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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는 아직도 LGBT 자녀들을 ‘치료'하려 하는 가족들이 있다

  • 김도훈
  • 입력 2015.10.16 10:56
  • 수정 2015.10.16 10:58

캄보디아 LGBT 인권 단체의 시위

이 기사는 동남아의 LGBT 커뮤니티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활동가들의 용감한 행동을 조명하는 동남아 LGBT 인권에 대한 10편 시리즈의 네 번째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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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스 소파눗이 고등학교 때 성전환을 시작했을 때, 아들이 가족을 수치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한 그의 어머니는 자신이 보기에 ‘부자연스러운’ 아들의 행동을 막으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전화를 빼앗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금지했다. 결국 아들이 ‘치료’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캄보디아에서 크루 크메르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치료자에게 데리고 가기까지 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트랜스젠더라고 하는 소파눗은 트라우마가 된 경험이었다고 작년에 프놈펜 포스트에 말했다. “그 이후 부모님께 따뜻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부모님이 두려웠다.”

LGBT가 정신 질환이나 ‘귀신’에 사로잡힌 것으로 간주되는 일이 많은 캄보디아에서는 이러한 ‘치료’ 시도는 드문 일이 아니다.

“보통 크루 크메르는 [LGBT인 사람에게] 뭔가를 외친다. 머리, 등, 손바닥을 지질 때도 있다. 몸을 지지면 귀신이 날아간다고 믿는다. 대나무로 때리기도 한다.” LGBT 활동가인 스룬 스론이 말하는 전형적인 ‘치료’ 의식이다.

대부분 불교 신자인 캄보디아에서 동성애는 범죄는 아니지만 LGBT 커뮤니티에 대한 소외는 널리 퍼져 있다.

2014년의 미국 국제 개발 기구/U.N. 개발 프로그램 보고서에 의하면 “가족들에게 배척 받았다거나, 강제 결혼, ‘치료’ 시도,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겪었다는 LGBT가 많다.”

“불교는 일반적으로 LGBTI에 대해 아주 관용적이지만, 캄보디아에는 아직 LGBTI들을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족 지향적인 전통 문화가 뿌리 깊다. 지금도 LGBTI들은 대부분 낙인과 차별이 널리 퍼져 있어 커밍 아웃하기를 힘들어 한다. 가난한 계층부터 최고위급 공무원까지, 자신의 평판을 걱정해서, 정신 질환이나 죄와 연관되는 걸 두려워 해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 인권 센터의 누온 시다라가 허핑턴 포스트에 전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활동가들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말한다. 진보는 엄청나게 느렸지만, 전혀 없지는 않았다.

2011년 동성 결혼 금지가 폐지되어 동성간의 결합이 불법도 합법도 아니게 되었다. 시다라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는 가끔씩 동성 결혼이 있다고 한다. “마을 촌장이 동성 커플 중 한 명이 결혼 증명서에 다른 성별로 표시되어도 좋다고 하면 동성 커플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주기로 한 경우들이 있었다.” 시다라의 설명이다.

프놈펜과 시엠립 같은 도시에서는 LGBT 커뮤니티가 ‘번성하며, 공개적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LGBTI가 많다’고 시다라는 말한다.

2004년 이후 LGBT 커뮤니티와 지지자들은 5월 중순에 프놈펜에 모여 프라이드 주간을 축하한다. 올해 행사의 테마는 ‘나는 나다’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수십 년 동안 부패, 부정 선거, 끔찍한 인권 침해에 관한 악평을 들어왔지만, 활동가들은 정부가 LGBT 이슈에 관여할 의지를 조금 보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최근에 학교에서의 LGBT 차별과 싸우는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보인 바 있다. 올해는 유네스코와 시민 인권 센터가 주도하는 캄보디아 교사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LGBT 배려 훈련을 지원한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캄보디아가 ‘사람이 아닌 문제를 치료’할 날은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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