접해 주는 것을 보고 이 땅에서 동물권이 얼마나 무시를 당하고 있는지 뼛 속 깊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진심을 보여 주시리라 기대했던 박원순 시장님은 단 한번의 눈맞춤도

없이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그는 그냥 정치인이었으며, 그에게는 동물이 그가 살펴야 할 약자의 명단에 전혀 들지 않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합니다.

동물이 무시당하는 세상에서 그 동물들을 돕고 구해내기 위해서는 더 강하게 단결해야 합니다.

우리가 더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조직이 된다면, 동물들의 고통은 그만큼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 해 주세요.

나와서 피켓을 들지 않아도 좋습니다.

서명으로, 후원으로, 인증샷으로, SNS로 우리의 뜻을 더 강하게 보여 줍시다.

말 못하는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로지 그 동물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알려 줍시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 하나 승리해야 하며 승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결국 대공원의 동물들을 살렸습니다.

대공원의 동물들은 동물원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돌아가서 건강한 목초를 뜯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다시 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아 냈습니다.

두 달 동안의 고통이 끝나는 날, 쇠창살이 아닌 풀밭으로 돌아가는 그 날,

그 모습을 여러분들께 전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승리입니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함께 마음 아파하며 격려하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 케어의 가족들, 회원들, 페친 분들, 가회동 주민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여러 차례 찾아 와 함께 있어주고 모든 것을 도와 준

열살의 <유 연> 군에게 고맙다는 말로도 부족할만큼 감사를 전합니다.

케어는 더 큰 활동으로 여러분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전국의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우리는 지금도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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